2021년 170곳에서 현재 400곳까지 …튀어나오는 공 치니 30분 새 온몸이 흠뻑 젖어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의 한 스크린 테니스 장에서 방문객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사진=뉴딘콘텐츠 제공
서울의 한 스크린 테니스 장에서 방문객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사진=뉴딘콘텐츠 제공
스크린 정 가운데에서 쉴 새 없이 테니스 공이 튀어나왔다. 라켓을 들고 그 공을 치느라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과거 몇 차례 테니스 강습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는데도 생각했던 것보다 공의 빠르기가 빨라 정확히 치기가 쉽지 않았다.

3월 5일 오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운영 중인 ‘락테니스’라는 이름의 스크린 테니스장을 찾아 직접 라켓을 잡고 공을 쳐 본 소감이다.

스크린 야구장과 골프장에 이어 스크린 테니스장 열풍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테니스 초보자, 혹은 입문자를 의미하는 ‘테린이(테니스+어린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 같은 추세를 만들었다.

야구와 골프에 이어 스크린 테니스의 열풍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숫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스크린 테니스장은 2021년 170여 개였는데 현재는 400여 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락테니스 가로수길점 역시 한국에 일고 있는 테니스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말 문을 연 무인 테니스장이다.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많은 테니스 마니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테니스 연습을 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이른 새벽에도 이곳을 찾아 ‘인증 샷’을 올린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다양한 모드로 연습 가능해락테니스는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처음 내부에 들어섰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무도 안내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절하게 사용 방법이 적혀 있어 이용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키오스크 앞에 붙여진 설명서를 보고 간단하게 회원 가입을 한 뒤 이용 요금을 결제하고 이후 스크린장으로 들어가 테니스를 하면 된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30분에 1만9000원으로, 한 시간에 2만원 정도 하는 스크린 골프장보다 이용료가 높다. 라켓은 무료로 대여해 줘 굳이 가져갈 필요는 없다.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스크린 테니스를 하기 시작했다. 시작 전 자신의 수준에 맞는 등급(초보·중급·숙련자)을 선택하면 여기에 맞춰 공의 빠르기와 방향 등이 결정된다. 물론 중간에 등급을 바꿀 수도 있다.
락테니스 내부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락테니스 내부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모드 선택도 할 수 있다. 포핸드·백핸드·센터·좌우 스트로크 등 자신이 연습하고 싶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우선 초보 등급을 누른 뒤 포핸드 모드로 게임을 진행했는데 가볍게 몸을 풀기 딱 좋았다. 스크린 중앙에서 공이 튀어나오면 라켓을 사용해 스크린에 맞추는 방식이었다. 테니스 연습장에서 레슨 코치가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던져주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스크린 야구장에서 타격 연습을 하는 느낌도 받았다.

라켓으로 친 공이 정확하게 스크린에 그려진 코트 안에 들어가자 ‘인(in)’이, 반대로 밖으로 나가면 ‘아웃(out)’이라는 글씨가 화면에 떴다.

조금 더 역동적으로 테니스를 치고 싶어 등급과 모드를 교체했다. 가장 높은 레벨인 숙련자로 등급을 변경한 뒤 스트로크 좌우 모드를 선택하자 왼쪽 오른쪽으로 쉴 새 없이 공이 튀어나왔다.

일대일로 랠리하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좌우로 빠르게 튀어나오는 공을 포핸드와 백핸드로 때리는 타격감이 테니스 코트에 온 기분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길 것 같았던 30분이 훌쩍 지나갔고 입고 갔던 옷은 땀범벅이 됐다.

현재 락테니스는 급증하는 수요에 발맞춰 서울 등 수도권에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락테니스 가로수길점 관계자는 “매달 점포를 운영하는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며 “특히 젊은층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골프 이어 테니스 인증 샷이 대세그의 말처럼 테니스가 인기를 끄는 중심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SNS에 테니스장을 찾아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테니스에 대한 관심 또한 자연히 높아졌다.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테니스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테니스’를 검색하면 100만여 개가 넘는 관련 게시물이 쏟아진다. 한 테니스업계 관계자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테니스는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높다”며 “게다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골프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운동량이 많아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테니스의 인기에 힘입어 당분간 스크린 테니스장 수도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근거가 현재 한국에서 스크린 테니스장 시스템을 개발·보급하는 업체들이 최근 호황을 맞았다는 점이다. 그중 한 곳이 스크린 야구장 브랜드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는 뉴딘콘텐츠다. 이 회사 관계자는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현재 창업 문의가 2020년 대비 약 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크린 테니스는 장소나 날씨와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테니스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스크린 테니스장 개수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뉴딘콘텐츠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 손영두 락테니스 대표
“테니스 인기는 이제 시작”


락테니스를 창업한 손영두 대표는 원래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테니스 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눈여겨보다 기존에 하던 식당을 접고 2019년 테니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창업 4년 만에 가맹점 수를 5개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는 “해외처럼 한국에서도 앞으로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언제 락테니스를 오픈했나.
“외식업을 접고 2019년 8월 처음 도곡점을 오픈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문을 열자말자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애초에 무인 콘셉트로 창업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무인으로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나.
“테니스는 코치들이 오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하다 무인으로 오픈하게 됐다. 특히 락테니스는 무인이다 보니 24시간 운영한다. 이용객들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언제든지 자기가 원할 때 연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창업 비용이 궁금하다.
“얼마나 스크린 테니스장 부스를 많이 만드느냐에 차이가 있는데 보통 부스 하나당 인테리어까지 포함해 8000만~1억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점주들은 매장을 어떻게 관리하나.
“매장에 키오스크를 통해 카드 결제를 하고 이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다. 점주들은 한가한 시간에 매장에 와 청소를 하면 된다.”

점포당 월 매출은 얼마나 되나.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크게 늘었다. 부스 하나당 월에 8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매출이 발생한다.”

한국에서 테니스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대규모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고 한국 선수들의 성적도 좋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테니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특히 락테니스처럼 스크린 코트와 같은 시설도 늘어나고 있어 테니스를 즐기는 인구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에서의 테니스 열풍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생각 만큼 스크린 테니스가 재미없다는 의견도 있다.
“꾸준히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는 회원들에게 자세 등을 코칭해 주는 피드백 프로그램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