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문 홍보 대행사 ‘앤서’ 조다혜·현예슬 대표 인터뷰
리조트 브랜드 아만을 소개할 때는 으레 ‘초럭셔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객실마다 전용 버틀러(집사)와 셰프가 투숙객을 밀착 관리하고 앙코르와트 등 문화유산을 개별 관람할 수 있는 특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하나의 객실이 저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넓고 철저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미국 전 대통령들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 등 세계적인 셀럽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아만이 한국 시장을 향해 공식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에 리조트를 건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소통 창구로 홍보 사무소를 개소한 것이다. ‘아만의 입’을 맡게 된 이들은 홍보 대행사 앤서다. 이곳의 조다혜·현예슬 대표는 호텔·관광청·항공사 등 여행 전반의 홍보를 도맡아 온 여행 홍보 전문가다. 이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인의 여행 트렌드에 대해 물었다.럭셔리 리조트 아만의 홍보를 신생 홍보 대행사가 맡아 주목받았다. ‘앤서’에 대해 소개해 달라.
“여행 전문 홍보 대행사에서 선후배로 만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홍보 대행사다. 이전 회사에서 페루정부관광청,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오스트리아 관광청 한국사무소, 빈 관광청, 카타르항공을 홍보하며 함께 호흡을 맞춰 왔다. 항공·숙박·관광청까지 여행업계 전반의 실무를 담당하면서 이를 전문 분야로 키워 나가고 싶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전에는 각각 알리바바닷컴 등 해외 글로벌 브랜드와 호텔의 홍보를 담당했다.”
다른 업계와 차별되는 여행업계 홍보의 특성은 무엇인가.
조다혜 “B2B와 B2C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시나 국가를 홍보한다면 소비자에게 숨겨진 여행지와 콘텐츠를 발굴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실제 예약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행업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상품 기획에까지 관여한다. 이렇게 두 분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재미있다.”
현예슬 “마케팅과 홍보의 역할이 구분돼 있지 않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의 메시지를 발굴하고 미디어와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까지 함께 맡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행지의 홍보 대사 역할을 맡는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 덕분에 우리가 만든 메시지에 따라 반응과 피드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이전 회사에서 8년간 담당했던 페루관광청이 그렇다. 처음 홍보를 맡을 때만 하더라도 페루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대중적인 목적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처음보다 한국인 입국객 수가 3배 이상 증가했고 페루관광청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여행 홍보 전문가의 장점은 뭔가.
조다혜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을 다루는 느낌이어서 더 재미있다. 매력 포인트를 발굴하고 이를 콘텐츠로 전달했을 때 돌아오는 소비자의 반응이 의약품이나 정보기술을 다룰 때와는 사뭇 다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낼 때의 보람과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현예슬 “이전에는 콘래드호텔에서 홍보를 담당했다. 같은 여행업계지만 도시와 지역을 홍보하는 일은 사람들이 직접 만지지 못하는 무형의 서비스나 환상을 홍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면서도 성공했을 때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여행 홍보 전문가로서 느끼는 한국의 여행 트렌드는 무엇인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코로나19 발발 직전은 그야말로 여행 호황기였다.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고 한국은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매월 여행자가 증가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제주도에 가느니 동남아·일본에 간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 특정 계층이 아니라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보편적인 취미였다.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다. 당시 여행 트렌드를 꼽는다면 가성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나라별로 입국 기준이 다르지도 않으니 한 번 출국하면 가능한 한 많은 인접 도시와 국가를 찍고 오는 식의 여행이 대부분이었다. 전 세계의 호텔·리조트·관광청에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홍보에 나서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상태였다.”
현재 전 세계 여행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어떤 위치인가.
“여행업계에는 일본에서 먼저 미지의 여행지를 개척하고 한국인 여행객이 오고 중국 여행객이 오면 그 관광지의 사이클이 끝난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가 많고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 해외여행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여행에 나서고 있어 각 나라에서 한국 시장을 특히 주목하고 있고 관련 예산도 많이 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 트렌드가 달라졌나.
“소규모 여행과 프라이빗한 여행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옮겨 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마음 챙김이나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여행에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보편적인 취향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찾는 개인 맞춤형 여행을 선호한다. 또 많은 곳을 이동하기보다 한 도시를 천천히 돌아보는 추세다. 그간 유튜브로 ‘랜선 여행’을 하면서 쌓였던 실제 경험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려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온리 히어 익스피어리언스’라고 하는데 오직 현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 현지 맛집 탐방은 물론이고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 등의 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등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만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여행 시장이 가장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고 프리미엄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 가려는 단계다. 특히 연초에 톱 셀레브리티 커플이 일본 나고야의 ‘아만 네무’를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한동안 한국인 여행객으로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프리미엄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단계에서 실제적인 세일즈의 성과를 확인하게 되니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아만은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다. 아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만은 일상과 떨어진 비일상에서의 휴가를 지향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입지다. 아만은 전 세계 20개국에 34개의 시설이 있는데 그중 9개 시설이 문화유산 안에 있다.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장대한 자연 풍경이나 역사적인 유산 속에서 머무르는 것 자체가 아만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정부를 7년 동안 설득한 경우도 있다.
그 덕분에 투숙객은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캄보디아의 아만 리조트에는 24시간 내내 프라이빗 가이드가 상주하고 있어 앙코르와트를 원할 때 방문할 수 있다. 리조트 밖을 벗어나지 않아도 충분한 여행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리에는 총 세 곳에 리조트가 있는데 각각 전통 마을을 모티브로 디자인하고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운영 측면에서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로 환대와 프라이버시다.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 직원이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맞이한다. 개인 집사와 셰프가 24시간 상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요구에 응한다. 리조트별로 객실 숫자도 많지 않고 객실마다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장에서도 철저하다. 할리우드의 스타들이나 미국 전 대통령, 저커버그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이유다.” 앤서의 향후 계획은 세웠나.
“지난 2년간 여행업계에 대한 홍보가 전무하다시피했다. 이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 얼굴을 맞대고 하는 소통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이런 부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한국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와 기획을 기획 중이다. 예를 들면 한강 난지공원에서 진행했던 빈의 서머 나이트 콘서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매년 6월 빈에서 열리는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난지공원에서 스트리밍으로 상영했는데 많은 이들이 참여해 즐거워해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추후에 그 나라를 찾아 직접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
김은아 SRT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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