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숨', 직전 모델 전지현 계약 3년 만에 종료하고 수지로 교체

LG생활건강이 가수 겸 배우 수지를 숨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가수 겸 배우 수지를 숨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LG생활건강)
오늘은 뷰티 쪽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패션'과 '뷰티'를 따로 놓고 보지 않으니, 뷰티도 패션의 한 영역이지요.

지난해 하반기에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모델로 블랙핑크 로제를 발탁했죠. 당시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엄마 화장품'에 웬 20대 모델이냐는 의문도 있었죠. 그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주 타깃층도 아닌 2030세대까지 설화수를 다시 보기 시작했죠.

그래서 경쟁사인 LG생활건강도 마음을 달리 먹었나 봅니다. 오늘(16일) 자사 럭셔리 브랜드인 '숨37°(이하 숨)'의 새로운 모델로 1994년생의 수지를 발탁했거든요.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수지가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전 모델인 배우 전지현을 3년 만에 교체한 건데요. LG생활건강은 2020년 2월에 전지현을 모델로 발탁하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를 통해 아시아 대표 뷰티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겠다"고 전했습니다.

숨은 LG생활건강에 중요한 브랜드입니다. 보통 업계에서 브랜드 등급을 △럭셔리 △프리미엄 △데일리 등으로 나누는데, 럭셔리 브랜드는 제일 높은 단계에 해당합니다. 가격도 비싸고요.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는 후, 숨, 오휘 등 3개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마케팅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고객 지갑은 그냥 열리지 않으니까요. 브랜드의 얼굴인 마케팅 모델로 가수보다 배우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요. 그런데, 수지는 '가수 겸 배우'거든요. 그래서 이번 결정이 꽤 놀랍습니다. 전지현과의 계약은 올해 2월 종료됐고, 재계약 대신 새 모델을 선택한 것이죠.

LG생활건강의 선택은 아모레퍼시픽의 결정과 비슷합니다. '럭셔리 브랜드에 가수를 모델로 발탁해도 될까'하는 질문에 아모레퍼시픽이 먼저 블랙핑크 로제를 통해 그 답을 줬거든요. "어, 가능해"하고요. 게다가 꽤 호평이 나왔지 않습니까. 당시 "신선하다", "새롭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지요.

LG생활건강은 변화를 싫어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브랜드 '후'의 모델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배우 이영애에서 바뀌지 않는 것만 봐도 느낌이 오죠? 그런데 이런 LG생활건강이 변하려고 합니다. 우선, 숨에서는 수지를 통해 고객층을 확대하고 젊은 소비자들을 확보할 계획인데, 관심을 끄는 것은 성공했습니다. 또 어떤 재밌는 시도를 할지 지켜보자고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