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허용된 탄소배출량은 500Gt
탄소포집, 재생에너지, 녹색 기술 개발 급선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발표된 IPCC 보고서 설명회.사진=IPCC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발표된 IPCC 보고서 설명회.사진=IPCC 유튜브 화면 갈무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에 내린 진단은 2040년까지 ‘1.5도에 이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more likely than not)’이다. 2030년까지 1.5도 이하로 지구 온도를 억제해야 한다는 파리협약을 지킬 수 없다는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셈이다.

기후변화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적응과 전환을 위한 과제는 어떠한 것인지를 다룬 ‘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판이 20일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 종합보고서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3개의 실무그룹(WG) 보고서와 2018~2019년 나온 3개 특별보고서의 내용을 포함한다. IPCC의 보고서 승인은 회원국들이 해당 내용을 한 줄씩 검토한 후 모두 동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총회에서는 195개 IPCC 회원국이 참여해 글로벌 합의로써 무게가 실렸다.

6차 평가주기 IPCC를 이끈 이회성 의장은 “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의 가장 큰 도전과 기회는 5차 평가보고서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높아진 점과 정부 및 기타 행위자들이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43% 감축해야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 기후변화에 대한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보고서에서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탄소배출량은 500Gt. 2도 미만을 가정해도 1150Gt이다. 온난화가 심화되면 손실과 피해는 더욱 큰 규모로 증가할 것이며 많은 인간과 자연이 적응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는 7년 뒤인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2도로 범위를 넓혀도 27%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보다 2Gt 정도 줄어든 57Gt 정도로 예상된다.

각국이 COP26 때까지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토대로 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보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이번 세기 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각국이 NDC를 상향하지 않고 이후에 배출량이 늘어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중앙값)이 2100년까지 2.8도(2.1~3.4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차 워킹그룹은 꾸준히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과 앞으로의 전환 방식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왔다. 제3워킹그룹 보고서(WG3) 상에서는 인류 역사상 2010년~2019년 사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례없이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2워킹그룹 보고서(WG2)에서는 전세계 33~3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IPCC는 근미래에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화돼 2021년에서 2040년 사이 지구 온도가 1.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자료=기상청
IPCC는 근미래에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화돼 2021년에서 2040년 사이 지구 온도가 1.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자료=기상청
지금 아니면 기회는 줄어들 것

6차 보고서의 우려대로 기후탄력적 개발의 이행가능한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탄력적 개발의 경로 전환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넷제로’ 상태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넷제로란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인 상태로 실질적인 배출량을 줄인 것을 의미한다.

지표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9년 기준 43%를 감축해 2050년 초반에 넷제로를 달성하는 경우다. 2도로 제한하려면 같은 기간 2019년 기준 27%를 감축해야 한다. 이 경우 2070년 초반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 전기화, 에너지 효율성 상승, 재생에너지 전환 등이 제시됐다.

홍윤희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약 1.8도 상승했다. 특히 앞선 70년에 비해 최근 30년간 기온 상승이 가속화된 추세를 보이며 1.1도 정도 올랐다”며 “특히, 한국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산업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녹색 기술 개발 및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나온 6차 보고서는 11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논의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IPCC 평가보고서가 6~7년 주기로 발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보고서는 2030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체수석으로 참여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유엔기후변화 협상 등 국제 주요 기후협상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를 비롯하여 과학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간 IPCC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큰 영향력을 발휘해 온 만큼 앞으로도 그 역할과 중요성이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