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실패 시 손실 때문에 합병 강행할 유인 커…합병 대상 기업 신고서 꼼꼼히 따져야

증권사만 돈 버는 ‘스팩’ 명암…개인보다 5배 더 벌었다[마켓인사이트]
스팩(SPAC : 기업 인수 목적 회사) 전성시대다. 3월부터 두 달 동안 10개의 스팩이 공모에 나선다. 매주 1개 이상의 스팩이 나오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스팩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상장 후 스팩의 주가가 부진한 데다 금리 상승으로 예·적금의 수익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 경쟁률이 낮을수록 적은 돈으로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이득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회사와 합병에 성공한다면 평균 6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스팩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봤다.◆스팩 상장 건수 작년 45건…2년 새 두 배 증가
스팩은 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비상장 기업은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할 수 있다. 투자자는 스팩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인수·합병(M&A)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020년 기업공개(IPO) 호황기 삼성증권의 스팩이 상장 후 공모가(2000원) 대비 주가가 5~6배로 치솟으면서 스팩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증권사들도 잇달아 스팩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투자 안정성이 높은 스팩의 IPO 실적은 빠르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스팩의 IPO 합병 동향과 투자자 유의 사항’에 따르면 스팩의 IPO 건수는 2020년 19건에서 2021년 25건, 지난해 45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40여 건의 스팩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스팩의 IPO 규모는 평균 90억원으로 나타났다. 일반 투자자의 투자 단가인 공모가는 통상 2000원이다. 반면 스팩 설립 시 발기인 역할을 하는 스폰서의 투자 단가는 공모가의 절반인 1000원이다. 보통주 외에 전환 가격 1000원인 전환사채(CB) 형태로 스팩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스팩의 대표 발기인이자 IPO 인수인, 합병 자문인으로 스팩의 설립·경영·합병 등 전반을 주도한다. 스폰서는 대표 발기인인 증권사 외에도 벤처캐피털·투자운용사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 후 주식 시장에서 매매를 통해 스팩에 투자하게 된다.
스팩 IPO와 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대부분 공모가의 절반 가격에 스팩을 취득할 뿐만 아니라 합병 성공에 따른 조건부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유인이 크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스팩의 IPO 후 지분율은 평균적으로 스폰서 10.5%, 기관 73.7%, 일반 투자자 15.8%다. 증권사(대표 발기인)가 인수인으로 참여해 건당 3억원 또는 공모 금액의 3%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인수 수수료의 절반은 상장 즉시 받고 나머지는 합병이 성공하면 받는다.◆일반 투자자 수익률 62% vs 주간사회사 269%
스팩 합병 대상 법인은 기계·부품 제조 등 다양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금융감독원이 2019년부터 지난해 9월 중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대상으로 지분 가치를 평가한 결과 평균 748억원으로 나타났다. IPO 규모의 약 8.4배다. 2021년 685억원에서 2022년 1037억원으로 51.4% 증가했다.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 시가 대비 할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은 본질 가치 대비 할증하는 경향이 있다. 상장 법인인 스팩은 최근 1개월간, 1주일간, 최근일 종가의 산술 평균을 구하지만 비상장 법인인 합병 대상 법인은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를 1과 1.5로 가중 산술 평균을 구해 평가한다. 스팩 1주당 배정되는 합병 대상 법인의 주식 수가 감소해 스팩 주주의 합병 후 지분율이 하락하게 된다. 증권사는 통상 합병 자문사 역할도 함께 수행해 합병 성공 시 평균 투자 금액(9억4000만원)의 40.9% 수준인 3억8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IPO 시점에 수령한 50% 인수 수수료를 포함하면 투자 금액의 56.3%인 평균 5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기관투자가는 공모 참여 후 95.4%가 합병 전 주식을 처분했다. 전량 처분한 비율도 88.0%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합병 주주 총회 시 의결권 비율은 24.4%에 불과했다.

스팩은 손실 가능성이 낮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수단이다. 합병 성공 시 일반 투자자는 투자 원금의 62.1%의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인 54건 중 42건은 합병 신주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았고 나머지 12건은 밑돌았다. 이들의 평균 손실 금액은 10억원으로 12.7%의 손실을 보였다.

스팩 설립에 참여한 스폰서는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투자 원금의 210%의 이익을 냈다. 취득 가격이 일반 투자자의 절반인 1000원 수준이어서 합병 시점에서 주가가 이를 밑돈 사례는 1건밖에 없었다. 스폰서 중 대표 발기인인 증권사는 투자 이익뿐만 아니라 인수·자문 수수료 등도 수령해 최종적으로 268.7%의 이익을 거뒀다.

다만 스폰서는 스팩이 청산되면 일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는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면 공모 금액의 90% 이상인 예치·보유 재산을 우선 지급해 원금 손실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스폰서는 후순위로만 잔여 재산을 청구할 수 있어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 해산된 스팩 24건 중 평균 스폰서 손실액은 3억원, 최대 4억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만 돈 버는 ‘스팩’ 명암…개인보다 5배 더 벌었다[마켓인사이트]
◆합병돼도 손실 날 수 있어…투자 유의해야
최근엔 공모 금액이 수백억원이 이르는 대형 스팩이 청약에서 미달되거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공모 금액 70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 스팩 중 대어로 꼽혔던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코스닥 상장 첫날인 3월 15일 시초가(9370원)가 공모가(1만원)보다 낮게 형성됐다. 올해 상장한 스팩 중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첫 사례다. 이 스팩은 일반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공모 금액 400억원 규모의 KB24호스팩도 3월 9일 기관 수요 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다.

스팩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증권사들은 후속 스팩을 잇달아 결성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2월 공모 금액 170억원 규모의 유안타스팩13호를 상장시킨 데 이어 유안타스팩11호(공모금액 150억원)의 상장을 추진한다. 작년 말 한 차례 수요 예측 실패로 철회한 뒤 재도전이다. 키움증권은 작년에 약 4년 만에 스팩 상장을 재개했다. 올해 130억원 규모의 키움스팩8호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그동안 상장시킨 스팩 중 가장 큰 120억원 규모의 스팩 상장에 도전한다.

금융 당국은 스팩을 통해 일반 투자자가 인수·합병(M&A)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스폰서의 스팩 주식 취득 가격이 일반 투자자가 IPO 시 취득한 주식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손실이 발생하고 자문 수수료 등 합병 성공 조건부 수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상장 법인을 엄정하게 평가하기보다 합병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일반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가들이 스폰서를 견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관투자가들은 IPO 배정 주식을 합병 전에 대부분 처분해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합병가액 산출 근거, 합병 자문인 과거 자문 내역 및 합병 후 주가 현황,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비율 등을 합병 신고서 등을 통해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스팩 투자와 비상장 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투자 시 스팩의 성격과 특성에 대해 알고 합병 신고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