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사업실 IP브랜드팀 인터뷰
[지금은 세계관의 시대] 카카오프렌즈의 이모티콘 캐릭터들은 처음에는 메신저 안에 사용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맏형 격인 라이언은 2016년 1월 소개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카카오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여기에 카카오는 라이언에게 깊이 있는 서사를 부여하고 카카오프렌즈만의 색다른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2020년 7월 라이언과 관계된 춘식이란 캐릭터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춘식이는 라이언이 길거리에서 데려온 고양이 캐릭터로, 카카오는 이 둘에 ‘집사와 반려묘’라는 관계성을 부여했다. 이 두 캐릭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주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8년 12조원대였던 한국의 캐릭터 산업의 시장 규모가 2023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2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릭터의 힘을 느낀 수많은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성공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비법을 알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카카오가 어떠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통해 세계관을 만드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이승윤 건국대 교수(이하 이승윤) 카카오가 정보기술(IT) 회사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IT는 나이키나 스타벅스와 달리 물성이 없으니 캐릭터의 역할이 특별히 큰 것 같습니다. 카카오 캐릭터가 어떤 가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나요.
최선 IP브랜드팀장(이하 최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처음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라는 도구로 감정을 나타내며 소개되기 시작했어요. 카카오톡은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이기 때문에 캐릭터도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죠. 대중이 다른 캐릭터와 달리 카카오프렌즈를 기업의 앰버서더로 받아들이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도 캐릭터 세계관을 발굴할 때 카카오라는 플랫폼 회사에서 IP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요.”
이승윤 라이언 이후 새롭게 등장한 춘식이 캐릭터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라성민 IP크리에이티브파트장(이하 라성민) “카카오프렌즈가 이모티콘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캐릭터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외형적 귀여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이 캐릭터를 좋아할 이유를 만들어 주자’고 생각했죠. 라이언은 표정이 다양한 캐릭터가 아니라 라이언이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함께 보여주면서 친구 같은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죠. 그리고 여기에 캐릭터의 일상·세계관·스토리 등 사람들이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승윤 툰을 통해 꾸준히 캐릭터 스토리를 전달한 것 같은데,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라성민 “라이언 이후 새로운 IP를 등장시키는 게 내부에선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대대적 홍보 대신 라이언이 고양이를 줍게 되는 이야기를 툰으로 만들어 즐기게 했죠. 이야기 속에 집사와 고양이라는 관계성을 녹여 팬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김혜인 IP브랜드마케팅파트장(이하 김혜인) “팬들은 ‘내가 라이언처럼 초보 집사라면 이 고양이를 어떻게 키울까’를 생각하면서 함께 댓글로 먹이와 장난감을 고르고 이름도 지었죠.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춘식이는 사실상 팬들이 키운 캐릭터예요.”
최선 “이후에도 스토리툰을 기반으로 춘식이의 아이덴티티(고양이)는 물론 카카오프렌즈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성으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갔어요. 라이언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해 카카오페이지 연재로 확장하며 툰을 소비할 수 있는 접점을 넓혔어요. 대중에게 ‘스토리 IP’로 새로운 포지셔닝을 한 거죠.”
이승윤 툰 중심 ‘스토리 지식재산권(IP)’에서 라이언&춘식(라춘듀오)의 ‘인플루언서 IP’로 확장한 게 눈에 띄는데 하나의 IP로 성격이 다른 두 활동을 기획하며 고민한 점은 무엇인가요.
최선 “캐릭터 팬덤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어요. 대중적으로 팬덤을 키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아이돌과 그 팬덤을 연구하게 됐어요. 한 아이돌이 기획되고 준비 기간을 거쳐 시장에 탄생하고 유명세를 얻는 과정이 우리가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죠.”
김혜인 “내적 흥이 있지만 무표정한 라이언과 표정도 다양하고 끼가 넘치는 춘식이가 K팝 커버댄스를 춘다면 재미있게 봐 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돌처럼 ‘라이언&춘식’이라는 듀오를 만들었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하며 무대 의상도 같이 고르고 팬클럽 명칭도 지었어요. 기획사 파트너십으로 아이돌이 라춘듀오와의 만남을 인증하며 세계관에 현실적 재미들을 더했죠.”
최선 “그 덕분에 캐릭터의 대중적 인지도가 넓어진 것 같아요. 우선 아이돌 기획사에서도 연락이 많이 와요. 지난해에는 더현대서울에서 ‘라이언&춘식’ 오프라인 컴백쇼 행사를 열었어요. 당시 8만3000명의 팬들이 방문해 여러 이벤트를 즐겼고 SNS 인증 샷도 많았어요. 팬들이 카카오프렌즈의 세계관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공감해 주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이승윤 캐릭터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인플루언서로 성장시키는 세계관 확장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인 게 느껴지네요. 이런 작업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최선 “저는 그냥 ‘실행’ 같아요. 계속하는 거요. 툰도 2년 반 동안 매일매일 했어요. 라춘도 캐릭터가 인플루언서화된다는 것이 미지의 영역이었죠. 악플이 달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계속하면 어느 순간에 알아봐 주는 것 같아요. 팬들이 끊임없이 캐릭터와 교감하도록 계속 실행하는 것이 핵심 같아요. 전보다 조금 더 나아지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라성민 “저는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이 캐릭터들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잖아요. 우리는 형태만 있고 스토리가 없었던 IP이다 보니 사람들을 몰입시킬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김혜인 “두 분의 의견이 제가 마케팅에서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결국 세계관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IP 중심으로 생각을 하거든요. 이슈화하든, 남들이 좋아할 만한 밈을 하든, 캠페인을 하든, 영상을 만들든 그 바탕엔 IP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춤을 출 때도 라이언은 표정이 없는 캐릭터라 절대 웃지 않고 춘식이는 끼가 넘치고 잔망스러운 모습이 잘 나타나야 돼요. 우리는 이런 것을 중심으로 팬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시작은 IP의 오리지널리티고 그 끝은 실행이라고 봐요. 그래야 마케팅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승윤 세 분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명확하게 잘 나타난 것 같습니다. 향후 준비 중인 활동 계획이 있나요.
김혜인 “올해는 춘식이가 카카오프렌즈로 합류한 지 3년이 되는 해예요. 3주년 기념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먼저 코엑스메가박스에서 3월 24일 1200명의 팬들을 초대해 ‘춘식이 팬미팅’을 열었어요. 그간 라이언과 춘식이의 세계관을 만들어 온 소중한 분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죠. 춘식 팬덤 그 자체가 캐릭터를 좋아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도록 브랜딩 경험을 함께 나눴어요.”
최선 “‘춘식이가 라이언을 만나기 전 무엇을 했을지’에 대한 기획에서 시작된 춘식 애니메이션 '도도도 춘식이'도 4월 11일 카카오TV를 통해 공개합니다. 사실상 춘식 세계관의 완결판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5월 3일에는 춘식이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은 춘식툰 단행본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기존 캐릭터 비즈니스가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드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통해 계속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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