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ESG 리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설비. 현대차는 이 설비로 연간 1만3000㎿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설비. 현대차는 이 설비로 연간 1만3000㎿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한국 탄소 중립 정책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면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행 방안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국가가 탄소 중립 및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국은 새로운 발전원을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송·배전망의 확충이 더디고 발전원 간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까지 가중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외면하고 2035년 이후에나 겨우 상용화할 기술을 가지고 탁상공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해 우리 세대가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물리적 타격을 받을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장 뭘 해야 할까. 특히 민간 기업이나 각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정부가 집행하는 정책 수단 외 어떤 감축 수단을 갖고 있을까. 미래가 궁금하다면 고개를 들어 지붕을 한 번 바라보자.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건물 옥상은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우리는 이 공간을 활용해 지붕형 태양광이 생산하는 청정 전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을 당장 1년 안에 시작할 수 있다.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것도, 당장 송·배전망을 보강해야 하는 것도, 별도의 토지가 필요한 것도,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잠재력 큰 지붕형 태양광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에서 국가 지리 정보 시스템과 일사량 정보를 활용해 건물 옥상에 설치할 수 있는 지붕형 태양광의 잠재량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분석 결과 일반 건물에는 약 35GW, 산업 단지 내 건물에는 약 7GW의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고 이들이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은 2030년 한국 연간 전력 소비량의 약 10%에 달한다.

이 결과는 모든 건물의 옥상 가용 면적의 25%만 활용하는 보수적 가정에 기반하며 일반 건물 중 옥상 면적 200㎡ 이하의 소규모 주택은 제외한 것이다. 또 산업 단지는 단지 내 유휴 부지나 주차장에 설치하는 태양광은 제외한 수치다. 실제로 최근 대구광역시에서 단지 내 유휴 부지 활용을 포함한 1.5GW의 산업 단지 지붕형 태양광 사업 추진을 발표한 사례를 보면 유휴 부지를 적극 활용하면 향후 산업 단지 내 태양광 잠재량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일반 토지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용량이 2022년 기준 약 20GW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지붕형 태양광의 잠재량은 한국의 단기적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제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는 지붕형 태양광과 같은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가 연간 0.4GW씩 선형 비율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며 2030년에는 약 6.5GW 수준이 누적 보급될 것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그간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 지붕 활용과 관련한 각종 규제로 인해 정책 결정자들이 지붕형 태양광의 자생적 보급에 크게 기대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부 중앙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지붕형 태양광 보급이 지수 함수적 추세로 전환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설치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시대

최근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애 평균 발전 단가가 kWh당 160원 정도 하는 지붕형 태양광과 일반 건물과 공장의 전기요금(kWh당 130.5~166.6원, 2022년 11월 기준 한국전력공사 통계)의 골든 크로스가 시작됐다. 지난 1월 전기요금이 한 번 더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이제는 경제적 요소만 따지면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시대다.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인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현 정부로서도 연이은 전기요금 상승에 대응해 자영업자나 중소·중견 제조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서 지붕형 태양광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효과적인 물가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전기요금 상승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지붕형 태양광의 사업성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일반 건물이 아닌 산업 단지 지붕형 태양광은 조금 더 복잡한 이슈가 남아 있다. 특히 산업 단지 지붕을 제삼자인 발전 사업자에게 임대하면 지붕 아래 공장의 주인이 바뀌어도 태양광 설비의 수명 기간 동안 발전 사업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추가적 구조물 하중 증가에 취약한 노후 건물은 보강 공사에 소요되는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지자체에서 적극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는 영역의 것들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역 장벽이 되는 시대,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전 국민이 신음하는 시대에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고개를 들어 지붕을 다시 한 번 바라보자.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사단법인 넥스트 대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27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