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SG포럼 '미국의 지속가능 에너지 경쟁력과 정책 동향' 발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정책의 중요성 강조

존 번 교수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재생E 정책 중요"
"지속가능 에너지가 실현되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정치적인 변화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정책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죠."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는 지난 27일 한국ESG연구소와 한국기후환경연구원이 개최한 KRESG포럼에서 이 같이 말하며 '미국의 지속가능 에너지 경쟁력과 정책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기후위기는 실제 닥쳐오고 있다. 존 번 교수에 따르면 2005년 대비 2021년 북미에서는 허리케인과 홍수, 가뭄 등이 급증했으며 이에 대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대비를 할 수 있을까. 존 번 교수가 제시한 장표의 그래프에서는 2014년 대비 2020년 북미 그린본드 마켓에서 빌딩, 에너지, 수송(운송)의 순으로 채권발행이 이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존 번 교수는 "북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그린본드 마켓을 보면 대부분 투자가 채권 파이낸싱을 통해 되고 있다. 그러려면 채권의 수익 보장이 되어야 하고, 채권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보면 2025년 1조3000억달러를 들여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존 번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 기업이 아니더라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이루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편화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존 번 교수가 제시한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정책은 2022년에 나온 IRA법이다. IRA는 4000억달러 재정지원을 통해 지속가능에너지로의 전환과 에너지 절감을 선언한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법이다. 정부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액션을 취하고 있는데, 하나는 넷 미터링으로 전기생산자가 자신이 분산전원으로 생산한 전력의 일부를 전력회사에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가정이나 공장에서 지붕형 태양광 등 분산전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비율(RPS)로 주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의무구매하게 하는 제도다. 세 번째는 에너지향상효율의무화제도(EERS)로 주 정부가 고효율 설비를 사용하게 하는 제도다. RPS와 EERS의 경우 10년에서 30년 사이 스케줄을 두고 활용하도록 해 장기적인 플랜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존 번 교수는 "한화솔루션의 경우 애틀란타에 PV공장을 세워 세액공제를 받았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IRA법 적용 사례"라며 "특히 LA나 워싱턴DC의 경우 RE100 달성 목표 연도를 제시하는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이처럼 지방정부에서의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이어 전의찬 세종대 기후특성화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센터장, 이유수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이재일 세종대 교수가 참가한 가운데 토론회가 이어졌다.

토론에서 미국 RE100 세제혜택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존 번 교수는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정책 인센티브 보조금으로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라며 "공공부문에서 어느 정도 재생에너지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존 번 교수는 "메사추세츠의 경우 한국보다 일조량이 적고 기온이 낮은 지역이지만 캘리포니아와 같은 정책을 쓰고 있다"라며 "재생에너지 사용 장려가 자연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수요를 견인하기 위한 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의 정치적 변화로 인한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존 번 교수는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의 변동성은 있지만,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라며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작동하게 하기 위해 탑다운이 아니라 지방 커뮤니티 차원에서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이와 같은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풍력사업이 태양광에 비해 적은 이유가 주민수용성 여부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상훈 이사장은 "영국에서도 육상풍력 자원이 좋지만, 영국 국민들의 인식이나 주민들의 생각 때문에 육상풍력자원을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해상풍력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독일도 수용성 문제에 막혀 풍력발전단지 설치나 송전선로 건설에 어려움을 겪어 지금까지 지붕태양광에 치중해 있었고 이제 농경지나 수면을 이용할지 고민 중으로 다른 나라도 수용성과 관련한 고민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이익공유제도를 확대해 주민수용성을 바탕으로 지자체와 정부가 계획입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풍력발전촉진특별법이 조만간 입법될 예정인데 정부가 해상풍력의 입지를 잡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농형태양광에 대한 질문에서 이상훈 이사장은 "영농형태양광에서는 태양광 소득이 높아지면 영농을 포기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만드는 과제가 있다"라며 "또 농지소유자뿐 아니라 임차농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임대농에게 수익을 나눌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해 이유수 본부장은 "전통설비에서 재생에너지가 계통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간헐성 문제가 나타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하절기나 동절기뿐 아니라 햇빛이 많은 봄철이나 가을철, 휴일에 과잉공급이 일어나는 문제가 있다"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하루전 시장만 있었지만 외국에서처럼 실시간으로 거래가 될 수 있도록 보조서비스 시장을 2025년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