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영국의 에너지전환 시사점 웨비나
"가스브릿지 없이 풍력이 대체...탄소가격하한제도 등 도움"

사단법인 넥스트가 주한 영국대사관, 영국 엠버(Ember.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와 함께 ‘영국의 에너지전환이 우리나라 전력계통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지난 24일 오후 2시 웨비나를 개최했다.

먼저 필 맥도날드 엠버 상무이사가‘영국 석탄발전 퇴출의 역사와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 발표한 뒤 송용현 넥스트 부대표가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 실현을 위한 영국의 계통혁신 전략’을 소개했다.

영국은 2010년 28%였던 석탄 발전비중을 2021년 2.1%까지 줄였고, 감소한 석탄 발전량을 풍력 발전으로 메웠다. 2010~2021년 영국의 풍력 발전 비중은 3%에서 25%로 크게 늘었다. 필 맥도날드 엠버 상무이사는 "영국은 기후변화법을 만들어 명확한 기한을 제시해 2024년 석탄 퇴출, 2025년 클린에너지로의 전환을 이행했다"라며 "초기에는 가스발전으로의 치중을 우려했지만, 가스가격이 비싸지면서 풍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탄소가격하한제도(carbon price floor, CPF)를 시행해 이것이 전환에 큰 도움이 됐다. CPF를 시행하면서 CO2 톤당 탄소가격이 9파운드에서 18파운드로 2배 상승해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이 낮아졌다. 이처럼 탄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제도가 명확한 신호를 주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저탄소 보장 가격을 제공하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제도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CCfD는 일정 기간 동안 정부가 기업에게 고정된 탄소 가격을 보장해줌으로써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주는 지원 매커니즘이다. 즉 배출권 가격이 경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생산단가의 증가를 보전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같은 결과로 풍력 터빈 효율성이 올라가 터빈이 한번 돌 때마다 한 집의 1년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향상됐다. 필 맥도날드 상무이사는 "영국에서는 가스 브릿지(화석연료의 완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전에 가스발전을 징검다리로 용인하는 것) 없이 생각보다 빨리 전환했다"라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국내에서 만든 태양광과 풍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용현 부대표는 "영국은 기존에 송전선로를 먼저 만들고 발전기를 연결했다면 이후에는 선로에 물리고 계통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5년 정도를 앞당겼다"라며 "이와 함께 해상풍력 라이선스 절차 간소화 및 기간 단축을 통해 해상풍력의 확대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패널토의에서는 김승완 넥스트 대표가 좌장을 맡아 맥도날드 상무이사와 송 부대표, 신영균 한전경영연구원 그리드정책연구팀장, 윤혁준 전력거래소 계통개발팀장이 의견을 나누었다. 패널토의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국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이 오갔다.

김승완 대표는 "속도의 문제이지 우리나라도 영국과 비슷한 길을 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속도를 더 앞당겨서 에너지전환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라며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려는 주체와 안정적으로 전력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주체가 서로 다른 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