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초대는 거절 불가능... 사용자 늘어나면서 사적인 기능 분리하라는 목소리 커져

[이명지의 IT뷰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사진=한국경제신문)
아마 국민 대부분이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메신저 카카오톡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4763만7000명입니다. 한국의 인구 수가 5155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전 국민의 92.3%가 카톡을 사용하는 셈이죠.

카카오톡이 일상생활로 파고들면서 회사 단톡방, 오픈채팅 등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불편한 점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불편함은 카카오톡이 번호만 알면 누구나 다 친구로 추가할 수 있는 메신저라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내가 프로필 사진을 굳이 보고싶지 않은 사람도, 불특정 다수에게 오는 대화 요청도 거절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나마 카톡이 내놓은 ‘멀티 프로필’로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습니다. 저의 경우도 친한 지인들과 일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나눠서 프로필을 설정해 뒀는데요, 아마 업무용 스마트폰이 따로 없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이렇게 해두지 않았을까요?

멀티 프로필 말고도 유저들이 카톡에 “제발 만들어달라”고 성화인 기능들이 몇 개 더 있었는데요. 한 가지는 우선 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톡은 최근 진행한 업데이트를 통해 ‘그룹 채팅방(단톡방) 참여 설정’을 정식 기능으로 반영했습니다. 예전에는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단체방에 초대가 가능했는데 이 기능을 제한한 거죠.

새로 업데이트 된 기능에 따라 카톡 친구로 등록돼 있지 않은 사람이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을 땐 거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단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초대되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여전한 아쉬움은 남아 있습니다. 카톡 친구인 사람이 단체채팅방에 초대할 때는 기존과 동일하게 초대가 이뤄진다고 하네요. 여전히 친구목록에 있는 친구의 초대는 거절이 어렵다는 거죠. 최근 단체 카톡방에 특정 유저를 가두는 ‘카톡 감옥’이 학교폭력에 사용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단체 카톡방에 초대받지 않을 권리는 친구목록에 있건 없건 모두에게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카톡 유저들에게 카카오톡 채팅방의 몇 가지 기능은 여러 원성을 자아냈는데요 대표적인 게 이러한 강제 초대와 조용히 나가기입니다.

손절한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 퇴사 후 나가야 하는 업무용 단체방, 잊을만 하면 강제로 초대 하시는 시댁 단톡방 등 꽤 불편한 단톡방들이 많죠? ‘ㅇㅇ님이 나가셨습니다’라는 알림 없이 몰래 나갈 수 있는 기능을 제발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이 많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죠.

이러한 바람이 곧 이뤄질 수도 있는데요. 지난 2월에는 단체 톡방을 조용히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카톡 조용히 나가기’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용자가 단체 대화방을 나갈 때 대화방에 속한 다른 이용자들에게 이를 노출시키지 않게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카카오톡은 이미 유료 서비스인 ‘팀 채팅방’에서는 몰래 나가기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무료 서비스인 일반 단톡방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MZ세대, "선물 펀딩 기능" 만들어달라고?

이 밖에도 유저들이 불편해하는 카카오톡 기능은 무엇이 있을까요? 카톡 프로필을 바꾼 친구들을 따로 보여주는 ‘업데이트한 친구’ 기능에 대한 불만도 있었습니다. 내가 바꾸고 싶어서 바꾼 프로필 사진인데 너무 자주 바꾸는 것처럼 상대방한테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있었죠.

‘선물하기’에 대한 아쉬운 소리도 있었습니다. 저의 후배 기자는 이번 생일 때 샤넬 립스틱만 6개를 받았다고 해요. 원룸에서 사는데 춘식이 인형만 8개를 받아 ‘처치 곤란’이라는 네티즌도 있었죠. 그래서 MZ세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선물 펀딩’ 기능을 도입해달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원하는 선물을 살 수 있게 특정 금액을 카톡을 통해 친구들이 조금씩 모아주는 거죠.

카톡 목록에 원하는 사람만 넣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방법은 있습니다. 연락처를 저장할 때 앞에 ‘#’을 넣으면 친구 추가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여기서 더 한 걸음 나아가 카카오톡 친구를 원하는 사람만 불러올 수 있는 기능 자체가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카톡이 우리 생활에 퍼진 만큼 스미싱이나 ‘카톡 감옥’ 등 카톡의 기능을 부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국민 메신저’라는 명칭을 갖게 된 카카오톡이 광고를 비롯한 수익 모델에 골몰하는 만큼 유저들의 불편함도 개선해 주는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 건 무리일까요?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