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서점이 품은 코발트블루빛 통영 바다
운명적 상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속 한 장면이다. 주인공 현채(배두나 분)에게 책은 러브레터이자 꿈꾸던 로맨스를 이뤄줄 매개체다. 봄이 내린 듯 샛노란 개나리색 벽의 책방을 마주한 순간 현채를 떠올렸다. 이곳이구나. 책을 향한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 ‘다음엔 이 책을 펼쳐보라’며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네가 너무 좋아, 봄날의 곰, 아니 책방만큼서울에서 콘텐츠 회사를 운영하던 정은영 봄날의 책방 대표에게 밤낮없이 몰아치는 도시의 일상은 당연한 일이었다. 과로로 건강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는….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에는 틈이 필요했다. 정은영·강용상 부부는 전국을 돌며 한 달살이를 시작했고 남쪽 끝 통영에 정착했다.
통영에서 받은 위로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콘텐츠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한 두 사람은 2011년 출판사 ‘남해의 봄날’을 냈다. 남해의 봄날은 인문·사회·예술·에세이 분야의 책을 중심으로 흘러 흘러 구전돼 오는 이야기부터 사라지면 안 될 지역의 빛나는 이야기들을 종이에 엮어 낸다.
2014년 전혁림미술관 옆 방치된 주택을 개조해 ‘봄날의 책방’을 열었다. 책 모양의 아기자기한 간판부터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알록달록한 외관까지 강 대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처음에는 13㎡(4평)짜리 방 한 칸에 불과했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늘어나며 66㎡(20평) 정도로 집 전체가 책방으로 바뀌었다.
통영대교를 건너면 고향을 향한 순애가 가득했지만 끝내 살아 통영 땅을 밟지 못한 비운의 음악 거장 윤이상이 기다린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교과서에서 한 번쯤 들여다봤을 법한 익숙한 시를 노래한 유치환의 청마거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통영을 되새기기 좋은 박경리 기념관 등도 필수 코스다. 흐르는 예술의 물결 속에서 통영의 봄은 깊어만 간다.
박소윤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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