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단기 조정 가능성 있지만 실적 발표 후 주가 하락하면 매수 기회 될 것"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챗GPT의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올해 90% 넘게 상승했다. 빅테크 중 가장 돋보이는 수익률이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4월 4일 기준 274.53달러에 마감돼 지난해 3월 말 기록한 전고점(289.46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급등한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은 엇갈린다. 엔비디아 거품이 곧 꺼질 것이란 우려와 인공지능(AI) 반도체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공존한다. 투자자들이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그래서 엔비디아 지금 사도 되나요.”2021년 최고가는 329.85달러
올해 90% 오른 엔비디아, 지금 사도 되나요?
빅테크 기업이 새 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들썩인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에는 메타버스와 자율 주행 열풍을 타고 엔비디아가 날아오른 적이 있다.

2021년 11월 엔비디아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329.8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도 이때 세운 최고가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당시 좋은 실적을 낸 데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메타버스·자율 주행 기술이 상용화되고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엔비디아의 주가를 자극했다.

엔비디아는 시스템 반도체인 GPU 1위 기업이다. GPU는 기계의 두뇌 역할을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연산하고 학습하는 역할을 한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동시에 복수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GPU는 당초 비디오 게임의 그래픽 출력 장치로 주로 쓰였지만 이런 연산 특성 때문에 AI 연산, 암호화폐 채굴, 데이터센터, 자율 주행차 등으로 응용처가 확장됐다.

CPU에서 GPU로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넘어간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CPU의 최강자 인텔의 시가 총액을 처음으로 따라잡은 것은 2020년이었다. 지금은 엔비디아가 시가 총액이 6780억 달러를 기록해 인텔의 6배가 넘고 테슬라(6034억 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월 5000만원’ 슈퍼컴퓨터 구독 서비스 내놔
미국 엔비디아 본사 로고./연합뉴스
미국 엔비디아 본사 로고./연합뉴스
올해는 챗GPT를 필두로 하는 생성형 AI 경쟁을 타고 고공 행진 중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방대한 문서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처럼 답하는 챗봇이다. 챗GPT가 로스쿨 시험도 합격할 만큼 똑똑해진 데는 엔비디아의 공이 컸다. 오픈AI는 챗GPT의 학습에 1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A100’ GPU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비디아는 올해 어느 기업이든 생성형 AI를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엔비디아 연례 콘퍼런스인 ‘GTC 2023’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슈퍼컴퓨터 구독 서비스를 공개했다. 슈퍼컴퓨터 설비가 없는 기업도 월 구독료만 내면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초거대 AI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개별 기업이 AI 기술을 필요한 만큼 구축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다. 이 서비스 이름은 ‘엔비디아 DGX’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체 서버를 구축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AI를 개발해 왔다. 하지만 엔비디아 DGX를 활용하면 하드웨어 장비와 일부 소프트웨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 대신 구독료가 월 4800만원(3만6999달러)이다.

엔비디아는 AI 파운데이션 모델도 선보인다고 밝혔다. 개발 능력이 부족한 회사들이 초거대 AI를 구축할 수 있게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나 공개 소스로 초거대 AI 모델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황 CEO는 이 기술들을 공개하며 엔비디아가 “AI에서 아이폰의 파급력을 가진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적 발표 후 주가 조정이 매수 기회 될 수 있어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 세계 기업이 AI 시장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군비 경쟁’을 펼칠 때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엔비디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BoA는 AI 수혜주 ‘톱픽’으로 엔비디아를 꼽기도 했다.

AMD와 인텔이 엔비디아의 GPU 점유율을 따라잡기 위해 여러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엔비디아만큼의 경쟁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체 불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상향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권사들은 5월에 있을 1분기 실적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가가 급등한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이 60배 수준이라 싸다고 하기는 어려워 차익 실현 욕구가 증가할 수 있다”며 “향후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이 증가하고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AI 반도체가 포함된 데이터센터의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엔비디아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4분기 전체 매출은 시장 전망치보다는 높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0.8% 줄었다.

반도체가 침체 사이클에 접어들었고 경기 침체로 인한 글로벌 IT 수요 위축이 실적 감소의 원인이었다. 재고 자산도 크게 늘었다. 1월 말 결산 기준 엔비디아의 재고 자산은 51억5900만 달러(약 6조6900억원)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AI 반도체가 포함된 데이터센터 사업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36억1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32억6300만 달러 대비 10.8% 증가했다. 전체 실적은 오히려 감소했음에도 AI 사업부문의 수익성 강화가 확인되면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5월로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오히려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하반기는 돼야 회복될 것으로 보여 상반기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고 실적 발표 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 조정이 오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