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적자 1191억원으로 56.2% 확대... 콘텐츠 제작에 투자 늘렸지만 성공 여부는 '글쎄'
[이명지의 IT뷰어] CJ ENM의 OTT인 ‘티빙’은 치열해진 토종OTT 경쟁에서 단연 선두에 있는 플랫폼니다. 이유는 모기업 CJ ENM 덕분이죠. 대기업을 뒷배로 두고 있어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그간 CJ ENM이 다져 온 ‘K-콘텐츠’ 제작력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녹아낼 수 있을 것이라 봤습니다.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2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88.2% 성장했습니다. 이는 티빙이 지난해 덩치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죠. 지난해 12월 티빙은 KT의 OTT 플랫폼 ‘시즌’을 흡수했습니다. 또 미국의 파라마운트글로벌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티빙에서 볼 수 있게 했죠.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힘을 줬습니다. 드라마는 ‘유미의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아일랜드’를 제작했죠. 예능은 성적도 좋았습니다. 이효리와 김태호PD가 손을 잡은 ‘서울체크인’도 화제였죠. 여기에 ‘환승연애2’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셀러브리티로 성장시켰고, 티빙 16주 연속 유료가입자 기여도 1위라는 성과를 이뤄냈죠.
그런데 수익성은 악화됐습니다. 지난해 티빙의 영업적자는 1191억원으로 2021년보다 적자 규모가 무려 56.2%나 늘었습니다. 이렇게 적자가 늘어난 원인은 콘텐츠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OTT 가입자수를 늘리는 방법은 재미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겁니다. 문제는 ‘고퀄리티’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려면 당연히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이를 잘 알고 있는 OTT들은 투자에 적극적이었습니다. CJ ENM은 티빙에 2021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3년 동안 4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 밝힌 바 있죠.
티빙의 지난해 재무재표를 살펴보면 이러한 투자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들어간 비용, ‘콘텐츠 사용원가’를 볼까요? 2022년 티빙의 콘텐츠사용원가는 1168억원으로 전년도 706억원보다 약 65%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타사와 콘텐츠 제휴를 통해 지급하는 지급수수료도 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3%가 늘어났습니다. 티빙 입장에서는 더 양질의, 더 많은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한 투자였다고 말할 수 있죠.
투자 규모가 늘어도 가입자 수가 순항한다면 적자를 메꿀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엔데믹의 전환으로 OTT 업계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티빙의 지난해 유료 가입자수는 300만명을 돌파했는데, 애초 목표였던 400만명은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즉 티빙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것에 비해 유료 가입자 수 연결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티빙의 흑자 전환은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장 유료가입자 수가 정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시장은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기 때문에 정말 엄청난 히트작을 내지 않는 이상 힘들다는 거죠.
시장 침체는 티빙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전 세계 OTT 시장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넷플릭스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프로그램 앞과 뒤, 중간에 광고를 보는 대신 월 구독료를 깎아주는 광고형 요금제를 비롯해 계정 공유 유료화 등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죠.
하지만 “넷플릭스도 그렇다”며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나라만 해도 190여개국이며 유료 멤버십만 해도 2억3100만개에 달하죠. 반면 티빙을 비롯한 토종 OTT들은 아직까지 내수에서만 머무르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진출 여부는 향후 OTT의 생사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티빙 역시 파라마운트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 진출을 시사했지만, 올해도 흑자 전환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더 중요한 건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만큼 성공시키느냐 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널리 알렸죠. 이처럼 넷플릭스 콘텐츠의 화제성이 커진 상황에서 티빙 또한 이만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야만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모기업 CJ ENM의 상황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CJ ENM의 영업이익은 1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여러 혼란을 겪고 있죠.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투자는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티빙입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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