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멤버십' 구독자 전년 동월대비 35% 증가... 혜택 따져서 생필품 구매 늘기도

[이명지의 IT뷰어]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서민 음식’으로 불리던 자장면 가격이 6000원을 돌파했습니다. 식용유, 밀가루, 각종 채소 등 자장면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죠. 올해 들어 물가는 하늘을 모른 채 치솟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플렉스’하던 게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죠.

경제가 어려워지면 한 푼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SK텔레콤이 자사의 구독 플랫폼 ‘T멤버십’의 3월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약 52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결과는 조금 의외였는데요. 물가가 치솟으면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구독 경제 서비스를 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오히려 멤버십을 통한 할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짠테크’를 추구했다는 게 SK텔레콤의 분석입니다.

주로 구입하는 품목도 변했습니다. 수년간 인기를 끌던 ‘카페·베이커리·편의점’은 뒤로 밀려났고 대신 ‘생필품·식재료’ 구매로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꼭 필요한 지출에 혜택을 쓰겠다는 의도죠.

SKT에 따르면 4월 3일에서 7일까지 5일간 ‘T데이’ 첫째 주 위크 행사에 새롭게 선보인 이마트에브리데이 할인 쿠폰이 약 17만 8천개가 다운로드 돼 1위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2위는 파리바게뜨, 3위는 롯데시네마, 4위는 삼첩분식, 5위는 뷰티컬리로 나타났습니다. 생필품 구매와 관련이 높은 이마트에브리데이 할인 쿠폰이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왔던 베이커리와 영화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물가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구독 서비스 자체를 해지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겠죠? 이용자의 이탈을 우려하는 구독 서비스들이 할인 혜택을 내놓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 쿠팡이츠는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멤버십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구독 멤버십인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 할인을 제공하는 거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번 주부터 서울 관악·송파구 한정 배달 주문 시 최대 10%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와우 구독자는 관악·송파 지역에서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시키면, 10% 자동 할인된 금액으로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게 됐죠.

엔데믹으로의 전환, 배달비 상승으로 최근 배달 앱들은 급격한 사용자 이탈을 겪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달에는 이용자 수가 300만명대 밑으로 떨어졌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쿠팡은 자사의 구독 멤버십과 배달 앱을 연계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이탈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OTT부터 배달 앱까지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소비자들이 다수가 될 것 같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2분기 연속으로 OTT를 비롯한 디지털 서비스 멤버십, 정기 음식 배달 등 서비스 구독을 취소한 건수가 신규 구독 건수보다 많았다고 하네요.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짠테크’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반면 구독 서비스를 잘만 활용하면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에 솔깃한 소비자들도 있죠.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게 구독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은 계산기를 잘 두드려 한 푼이라도 이득이 되는 것을 택해야겠죠.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