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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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연 4.15%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 계좌를 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4월17일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 카드 저축 계좌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역 평균 저축성 예금의 연 이자율(0.35%)의 10배가 넘는 이자를 지급하는 저축계좌 상품이다. 지난해 10월 저축 계좌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계좌는 미국에서 신용 승인을 받은 애플 카드 발급자들만 만들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 월렛(지갑) 앱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으며 수수료나 최소 예금 등 계좌 개설의 요건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계좌에 맡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다. 계좌를 개설하면 사용자들이 애플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사용금액의 최대 3%의 ‘데일리캐시’를 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애플은 이번에 선보인 저축 예금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 외에 다른 국가로의 서비스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14년 선보인 애플페이가 9년만인 지난 3월 한국에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애플의 저축 예금 상품 또한 향후 국내에 출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중심으로 은행 예금 등으로 금융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 3월에도 미국 내에서 애플페이를 후불 결제(BNPL) 시스템인 ‘애플페이 레이터’를 내놓은 바 있다. BNPL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구매한 뒤 나중에 돈이 빠져나가는 일종의 외상 서비스다. 특히 애플이 이번에 내놓은 고금리 예금 상품은 미국 전역 평균 저축계좌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현지 금융시장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의 금융 서비스는 2015년 매출의 10%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WSJ는 애플의 이와 같은 변신을 두고 “애플이 아이폰을 디지털 지갑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하드웨어와 앱스토어로 구축한 ‘애플 생태계’를 금융 서비스를 통해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각종 결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예금과 같은 금융 상품은 소비자들이 애플 생태계에 일정 기간 이상 머무를 게 하는 수단이나 마찬가지다.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또한 향후 애플이 금융 산업으로 진출하는 데 유리한 강점이다. 이밍 마 미국 컬럼비아대 재정학 교수는 "애플은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애플카드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애플의 기존 브랜드 인지도에 우호적인 금리가 더해진 이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