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연구소 보고서...투자자 권리의식 확대로 주주행동주의 확산 전망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는 만큼 앞으로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 고도화가 필요하며, 미비한 기업들은 앞으로 주주제안 대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제언이 나왔다.한국ESG연구소는 지난 11일 '주주행동주의 확산이 기업 지배구조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전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는 여러 주주행동주의 사례가 있었다. 비록 주주총회 표결 과정에서 상당수 부결되었지만, 작년 대비 대폭 증가한 주주제안 안건 분석수(2022년 18 건, 2023년 72건)가 방증하듯 주주행동주의의 국내 확산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국ESG연구소의 올해 주주제안 의안분석 결과 전체 안건 4588건 중 주주제안 안건은 72건으로 1.6%에 이르렀다. 이중 사외이사 임원선임이 19건, 정관변경이 17건, 재무배당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에서는 주주행동주의의 국내외 확산현황 및 2023 년 정기주주총회 기간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사례를 살펴보고, 기업지배구조에 주는 시사점을 짚었다.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투자자의 유형이 법인과 개인투자자에서, 공적기금·헤지펀드·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자로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주주행동주의의 확산이 촉발됐다.
국내 자본시장의 경우, 2003년 소버린의 SK 그룹 경영관여 케이스 이래 칼 아이칸·엘리엇·KCGI 등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있었다. 올해인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안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과 같은 자산운용사들이 행동주의 확산을 이끄는 양상이다.
구체적으로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주주서한을 통해 인삼공사 인적분할 및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했으며 얼라인은 JB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2건의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경영 관행이나 지배구조를 개선할 경우 투자자금의 수익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추진하는 유상증자 참여 계획에 반대하고 주당 1만원 현금배당과 10분의 1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 50억원,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추천 등을 내걸었다. 이중 현금배당과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은 주총 의안으로 상정되었지만 사외이사 추천은 좌절되었다.
이 같은 사례를 살펴봤을 때 다수의 주주제안이 표결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도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투자자의 권리의식 확대와 주주권리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내 제도 변화에 따라 주주행동주의 확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ESG연구소는 전망했다.
또 상장기업들은 기업성장과 주주환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비투자계획 수립과 주주환원정책 고도화가 필요하며, 이것들이 미비한 기업들은 앞으로 주주제안 대처가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안효섭 본부장은 "국내외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은 이러한 주주들의 요구에 대비하여, 주주친화적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이사의 감시의무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판례의 흐름에 발맞춰 개별기업의 이사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외부 평가기관을 통한 객관적인 이사회 평가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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