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월세 돌려받지 못해 법원 찾은 세입자 역대 최다
심상정 의원실 "깡통주택 위험군 23만건
정부와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 나서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탄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 사건의 임대인인 A씨 부부 케이스도 깡통주택 케이스로 추정된다. 2020년부터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매입해온 부부가 최근 세금 체납 문제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런 연락에 놀란 임차인들은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데다가 계약 당시보다 집값이 하락한 상황이라 오피스텔을 떠안게 될 경우 5000만원의 손해가 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전세사기 의심 신고'를 하고 있다.
이런 전세금 피해 사건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으로만 취득한 일명 ‘깡통 주택’이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크게 늘었으며, 이들의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하자 전세금 피해 사건이 하나둘 터져 나오는 것이다.
전세 사기는 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기 수법이 활용됐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거나 매매가가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를 보증금을 활용해 매수해 법인·바지사장·공인중개사·브로커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피해자 3명이 사망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서울 '빌라왕', 깡통주택 3400여채로보증금 70억원을 편취한 ‘빌라의 신’ 등 지난해부터 닮은꼴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올해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 문을 두드린 세입자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8294건으로 지난해 1분기(1886건)보다 339.8% 급증했다. 분기 기준 최다로, 지난해 연간 수치(1만2038건)의 68.9%에 달했다.
임차권 등기는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 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임차인이 단독으로 등기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다. 임차권 등기가 이뤄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하더라도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이미 수 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피해사건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높아 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만으로 취득한 이른바 ‘깡통 주택’ 위험군이 2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금 미반환액은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추가 피해에 대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 가격 대비 세입자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갭투기'(깡통주택 고위험군)가 12만1553건, 전세가율이 60~80% 미만이라 집값 하락시 등장할 '잠재적 깡통주택 위험군'도 11만1481건로 집계됐다. 통계상 잡히지 않는 위험군까지 포함한다면 관련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20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협의회를 열었다. 당정은 △금융권의 경매 유예 조치 추진 △제3자 채권 매각 경우에도 경매 유예 방안 마련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방안 검토 △임차인이 거주주택 낙찰시 저리대출 지원 △법률 및 심리 상담 지원 등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보다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히기 위한 조치다. 경매에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낮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금융지원 유관기관 회의'에서 "경매 유예조치로 전세사기 피해자 분들께 주거안정을 준비하기 위한 잠시의 시간을 벌어드렸지만, 이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거·생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한 만큼, 관계기관들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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