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소송 4건, 청소년 미래 권리 보장 목소리
유사한 독일 사례는 청소년이 승소

COP26에 모인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COP26에 모인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한국에서 진행 중인 기후소송은 총 4건, 아직까지 국가는 답변하지 않았다.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원고 19명은 기후변화를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청소년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이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 이어졌다.

이 소송들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 기본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미래세대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로 불충분하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기후행동 = 미래세대 기본권 보장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시기는 2050년.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한국의 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다. 그러나 30년 이후 당장 31년부터 탄소중립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세부 지침도 없는 상황이다.

소송의 요지도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고 미래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있다. 실천과 이행의 속도가 늦어지는 지금의 탄소중립 계획대로라면 결국 미래를 살아가게 될 세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소원 만 3년을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헌법재판소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글로벌 추세를 보면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청구하는 이러한 형태의 기후소송은 더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2021년 결정된 독일의 기후보호법 위헌 결정이다. 위헌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미래세대에 대한 포괄적 자유권을 인정하고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이라는 사실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청소년헌법소송이 헌재에 요구한 헌법적 보호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헌재, 기후변화법 위헌 결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독일 연방기후보호법 위헌성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2020년 2월. 이 헌법소원은 독일의 환경단체 분트(BUND), 미래를위한금요일, 그린피스 등이 독일의 기후보호법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과도하게 미루고 있다”며 반발해 제기한 것이다.

독일의 기후보호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토대로 2030년까지 1990년대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2030년 이후 목표는 2025년까지 시행령을 추가로 설정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독일 연방헌재는 1년 2개월의 논의 끝에 2021년 4월 29일,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재 기후보호법 상 목표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충분하지 않으며, 감축부담을 2030년 이후로 넘기는 것은 젊은 세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 연방헌재는 “독일연방기호보호법 상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미래세대에게 탄소예산을 소비할 권리를 불평등하게 분배하고, 자유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위반의 점이 있다”고 결정했다.

독일 연방헌재는 독일 연방의회가 2022년 12월 31일까지 연방기후보호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이에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5% 감축에서 65%로 상향하고 2040년까지 88%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추가했다. 탄소중립은 2045년까지 앞당겼다.

청소년기후행동 대리인단에 속한 윤세종 플랜 1.5도씨 변호사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기후소송과 상당히 유사하다. 2030년 이후의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2030년 이후 탄소감축량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의 헌법재판소 모델은 특히 여러 국가의 참고모델이 되어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윤 변호사는 “각 나라의 헌법과 법률이 다르니 독일의 결정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독일의 여러 판례나 고민점을 참고해온 것은 사실이고 합리적”이라며 “특히 이번 헌법소원의 경우 법리적인 이해나 쟁점이 유사하기 때문에 독일 케이스가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헌재의 답변은 아직

현재 헌법소원에 대해 정부 측이 답변서를 제출했고 헌재는 아직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다. 청소년기후행동 변호인단은 이후 공개변론을 신청했으나 그에 대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기존 헌법소원은 유지한 채 탄소중립기본법의 위헌을 구하는 청구를 추가했다.

국가를 상대로 제기된 기후 소송에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네덜란드의 우르헨다 소송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첫 승소 판례다. 네덜란드의 감축 목표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기된 소송은 1년 6개월만에 승소, 네덜란드의 감축 목표를 25% 상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프랑스, 콜롬비아, 네팔 등에서도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사법부의 결정이 발표됐다.

현재 스웨덴 청소년·청년 환경단체 ‘오로라’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원고에 이름을 올렸다. 6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소송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고, 스웨덴 국가는 기후위기를 위기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거리로 나와 법원으로 행진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늦게 대응할수록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청소년들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 한국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