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구분 벗어나 본질적 가치로 재정의
‘브랜드 시프트’의 성공 열쇠

[브랜드 인사이트]
파타고니아는 2013년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을 설립해 식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진=파타고니아 제공
파타고니아는 2013년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을 설립해 식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진=파타고니아 제공
유선형의 몸체, 반짝이는 비늘, 날렵한 지느러미, 천천히 움직이는 아가미….

무엇을 설명하는 것일까. 아마 대부분 ‘물고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 ‘물고기’라는 생물학적 분류 체계는 없다.

전문 과학 기자인 룰루 밀러가 저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던지는 도발적인 화두다. 인간의 편의에 따라 ‘물고기처럼 보이는 몇 가지 특징들’을 기준으로 ‘어류’로 묶어 왔을 뿐 각 생물 개체의 근본적인 특징들을 객관적으로 살피면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시각으로 브랜드를 보자. 나이키는 정말 스포츠 웨어 브랜드일까. 구글은 정말 정보기술(IT) 브랜드일까. 넷플릭스는 정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브랜드일까. 인터브랜드는 브랜드를 상품·서비스·비즈니스 단위로 구분하기보다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이런 관점은 앞서 한경비즈니스 칼럼에서 ‘아레나’라는 개념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아레나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재정의했을 때 어떤 기회 요인이 있을지, 비즈니스까지 확장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 광고. 사진=파타고니아 제공
파타고니아의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 광고. 사진=파타고니아 제공
① 파타고니아
암벽 등반 피크에서 식품까지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의 시작은 1973년 산악 용품 브랜드 시나드 이큅먼트였다. 자연과 아웃도어 스포츠를 사랑했던 이본 시나드는 암벽 등반 시 필연적으로 암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벽에 가하는 충격을 최소화한 피크를 만들게 된다.

아웃도어 스포츠 기어에서 의류까지의 확장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2013년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을 출범하며 식품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포획한 연어로 만든 어포, 방목 버펄로로 만든 육포, 재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년생 개량 밀로 만든 맥주로까지 넓혔다.

이런 제품들이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를 사용해도 위화감이 없는 것은 파타고니아가 아웃도어 기어·의류 브랜드가 아닌 환경과 지구를 지키기 위한 브랜드로 자신들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한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로 대변되는 강력한 브랜드의 미션에서 알 수 있듯이 파타고니아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지속 가능성과 지구를 살리는 브랜드로서 가치 제안을 확장했다. 이처럼 보다 넓은 ‘아레나적인’ 브랜드 재정의를 통해 당연하고도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확장 또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2016년 브랜드 슬로건을 ‘어디서나 우리집처럼(Belong Anywhere)’으로 변경했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2016년 브랜드 슬로건을 ‘어디서나 우리집처럼(Belong Anywhere)’으로 변경했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② 에어비앤비
새로운 여행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다


2008년 에어비앤비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여행지 숙소를 고를 때 에어비앤비에 접속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현지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기존의 호텔이 아닌 새로운 숙박 형태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에 열광했다.

그리고 2016년 에어비앤비는 더 이상 공유 숙박 플랫폼이 아닌 체험·액티비티·레스토랑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예약할 수 있는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의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 바탕에는 에어비앤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이자 궁극적인 지향 가치인 ‘소속감’이 있었다.

에어비앤비의 영역을 숙박에 한정하지 않고 ‘세상 어디든지 내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Belong Anywhere)’ 만들겠다는 확장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 된 듯한 소속감을 느끼려면 체험·방문·경험에 이르는 총체적인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확장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에어비앤비의 가치 지향적 확장은 △비대면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 △숙소 예약 및 호스팅 시 발생하는 차별을 감지해 측정하고 해소하는 라이트하우스 프로젝트 △지자체에 지역 내 에어비앤비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협업하는 도시 포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여행, 사람들과의 교류가 살아나고 있는 지금 에어비앤비의 움직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직방은 2022년 스마트 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리브랜딩 슬로건인 ‘비욘드 홈(Beyond Home)’을 발표했다. 사진=직방 제공
직방은 2022년 스마트 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리브랜딩 슬로건인 ‘비욘드 홈(Beyond Home)’을 발표했다. 사진=직방 제공
③ 직방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삶으로


그간 집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복덕방’부터 찾아가야 했다. 2023년엔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부터 꺼내든다. 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주인공 중 하나가 바로 직방이다. 원룸·빌라 중심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했던 직방에서는 이제 아파트 거래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직방에 변화가 생겼다. 2022년 11월 프롭테크를 통해 주거 경험을 무한히 확장하겠다는 비전과 함께 ‘비욘드 홈(Beyond Home)’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했다.

고객과 경쟁 지형에 대한 관점을 ‘집’에서 ‘사람’으로 변경하고 ‘더 좋은 집을 찾기 위한’ 플랫폼이 아닌 ‘더 잘살게 하기 위한’ 브랜드로 재정의한 것이다. 좋은 집을 찾는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는 결국 더 잘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찾아냈다.

확장된 관점 아래 직방은 편리하게 집을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우리집 서비스’, 삼성SDS의 홈IoT 사업부 인수 등 브랜드의 영역을 스마트홈 카테고리까지 넓혀 가고 있다. 직방의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브랜드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작업은 인터브랜드가 함께 했다.

지금 눈앞에 놓인 브랜드를 바라보자. 지금까지 당신은 그 브랜드의 겉모습과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만 살피고 당연히 물고기로 여겨 오지는 않았나. 그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서 충족되기를 바라는 근본적인 욕구는 무엇일까.

기존 카테고리에서의 경쟁이나 기술적 고도화에 대한 고민은 잠시 멈춰 보자. 소비자의 니즈와 욕구, 인간의 본질에 중심을 둔 확장적인 시각이 당신의 브랜드에 무한한 확장과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이소진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부장.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이소진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부장.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이소진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