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니스 저변 확대 나서며 어린이 연계한 사회공헌활동 나서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익숙한 패션 브랜드가 몇 있는데요. '휠라'도 그중 하나입니다. 1991년 한국지사 설립 이후 32년간 사업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죠.2003년 한국지사가 본사를 인수하며 한국 브랜드가 됐지만, 태생은 이탈리아입니다. 1911년 잔세바로 휠라와 에또레 휠라 형제가 이탈리아 북서부에 있는 비엘라에서 속옷과 니트웨어 등을 생산하며 패션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2년 뒤인 1923년부터 스포츠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요.
한국에서는 '농구화'로 유명해졌습니다. 1990년대 토종 브랜드보다 비싼 제품이던 휠라의 '하이탑 농구화'는 당시 젊은층의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다만, 한국을 벗어나면 농구보다 테니스로 더 유명합니다. 유럽에서 테니스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휠라는 1970년대 본격적으로 스포츠 사업을 시작하며 브랜드를 키워왔는데, 그 시작에 '테니스'가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는 공식 계정과 별도로 '휠라 테니스' 계정을 운영할 정도로 테니스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고요.
그간 휠라는 다양한 테니스 선수들을 지원했는데요. '윔블던 전설'로 불리는 스웨덴의 비에른 보리가 대표적입니다.
보리는 1976년부터 1980년까지 5회 연속 윔블던 대회 5회 연속 우승을 했는데, 당시 휠라는 최초의 테니스 후원 선수로 보리를 선택하고 유니폼을 포함한 여러 제품을 후원했습니다. 보리와의 협업은 성공적 마케팅 사례로, 휠라도 이 기간 보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고요.
휠라의 테니스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니퍼 카프리아티, 보리스 베커, 킴 클리스터 등 다양한 테니스 선수들을 후원했고요. 이외에도 지난해 윔블던 여자 복식 우승자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체코),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도 휠라가 후원하는 선수입니다.
휠라의 정체성이 테니스웨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테니스 유소년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달 초 국내 테니스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휠라와 함께하는 유소년 매직 테니스 교실'을 열었습니다.
국내 테니스 유소년 10인을 선발해 한국 테니스 전설인 이형택 감독(휠라코리아 앰배서더)과 송아 코치가 직접 지도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참가한 10명의 어린이에게는 휠라 테니스 의류와 신발, 용품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테니스 활동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휠라가 유소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윔블던 14세 이하 챔피언십 남자 단식 부문 우승자 조세혁과 2030년까지 후원 협약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차세대 유망주 장우혁과도 후원 협약을 맺었습니다. 여기에 국내 테니스 실업팀과 오리온 테니스단 후원, 대한테니스협회 대상 테니스 유소년 발전 기금 지원도 하고요.
그렇다면 휠라는 왜 유소년을 적극 지원하는 걸까요. 얼마 전 테니스웨어 행사 자리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현장에 나온 업계 관계자는 한국 테니스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 '스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테니스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었죠.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를 떠올리면 스타의 탄생이 특정 스포츠의 인지도에 막대한 영향력을 주는 게 사실이니까요.
결국, '테니스 종목 발전과 인지도 제고'가 휠라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행보인 거죠. 이렇게 생각해 보니, 휠라가 테니스에 진심인 게 맞네요. 휠라가 앞으로 테니스와 관련해 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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