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허문찬 기자
2월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허문찬 기자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한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최근 사흘간 4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선광[003100], 하림지주[003380], 세방[004360], 삼천리[004690], 대성홀딩스[016710], 서울가스[017390], 다올투자증권[030210], 다우데이타[032190] 등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지난 21일 종가 기준 대비 전날 기준으로 4조1995억원 감소했다.

이중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등 3개 종목의 시총은 사흘 새 각각 1조원 이상씩 증발했다. 다우데이타와 하림지주의 시총도 이 기간에 각각 8500억원, 7100억원어치 감소했다.
갑작스럽게 물량 폭탄이 쏟아지면서 이들 8개 종목 주가는 불과 사흘 동안 최대 70%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등 4개 종목 주가는 지난 21일 종가 대비 각각 65% 이상씩 하락했다. 다우데이터 주가도 60% 넘게 하락했으며 다올투자증권과 하림지주는 각각 40% 가까이 떨어졌다.

이들 8개 종목은 지난 24일 갑작스럽게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종목들이다. 주로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물이 나왔다.

시장에선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세력의 계좌에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일종의 장외파생계약(TRS)이다.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투자자가 40%의 증거금률로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가 가능한데, 국내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문해도 주문 집행이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게 특징이다.

이번 사태에 시장에서는 각종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사모펀드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만 골라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롤오버(금융기관이 상환 만기에 다다른 채무의 상환을 연장하여 주는 조치)에 실패하면서 결국 사달이 났다는 소문도 돌았다.

인천 지역 의사들에게 돈을 받아 높은 레버리지로 운용하는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터졌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증권가의 속칭 ‘지라시’ 형태로 번졌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SG증권 매물 폭탄 사태와 관련해 시장 모니터링과 더불어 증권사와 정보 교환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였는지 등을 포함해 거래 과정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