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잘파세대’ 겨냥한 금융 상품 출시…미래 고객 저변 넓히려면 ·필수’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뱅크mini는 금융권 최초 NFC 충전 방식으로 티머니 충전이 가능하다.(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mini는 금융권 최초 NFC 충전 방식으로 티머니 충전이 가능하다.(사진=카카오뱅크)
2007년 출시된 군인 급여 이체카드 ‘나라사랑카드’는 ‘예비 사회인’인 장병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담고 있다. 이 카드의 사업자를 공모할 때만 해도 입찰에 참여한 곳은 신한카드가 유일했다. 예치액이 많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20대 남성들을 공략한 나라사랑카드는 곧 신한카드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면서 현재 신한카드가 카드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줬다. 금융사가 ‘미래 고객’을 공략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당장의 수익성보다 먼 미래를 겨냥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 초년생을 위한 상품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점은 미래의 고객이 군인이나 대학생에서 미성년자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합친 ‘잘파세대’를 공략하는 것이다.
카캌오뱅크mini의 26일 저금.(사진=카카오뱅크)
카캌오뱅크mini의 26일 저금.(사진=카카오뱅크)

10대 청소년 10명 중 7명 쓰는 금융 상품

요새 중학교 2학년들이 생일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선불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미성년자 전용 상품 ‘카카오뱅크미니(mini)’의 가입자 중 절반이 만 14세 생일날 0시에서 새벽 2시에 가입하고 있다. 자신만의 카드를 발급받는 게 곧 ‘청소년이 됐다’는 징표라는 뜻이다.

‘카카오뱅크미니’를 쓰는 청소년은 3월 말 기준으로 171만 명에 달한다. 청소년 10명 중 7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이 상품은 만 14세에서 18세 청소년 대상 선불 전자 지급 서비스로, 최대 50만원까지 보유할 수 있다. 청소년의 주요 소비처인 편의점, 배달 음식, 대중교통과 제휴하고 있다. ‘미니 카드’는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고 수수료 없이 전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죠르디·스카피 등 니니즈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의 카드를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티머니와 제휴해 금융사 최초 근거리 무선통신(NFC) 태그 방식으로 실물 카드 충전이 가능하다.

타 금융사들도 미성년자 전용 상품도 순항 중이다. 토스의 어린이·청소년용 선불카드인 ‘유스(USS) 카드’의 누적 발급량은 100만 장을 돌파했다. 이 카드는 만 7세부터 만 16세까지 어린이나 청소년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으면 자신의 명의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CU 등 편의점에서 현금을 충전해 사용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가맹점 내 결제나 교통카드 기능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함께 별도의 은행 계좌가 필요없는 10대 전용 충전식 페이 서비스 ‘밈(Meme)’을 출시했다. 10대가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음원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등에서 이용 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전 가맹점에서는 0.1%가 기본으로 적립된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11월 ‘리브넥스트(NEXT)’를 출시해 독립적인 금융 활동이 어려운 미성년자 고객들에게 편리한 금융 생활을 제공하고 있다.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만 14세 이상 고객이 가입할 수 있다.

리브넥스트는 과거 ‘리브’의 인기 서비스였던 환전을 Z세대의 눈높이에 맞게 리뉴얼해 제공하고 KB국민카드와 제휴해 리브포켓을 오프라인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전용 카드를 출시했다. 3가지 종류의 디자인과 걸그룹 ‘에스파’ 한정 디자인 중 선택할 수 있다.

또 모바일 학생증 연계 서비스를 통해 고등학교 학생증 체크카드를 리브넥스트에 등록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학교 생활 정보와 교내 시설 출입 바코드를 제공하며 온·오프라인 체크카드 가맹점에서 결제도 가능하다.
19세 생일엔 주민등록증, 14세 생일엔 선불카드

‘독립’과 ‘안전’ 겨냥한 미성년자 금융 상품

한때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은 이제 좀 ‘지루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들을 제치고 급부상한 것이 ‘잘파세대’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나 최신 기술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인다. 또 개인의 선호가 뚜렷해 소비에서도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잘파세대’에게 자기 이름으로 된 카드만큼 독립된 소비를 상징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카드에 돈을 충전해 사용하는 선불카드는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고 실명 계좌가 없어도 가상 계좌를 통해 충전할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의 10대 전용 플랫폼 '리브 넥스트'.(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10대 전용 플랫폼 '리브 넥스트'.(사진=KB국민은행)
위에 소개한 금융 상품들은 보호자의 명의가 아닌 청소년 본인 명의와 전화번호로 카드를 발급한다. 이에 따라 이용 내역을 보호자가 아닌 청소년 본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사생활 보호와 함께 예민한 사춘기의 감수성에도 맞게 상품을 설계한 것이다.

아무리 독립적인 것을 추구하는 잘파세대라지만 ‘안전’은 청소년 대상 금융 서비스에서 필수로 갖춰져야 할 부분이다. KB국민은행의 리브넥스트는 금융 사기 방지를 위한 사기 계좌 검증 서비스를 시행해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 고객에게 안전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좌 송금 시 입력된 수치 계좌가 중고 거래 사기 등 의심 계좌로 신고된 경우 해당 사실을 송금 전 고객에게 한 번 더 안내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신한카드 ‘밈’은 청소년 제한 업종이나 자동·해외 결제를 자동으로 차단해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잘파세대’의 부모들은 주식 투자 등 자녀들의 금융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된 미성년자 대상 금융 상품은 결제를 넘어 투자 기능을 더했다. KB국민은행 ‘리브넥스트’의 ‘주주의 저금통’은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위한 소액 저축 상품이다. ‘목표 기업의 1주’ 금액 모으기라는 목표를 설정하면 매일 자동으로 저축이 된다. 모으기가 완료되면 KB증권 마블 미니와 연계해 실제 주식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부모들도 청소년 전용 선불 카드는 여러모로 자녀의 재정 상황을 확인하기 편하다. 계획적으로 용돈을 줄 수 있고 혹시 자녀가 카드를 잃어 버리면 바로 정지 신청도 할 수 있다. 금융 교육이 필수가 된 시기 스스로 용돈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깨우쳐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득 공제도 간편하다. 카카오뱅크미니는 자녀의 카드에 소득 공제를 등록하면 부모의 연말 정산 시 자녀가 지출한 결제 내역이 소득 공제 내역에 포함돼 간편하다.

한편 미성년자 대상 금융 플랫폼이 미래 고객 겨냥을 넘어 현재 대세에 맞는 상품이라는 평가도 있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각종 결제 기관에서 키오스크가 보급되면서 미성년자들도 현금 대신 카드로 결제해야만 하는 경우가 늘었다. 미성년자 직불카드의 보편화는 2020년대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여기에 금융사들은 투자와 저축 기능 등을 더해 성인이 돼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