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스톰·티피코시 등, X세대 아이콘 모델로 활용하며 인기

과거 패션회사 광고 모델을 한 연예인들. (사진=한국경제신문)
과거 패션회사 광고 모델을 한 연예인들. (사진=한국경제신문)
“티피코시, 너와 함께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는 그 느낌이 있었지. 난 그냥 이대로. 나의 티피코시. 코트도 티피코시.”(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우리들끼리만 아는 그 느낌. 마음껏 춤추며 변신해 볼까. 빨간 셔츠, 파란 바지 맞춰 입고 바꿔 입고. 내 몸의 패션 맞춤법, 카운트다운!”(가수 김원준)

“드라마 녹화 현장에서나 팬들과의 만남에서도 전 언제나 메이폴이죠. 입는 순간 기분 좋고, 입을수록 편하거든요. 멋진 3점 슛처럼 기분 좋은 옷 아니에요?”(배우 장동건)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의 선택을 받았던 그 시절 패션 브랜드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레트로(복고)와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문화가 뜨고 있기 때문이다. X세대에게는 추억이지만 Z세대에게는 새롭게 다가간다는 의미다.

특히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통 넓은 바지, 오버사이즈 상의, 청청 패션, 색이 들어간 선글라스 등 과거 유행한 레트로 패션을 입으면서 예전 브랜드들이 ‘뉴진스 스타일’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스타 마케팅’으로 30~40년 전 흥행했던 브랜드, 어떤 것들이 있을까.카운트다운·티피코시·메이폴, X세대 선택받은 토종 브랜드1990년대는 X세대가 대중문화를 선도했다. 이들의 관심은 ‘힙합’으로 향했다.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힙합 음악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패션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패션 회사들은 힙합 또는 댄스 장르의 가수를 모델로 발탁해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했다.

단정한 옷차림을 선호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통 넓은 바지, 체격보다 큰 사이즈의 상의가 유행했는데 대표적 브랜드는 티피코시·카운트다운·메이폴 등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는 취미 활동과 패션으로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던 시기”라며 “힙합과 레게 음악이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활용됐다. 패션 브랜드도 힙합 음악을 하는 가수나 젊은층을 대표할 수 있는 배우들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청바지 브랜드로 유명한 ‘뱅뱅’은 1983년 강남 사거리에 본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20대의 젊은 가수 전영록 씨를 모델로 활용했다. ‘활력이 넘쳐요, 젊음이 넘쳐요, 빙글빙글 돌아봐요. 청바지 뱅뱅’이라는 CM송 가사와 함께 전영록 씨가 인라인스 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관심을 끌며 뱅뱅도 인지도를 높였다. 뱅뱅은 연예인 마케팅이 성공하자 배우 박중훈·신성우 씨와 가수 조성모 씨 등을 잇달아 모델로 발탁했다.

삼성물산이 1989년 론칭한 ‘카운트다운’은 가수 김원준 씨를 모델로 발탁해 관심을 끌었다. 김원준 씨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에서 개최한 가수 오디션을 통해 데뷔했다. 비슷한 시기에 제일기획이 카운트다운의 광고를 맡으면서 김원준 씨를 모델로 활용했다. ‘모두 잠든 후에’라는 노래로 인기를 얻은 김원준 씨가 X세대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면서 카운트다운도 흥행에 성공했다. 카운트다운은 김원준 씨 이후에도 가수 박지원 씨와 서태지와 아이들 등을 모델로 발탁해 영향력을 강화했다.

세계물산이 1990년 론칭한 ‘옴파로스’는 배우 김원희·정선경·양정아·석광렬 씨, 모델 황진아 씨 등을 연달아 기용했다. 옴파로스는 모델 마케팅뿐만 아니라 CM송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다. 1993년 CF 콘텐츠에서 선보인 “바람이고 싶어 강물이고 싶어 그대 기억 속에 그리움으로 남고 싶어” 가사의 CM송으로 ‘감성 캐주얼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티피코시’는 1991년 반도패션(현재 LF)이 선보인 자체 브랜드다. 티피코시는 서태지와 아이들, 배우 김남주 씨, 가수 김건모 씨 등을 모델로 발탁해 화보와 TV 광고 등을 선보였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하여가’ 가사 일부를 변경한 CM송을 발표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나산(현재 인디에프)이 1992년 론칭한 중저가 미국풍 캐주얼 디자인의 ‘메이폴’은 유명 배우들을 모델로 활용하며 1990년대를 풍미했다. 1995년 모델로 발탁한 가수 박진영 씨와 함께 배우 김찬우(1992년), 장동건(1994년), 배용준(1996년) 씨 등을 기용했다. 휠라·보이런던·스톰…해외 브랜드도 스타 마케팅토종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도 한국의 유명인들을 기용해 광고를 제작했다. 1988년까지 방송법에 의해 광고 제작 규제가 심했다. 외국어 남용, 외국인 모델 사용, 해외에서 제작하는 행위 등은 외화 낭비라는 이유로 금지 대상이었다. 이러한 규제는 1989년 일부 완화됐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외국인 모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스타 마케팅 효과를 보기 위해 한국 연예인들을 선호했다.

‘서태지 모자’로 알려지며 인기를 얻은 ‘스톰'도 모델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다. 1990년 영국 런던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로, 1995년 듀스의 김성재 씨를 모델로 발탁하며 1020세대의 유행 아이템이 됐다. 김성재 씨를 제외하고는 송승헌·소지섭·김하늘 씨 등 배우 중심의 모델 전략을 내세운 브랜드이기도 하다.

1991년 인터크루는 일본 브랜드 ‘인터크루’의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 배우 손지창 씨의 브랜드로 알려지며 관심을 받았다. 손지창 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한창 활동할 당시 그 회사에 직접 전화해 저를 소개하고 옷을 입고 싶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76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보이런던은 1994년 보성인터내셔널이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이주노 씨가 즐겨 입는 브랜드로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했다.

1991년 한국에 들어온 이탈리아 브랜드 ‘휠라’는 199년 배우 한고은 씨를 기용해 독특한 광고를 제작해 이목을 끌었다. 지하철을 놓친 한고은 씨가 휠라의 수영복을 착용하고 윈드서핑을 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노원역과 서울역 등에서 촬영됐는데 스포츠 브랜드로 영향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양한 수입 브랜드 가운데 연예인 광고로 가장 주목을 받은 브랜드는 ‘리복’이다. 리복은 1987년 신발 제조업체 화승을 통해 한국 시장에 들어왔고 2년 뒤인 1989년 배우 이종원 씨를 모델로 발탁해 광고를 만들었다. 리복의 의류와 운동화를 신은 이종원 씨가 춤을 추다가 의자를 밟고 올라서는 게 전부다. 영상 끝에는 짧게 리복의 로고가 나온다.

이 영상은 미국에서 제작된 발레 영화 ‘백야’의 한 장면을 따라 만든 것으로, 주인공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씨가 첫 공연에서 의자를 타고 넘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광고를 통해 리복뿐만 아니라 당시 신인이었던 이종원 씨는 리복 광고로 유명세를 얻어 스타가 됐다.

다만 현재까지 살아남은 브랜드는 몇 없다. 수입 브랜드인 휠라·리복·보이런던·스톰·인터크루 등은 여전히 사업을 이어 오고 있지만 토종 브랜드로는 뱅뱅이 유일하다. 2008년 사업을 종료한 티피코시는 최근 다시 살아났다. LF가 4월 17일 레트로 문화 흥행에 힘입어 티피코시를 토털 캐주얼 유니섹스 브랜드로 재론칭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 마케팅은 과거에도 지금도 잘 통하는 방식”이라며 “1020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입는 브랜드를 따라 입고 싶어한다. 그런 것들이 매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