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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뷰]
“생육 돕는 알고리즘 개발…작물 지식 없어도 농사지을 수 있죠”
(사진설명) 김민석 에이아이에스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대한민국 토지 중 93%가 노지다. 그리고 이 노지에서 생산되는 것은 벼·보리·밀 등 주식과 관련한 식량 작물이다. 노지는 온실과 달리 생육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매년 수확량이나 생육 상태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에이아이에스의 ‘잘키움 서비스’는 노지에서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찾아 주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단위의 작물 생육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작물 생육 데이터는 토양·수분·햇빛·광합성 등 요인을 어떻게 조정해야 가장 이상적인 생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다.

이를 활용한 잘키움 서비스는 생산량 증대를 위해 어떤 농작업을 언제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주로 노지에서 자라는 식량 작물인 벼·보리·밀·콩·옥수수·감자 등의 생육·수분·양분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 작물에 대한 양질의 생육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 작물을 길러도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작물 생육을 알고리즘 속으로

잘키움 서비스는 데이터 수집 방식에서부터 타사와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노지를 관리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토양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별도의 센서를 설치한다. 농가에는 이러한 센서의 구매·설치·유지·보수·철거 등 일련의 과정이 추가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또 센서가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구체성에 한계가 있어 효율성도 떨어진다. 일부 인공위성이나 드론을 분석에 활용하는 기업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잘키움 서비스는 단순히 생육 상태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농작업이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는지, 이에 따른 예측 생산량은 어떤지까지 파악한다.

이를 위해 에이아이에스가 선택한 방법은 ‘작물 생육의 알고리즘화’다. 김민석 에이아이에스(AIS) 대표는 “잘키움 서비스의 주요 타깃 데이터는 작물의 생육 데이터다. 온실은 환경 제어가 핵심이지만 노지는 작물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라며 “많은 양의 데이터를 얻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기술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후 적은 양의 질적 데이터로 신뢰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생육 데이터를 이용한 알고리즘 개발에 나섰다.

직접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필지를 대표할 수 있을 정도의 양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 근권류 깊이까지 5개 층의 토양을 채취한다. 시료 정밀 검사를 의뢰한 이후 토양 변화를 계산하는 입력 자료로 사용한다. 토양을 채취해 분석을 맡기면 토양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특정 지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토양 정보에 기상 정보를 추가하면 토양 내 양·수분의 이동과 전환되는 정도를 계산할 수 있다. 논 토양은 물을 부으면 많은 양이 옆으로 흘러가고 일정 양만 아래로 빠지지만 토양이 모래질이라면 옆으로 흘러가는 대신 대부분 아래로 빠지게 된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면 작물의 수분과 양분 요구량을 계산해 현재 토양 내 흡수할 수 있는 수분과 양분의 양을 비교할 수 있다. 부족하면 가뭄 및 생장 부족으로 판단해 필요한 수분과 양분 공급량을 찾고 과다하면 침수 스트레스 및 염류 집적 장애 등으로 판단해 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찾는다. 수분이 과다하면 침수를 막기 위해 골을 파거나 수로를 별도로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알려 준다.

이 밖에 잎의 면적, 광합성량, 생육 단계, 파종 시기, 유묘기, 꽃이 피는 시기 등을 수치로 관리한다. 이러한 수치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작물에 어떠한 생육 환경이 가장 좋은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키움 서비스는 수확량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파종 일자를 기준으로 파종량, 파종 간격, 경운 깊이, 퇴비량 등 구체적인 작업 방법을 알려 준다.

재해 리스크·스트레스까지 관리

이러한 작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확량을 점검한다. 김 대표는 “㎡당 콩의 꽃, 꼬투리, 꼬투리당 콩 무게, 개수, 밭 전체 수확량과 무게 등 다양한 수치를 수집한다. 여기에 생육 알고리즘을 적용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잘키움 서비스의 핵심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수확이 끝나면 한 작기간 있었던 이슈를 파악해 보고서로 전달한다. 농가에서도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고 에이아이에스도 다음 작기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잘키움 서비스는 한 번 정리된 품종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품종을 추가할 때 말고는 별도의 보완 작업이 필요 없다.

잘키움 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농작업 대행 회사다. 개별·소규모 농가들은 대부분 관리의 어려움과 인력난 등으로 농작 대행 회사에 농지 관리를 맡기고 있다. 김 대표가 농작 대행 회사를 먼저 공략한 것은 나름의 전략 때문이다. 보수적인 기존 농업 시장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농민은 몇십 년간 농사를 지어 온 경험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여러 농가를 한 번에 관리하는 농작 대행 회사는 잘키움 서비스가 효율과 성과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작물마다 차이가 있지만 벼는 대부분 생산량 유지, 다른 작물은 생산량 증대에 대한 니즈가 크다. 잘키움 서비스를 이용하면 평균적으로 벼는 10%, 감자는 24%, 콩은 28.5% 정도 생산량이 늘어난다. 반면 물은 최대 50%, 비료는 작물에 따라 20~80%까지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잘키움 서비스를 개발하며 ‘스마트 농업’에 대한 나름의 시각을 갖게 됐다. 이는 곧 잘키움 서비스의 운영 방향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스마트 농업은 첨단 장비를 써 인력을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한 분석으로 개선된 결과 값을 내는 것이 진짜 스마트 농업”이라며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잘키움 서비스가 사용자가 작물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잘 키울 수 있도록 농업의 머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에이아이에스는 2017년 창업한 후 18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농업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한 작물당 최소 4~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작기 사이클 때문에 업력 대비 작기를 실제로 돌릴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18배 성장한 것은 큰 성과”라며 “실제로 에이아이에스의 주 고객인 농작업 대행 회사의 고객(개별 농가)이 올해만 지난해 대비 4배 늘었다. 실 고객과 고객의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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