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주요 상장사 영업익 절반 차지했는데
1년 만에 6.76%로 존재감 쪼그라들어
LG엔솔·LG전자에도 영업익 추월당해
시총 30대 기업 19개, 1분기 실적 분석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주요 상장사들의 2023년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반도체 혹한 속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5.5% 급감하면서 삼성전자가 주요 상장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확 줄었다.

삼성전자는 시가 총액 390조4238억원으로 현재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6만 전자’로 주가가 약세를 이어 가면서 시가 총액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22년 말에는 2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경비즈니스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시가 총액 30위 기업 중 금융사 등을 제외하고 5월 3일까지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 19개 기업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32조2536억원, 영업이익은 9조4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3.84% 감소했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삼성전자, 1년간 영업익 13조 증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도 크게 줄었다. 분석 대상 기업의 전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45% 감소한 168조5082억원에 그쳤다.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대형 상장사들도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6.76% 줄어든 8조8324억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주요 상장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년 전보다 43.69%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은 6402억원으로 분석 대상 기업 전체 영업이익인 9조4726억원의 6.76%의 비율을 차지했다. 2022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4조1214억원으로 50.45%의 비율을 차지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4조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8조4500억원, 전 분기 2700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DS부문의 1분기 매출은 13조7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6조8700억원 대비 48.9% 감소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 정도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이 메모리 업황 악화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불황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최대의 적자다. 2022년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2개 분기 적자 규모만 5조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1% 줄어든 5조881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투자 규모를 줄이고 감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감산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방침이었지만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화했다.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지점.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지점. 사진=연합뉴스
‘영업익 우등생’ 타이틀은 현대차가 차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6000억원대 영업이익에 그친 틈을 타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처음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 3조592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조7787억원으로 24.7% 늘었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익은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분기 실적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최고 수준인 9.5%를 기록했다. 기아도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기아는 영업이익이 78.9% 늘어난 2조8740억원, 매출은 29.1% 늘어난 23조690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처음 ‘6조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일본 도요타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 실적 비결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파고 속에서 판매 증가와 가격 상승은 물론 판매 믹스(차량 구성 비율) 개선, 고환율 등의 호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분기는 자동차 판매 비수기지만 미국·유럽 등 핵심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상대적으로 비싼 차를 더 많이 판 것도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세에 힘입은 2차전지·소재 기업들도 상장사 실적을 견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액 8조7471억원, 영업이익63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1.4%, 영업이익은 144.6% 급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거뒀는데 2023년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 중 1003억원은 IRA 관련 세액 공제에 따른 이익 증가분이다. 1분기부터 IRA 세액 공제 혜택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1분기 5조3548억원의 매출과 37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2.2%, 16.5%씩 늘었다.

전기차 성장에 배터리·소재 기업 약진

2차전지 초강세로 포스코그룹과 에코프로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금리 인상과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시총이 감소한 네이버·카카오가 시가 총액 상위 10위권에서 밀려나고 2차전지 기업들에 자리를 내줬다.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는 IRA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3년 만에 시가 총액 10위를 회복했다. 2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12위까지 올랐다. 포스코그룹의 시가 총액은 연초 41조5917억원에서 지난 4월 기준 52.60% 증가한 63조4688억원을 기록하면서 시가 총액 기준 5위였던 카카오그룹과 순위를 맞바꿨다.

코스닥시장에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2차전지 돌풍을 주도했다. 에코프로는 1분기 영업이익이 1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4% 증가했다. 매출액은 203.3% 증가한 2조644억원을 기록했다.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사업 호조로 1분기 영업이익 1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

간판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로 실적 우려를 샀던 하이브도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41.7% 증가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 467억원을 대폭 웃돌았다. 매출액은 4106억원으로 44.1% 증가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투바투·TXT, 315만), 뉴진스(170만), 지민(157만), 세븐틴 부석순(75만), 세븐틴 구보(127만) 등 앨범 판매량이 910만 장을 넘어 실적을 견인했다. 시장에선 “아티스트 활동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멀티레이블의 앨범 역동성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