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는 3만8926건이 거래됐다. 매수자 중에서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다. 전체 거래 중 26.9%에 달하는 1만466건이 30대가 매수한 것인데 이는 50대 매수 비율 21.8%는 물론 40대 매수 비율 25.8%보다 높은 것이다.
이는 역사적 평균치인 23.9%를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직전 달(2023년 2월)의 27.5%와 2020년 12월의 27.4%에 이어 역대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30대의 매수 비율이 높아진 이유와 그 영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2022년에는 30대의 매수 비율이 바닥을 쳤었다. 이는 작년에 거래량이 줄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다. 거래량이 줄더라도 전 연령층에 모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특정 연령층의 비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30대의 거래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40대나 50대의 거래도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대출·투자 심리 개선에 돌아온 30대
그러므로 30대의 매수 비율이 줄어든 것은 전체 거래량 감소가 아닌 다른 원인들이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원인은 주택 담보 대출 금리 수준에 있다. 신규 대출 기준으로 2021년 7월만 해도 2.81%에 그쳤던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1년 3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에는 4.82%까지 인상됐다. 불과 1년 3개월 만에 2%포인트 이상 인상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40~50대에 비해 자산 축적이 덜 돼 대출 의존도가 높은 30대는 금리 인상에 타격을 더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동안 30대의 매수 비율은 25.4%에서 21.4%로 4.0%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40대의 매수 비율이 0.9%포인트밖에 낮아지지 않았고 50대의 매수 비율은 오히려 4.4%포인트나 높아진 것과는 대비된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022년 10월 4.82%까지 올랐던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 3월 4.40%까지 떨어졌다. 불과 6개월 사이에 0.42%포인트나 인하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2022년 10월 21.4%까지 떨어졌던 30대 매수 비율이 올해 3월 26.9%까지 늘어났다.
결국 대출 금리의 수준이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30대의 매수 비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30대 매수 비율이 높아진 둘째 원인은 특례 보금자리론이다.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특례 보금자리론은 저금리 대출 상품이자 고정 금리 대출 상품이다. 그런데 기존 보금자리론에 비해 대출 한도가 대폭 확대됐고 소득 제한도 없어졌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신청 기준이 기존 보금자리론에서는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여야 했는데 특례 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을 없앴다. 한마디로 집값이 9억원 이하면 고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한 획기적인 대출 상품이다. 작년 10월을 바닥으로 11월부터 서서히 늘어나던 30대 매수 비율이 올해 2월과 3월 급격히 늘어난 것은 바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특례 보금자리론의 시행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중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에 불을 지폈다면 특례 보금자리론은 기름을 퍼부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30대 매수 비율이 최근 늘어난 셋째 원인은 30대의 투자 심리 개선이다. <표2>는 한국은행에서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중에서 주택 가치 전망이다. 이 지수가 100이 넘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10년을 살펴볼 때 초기 4년(2014~2017년)은 50대의 투자 심리가 높은 반면 30대는 그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중기 4년(2018~2021년)은 오히려 30대의 투자 심리가 더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30대들이 대거 대출을 끼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현상이 확산됐다. 소위 ‘영끌’이나 갭 투자가 확산됐던 시기다.
그러다 최근 2년(2022~2023년) 동안 30대나 50대 모두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미국발 고금리 상황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50대는 지난 16개월의 평균 지수가 78.9포인트인데 반해 30대는 91.8포인트에 달한다.
더구나 최근 데이터인 2023년 4월 지수를 보면 50대는 81포인트로 아직까지도 집값이 내린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반해 30대는 94포인트로 집값 상승과 하락을 점치는 사람이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 몇 달간의 투자 심리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5월 23일 발표될 5월 자료에는 30대의 지수가 100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집을 살 것이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집을 팔 것이다. 그러므로 30대는 집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고 집을 파는 50대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부산에 매수세 집중
결국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30대들이 주택 매매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시장에서 매수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한 연령층이 30대인 만큼 30대의 매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시장에서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30대의 매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전국적이긴 하지만 지역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국 아파트에서 30대 매수 비율이 2022년 10월에서 2023년 3월까지 5.5%포인트 높아지는 동안 서울(10.4%포인트)이나 부산(8.5%포인트)과 같은 지역은 크게 늘어난 반면 광주광역시(-1.1%포인트)와 같이 30대의 매수 비율이 낮아진 곳도 있고 제주도(0.9%포인트)나 전남(1.1%포인트)과 같이 조금 낮아진 곳도 있다.
대출 금리의 인하 추세나 특례 보금자리론의 시행은 전국적인 호재이기는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30대의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지역으로 온기가 퍼지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집값 반등 시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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