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가 네모 반듯하게 조성돼 경계가 상대적으로 확실한 것보다 주로 정비되지 않은 구시가지 토지들 사이에서 경계 침범 문제가 나타난다. 이때 토지 위에 존재하는 건물은 대체로 수십 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주택이나 상가다.
토지를 사용해 오는 과정에서 현실의 지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있고 애초에 토지 경계를 침범해 건물이나 담장 등이 지어졌더라도 워낙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인접 토지 소유자 사이에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정확하게 경계 측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 년간 존재하고 있는 옆 토지 건물 등이 자신의 토지를 침범해 올라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경험해 보면 경계 침범에 대한 분쟁은 토지의 소유자가 변동되거나 정비 사업이 진행되며 측량이 진행되는 경우 등 우연히 알게 되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토지의 경계를 침범한 사안에서 감정 평가액을 기반으로 화해한 사례를 소개한다.
의뢰인 K 씨는 인접 토지주 소유의 담장과 건물이 인접 토지와 자신의 토지의 경계라고 알고 있었다. 어느 날 K 씨는 우연한 기회에 실제 토지의 면적이 토지대장상 면적과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토지 면적은 그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작았다.
이상하게 생각했던 의뢰인은 필자에게 상담했고 필자는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지적 현황 측량을 의뢰해 볼 것을 권했다. 얼마 후 K 씨에게 전달받은 지적 현황 측량 성과도에는 옆 토지주 소유의 담장과 건물 등이 K 씨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는 형태와 면적이 표시돼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K 씨는 경계를 침범해 자신의 토지를 사용해 온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부당 이득금을 청구하기로 했다. 과거에 대한 사용료를 받아야 했고 인접 토지주는 담장과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장래의 임차료 또한 청구가 필요했다.
다만 과거와 미래를 염두에 둔 임차료가 과연 얼마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적극적으로 부당 이득을 입증하고자 했던 의뢰인 K 씨는 우리 사무소에 임료 감정 평가를 의뢰했고 해당 감정 결과를 기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토지의 무단 사용 등의 사유로 임료를 산정하는 감정 평가는 실무상 임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점에서의 토지 가격을 산정한 후 기대 이율과 필요 제 경비를 고려해 임료를 결정하는 적산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임료 감정 평가 시 K 씨처럼 몇 년 치의 임료를 산정해야 하는 경우 매년 변동되는 토지 가격의 산정이 중요하다. 토지 가격은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몇 년간의 토지 가격이 그 당시 인근 지역의 정상적인 토지 가격과 균형을 이루는 수준으로 책정하게 된다.
현장 실사를 통해 작성된 지적 현황 측량 성과도상 경계 침범 내용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의뢰인이 청구한 부당 이득 반환에 대해서는 옆 토지주가 의뢰인 K 씨에게 임료 감정 평가를 기반으로 책정된 부당 이득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현실에서 토지의 무단 사용이나 경계 침범으로 인한 부당 이득 반환의 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자기 토지에 대해 권원 없는 자의 무단 사용 등이 확실하다면 의뢰인 K 씨처럼 예상되는 부당 이득금, 즉 임료 감정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해 구체적으로 청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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