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사생활 폭탄에 셀트리온 주가도 ‘흔들’
충성 주주들도 등 돌려

[비즈니스 포커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그룹이 초대형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영에 복귀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사내에 청바지 금지 등 엄격한 복장 규정을 도입해 구설에 오른 데 이어 혼외자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년 만인 2023년 3월 셀트리온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정기 주주 총회를 통해 공식 복귀했다. 그가 떠난 지난 2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셀트리온의 성장이 정체됐고 기업 가치도 반 토막 났다.

서 회장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기내 승무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너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은퇴한다”고 했던 서 회장이 도리어 메가톤급 오너 리스크를 갖고 돌아오자 그간 서 회장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 왔던 소액 주주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복귀하자마자 혼외자 파문

서 회장의 혼외자 2명은 2021년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에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11월 조정이 성립되면서 서 회장의 호적에는 기존의 두 아들 외에 두 딸이 추가로 등재됐다.

혼외자의 존재는 이들의 친모인 A 씨가 대표로 재직 중인 서린홀딩스(의류 도매 업체)와 서원디앤디(인테리어 업체)가 최근 셀트리온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2022년 1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대기업집단 총수가 인지한 혼외자의 생부나 생모를 친족 범위에 포함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 회장 측은 두 회사는 A 씨가 차린 회사로, 셀트리온과는 어떤 거래도 지분 관계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A 씨를 2001년부터 만나기 시작해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두 딸을 낳았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2012년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지만 A 씨는 서 회장이 아버지 노릇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 측은 그동안 양육비 명목으로 288억원을 지급했는데도 A 씨가 생활비를 입금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A 씨를 공갈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혼외자 2명의 등장으로 인해 도덕성 논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상속 분쟁 가능성과 함께 셀트리온의 지배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회장은 부인 박경옥 씨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핵심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산 상속을 둘러싼 싸움이 서 회장 측과 친모 측의 진흙탕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서 회장의 재산은 약 7조원대로 추정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법정 상속분 비율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1이다. 서 회장의 배우자와 4명의 자녀는 ‘1.5 대 1 대 1 대 1 대 1’의 비율로 상속받게 된다.

서 회장의 재산은 원래대로라면 부인 박 씨가 41.66%, 두 아들이 각각 27.77%씩 받을 수 있었다. 혼외자 2명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재산을 18%씩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박 씨는 26.51%로, 두 아들은 각각 17.67%로 몫이 줄어들게 된다.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왼쪽)과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사진=셀트리온 제공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왼쪽)과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사진=셀트리온 제공
소방수라더니…충성 개미들 ‘울분’

서 회장의 혼외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셀트리온그룹의 주가는 15만원대로 내려갔다가 5월 8일 1분기 호실적 발표와 서 회장이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 이후 16만원대로 올랐다.

소액 주주들은 2018년 11월 기내 갑질 논란과 2023년 3월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의 행방 불명 소동, 5월 혼외자 논란 등 오너일가 이슈로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됐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의 ‘오너 리스크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와 오너 일가의 사회적 문제 및 갑질과 관련된 이슈들은 기업 주가의 단기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너 이슈가 주가 수익률 하락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일반 투자자(소액 주주)들에 피해가 전가되면서 이들의 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종목 토론방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없는 회사라고 믿고 투자했는데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다니 배신감을 느낀다’, ‘(서정진 회장이) 소방수가 아닌 방화범이었다’는 성토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여느 기업들과 달리 셀트리온 소액 주주들이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과 높은 도덕성을 강조해 온 만큼 오너 리스크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본사. 사진=한국경제신문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본사. 사진=한국경제신문
오너의 도덕성 흠결, 기업 가치에도 치명타

셀트리온과 소액 주주들의 관계는 각별했다. 일각에선 일반적인 기업과 주주의 관계라기보다 팬덤에 가깝다는 말도 나온다. 서 회장은 한국에서 드문 자수성가형 기업가로 바이오업계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바이오 분야에 문외한이던 그가 대우자동차 동료 10명과 마흔다섯 살에 5000만원으로 바이오 벤처를 창업한 것이 셀트리온의 시작이었다.

서 회장은 비전공 분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년 동안 40여 개국을 다니며 유명한 바이오 연구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노력파다. 한국에서 불모지였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에 뛰어들어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일궈 냈다. 우여곡절과 실패도 많았지만 셀트리온의 성공에는 ‘사기꾼’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서 회장의 장기 비전을 믿고 지지해 준 소액 주주들의 힘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서 회장이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공매도 세력을 꼽으며 2012년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했을 때도 셀트리온 주주 모임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한 2억원으로 2016년부터 총 6회에 걸쳐 신문에 악성 공매도 근절 호소문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당시 셀트리온 소액 주주 측은 “악성 공매도와의 전쟁을 위해 독립 운동하듯 모금 활동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오너 리스크로 인해 서 회장의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 회장은 2023년을 셀트리온의 새로운 도약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라고 보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가 해결할 주요 현안으로는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 주요 제품 미국 진출, 신약 개발 플랫폼 확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이 있다.

3사 합병은 서 회장의 숙원 사업이다. 분식 회계 논란으로 한때 합병이 지연됐지만 2022년 3월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합병 작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일부 소액 주주들이 합병 이후 3사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어 주주 설득이 과제다.

셀트리온의 소액 주주 비율은 67%, 헬스케어와 제약은 56% 46%에 달한다. 셀트리온의 소액 주주 수는 2022년 44만 명 규모다. 셀트리온헬스케어 28만 명, 셀트리온제약 13만 명까지 합치면 총 85만 명에 달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