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지혜로운 문학가의 인생 조언
“삶의 만족도 높이려면 선택의 폭을 줄여라”
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7000원
인기 예능인 ‘골목식당’을 보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나와 “메뉴가 많다”고 지적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메뉴가 많을수록 식당 이용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 책 ‘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에 따르면 우리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심리학자 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에서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을 마친 뒤 느끼는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선택지를 줄일수록 만족도는 올라간다. 이를 인생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자신이 한 선택을 유일한 선택지로 만들면 된다는 답이 나온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나 자유로운 발언이 어려웠던 19세기,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주체적인 삶을 꿈꿨던 ‘제인 에어’라는 여성이 있다. 샬럿 브론테의 동명 작품의 주인공인데, 결혼과 같은 인생 중대사가 아니라면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사는 시대에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 가정 교사 구직 광고를 내는 등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준다. 또한 연애결혼이 흔하지 않던 보수적인 사회에서 귀족인 로체스터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급을 뛰어넘은 세기의 로맨스가 아니다. 제인이 자신의 선택을 유일무이한 정답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는 나 자신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축복받은 사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의 남편이 내 생명인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곧 남편의 생명인 까닭이다.”(‘제인 에어’ 중에서)
보수적인 사회에서 천애 고아인 여성이 귀족 남성과 결혼했으니 순탄하고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인은 로체스터와 자신이 서로에게 생명, 즉 유일한 존재였음을 고백한다.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축복받았다고 느낀다니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 고백이 있을까. 그뿐만 아니라 제인은 자신이 해 온 인생의 모든 선택들을 정답으로 만든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은 선택할 수 없지만 이후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의지다. 즉 의미화다. 그러니 제인처럼 의미화를 잘하는 사람은 인생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처럼 오랜 세월 살아남은 고전에서는 삶에 도움이 되는 인생의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알고 보면 최근 불고 있는 ‘고전 읽기의 열풍’의 이면에는 변하지 않는 가치인 지혜에 대한 소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서민 독서’, ‘서민적 글쓰기’ 등의 저자이자 평소 책을 통해 삶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서민 단국대 교수가 쓴 책이다. 고전 읽기의 진입 장벽은 ‘어렵다는 편견’이라며 그 시대의 베스트셀러인 고전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시인 단테의 ‘신곡’부터 인류의 책이라고 불리는 ‘돈키호테’까지 많은 이들의 삶에 모티브가 돼 줬던 작품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과 감상 포인트를 알려준다. 일명 삶의 무기가 되는 고전 독서법이다. 예를 들어 중세의 흑사병을 다룬 ‘페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았던 현대 사회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외에도 ‘돈키호테’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원천을, ‘부활’의 네흘류도프에게서는 사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책 속 인물들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통찰력으로 해학과 철학 읽어 낸다. 덧붙여 다른 이의 견해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해석도 중요하다며 독자에게도 느낀 대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자신의 경험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 책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 더러운 세상”이라고 한들 관심 가져주는 이가 없겠지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마다할 세상”이라고 하면 멋있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지 않겠는가. 올 한 해,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자.(‘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중에서)
최경민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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