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가 내재온 도상승(ITR)을 산출한 한국 기업 97곳 중 43%에 해당하는 44개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가 국제 사회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과 감축, 이를 드러내는 투명한 공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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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탄소 중립 목표와 경로를 분석한 결과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지구 온도를 유지하는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ESG가 MSCI코리아지수에 포함된 한국 97개 기업의 ‘내재 온도 상승(ITR : Implied Temperature Rise)’ 지표를 조사한 결과 평균 ITR은 2.16도로 나타났다.

MSCI에서 산출하는 ITR은 금세기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 예산(배출 허용량)을 개별 기업별로 할당하고 이를 각 기업의 기존 배출량과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추정한 배출 예상치와 비교해 그 차이를 온도로 환산한 것이다.

97개 기업 중 CJ제일제당·KB금융·NH투자증권·삼성바이오로직스 등 23개(23.7%)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5도 이내로 관리할 수 있는 그룹(A)에 포함됐다. BGF리테일·셀트리온·신한지주·에코프로비엠 등 32개(33%) 기업은 2도 이내 그룹(B)에 속했다.

반면 한국 기업의 43.3%에 해당하는 44개 기업은 국제 사회의 최소 요구 수준인 2도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SK바이오사이언스·현대모비스 등 20개(20.6%) 기업은 2.1~2.9도 이내 그룹에 속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GS 등 22개(22.7%) 기업은 3도를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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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배출량 86.1%, 경로 벗어나

조사 대상 97개 기업의 평균 탄소 중립 목표 연도는 2043년이다. 이들 기업의 연결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4억5404만 톤(2021년, tCO₂eq)이다. 2도를 벗어난 C와 D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억9096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86.1%를 차지한다.

1000만 톤 이상 배출 기업(연결 기준) 8곳 중 2도 이내에 속한 기업은 현대제철(배출량 2849만 톤, 2도)과 SK이노베이션(1121만 톤, 1.5도) 두 곳뿐이었다. 나머지 기업의 ITR은 한국전력 3.2도, GS 3.2도, LG화학 3.2도, 포스코홀딩스 2.4도, SK 2.2도, 삼성전자 2.3도 순으로 높았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무관하게 온도 상승 전망치가 높은 5곳은 주로 화학·운수장비·기계 부문 기업이다. 조사 대상 기업 중 SKC가 4도로 가장 높았다. 롯데케미칼 3.8도, 삼성중공업 3.7도, 현대중공업 3.6도, 한온시스템 3.6도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CJ제일제당·현대글로비스·현대건설·KB금융·삼성바이오로직스·하나금융지주·삼성화재·NH투자증권은 1.5도보다 낮은 1.3도를 기록해 1.5도 이하인 그룹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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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이내, 보고 경계 뚜렷하고 목표 도전적

이번 조사에서는 온도 상승 전망치가 낮은 기업일수록 감축 목표가 회사의 총배출량을 커버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3도 미만 온도를 보인 기업은 이 비율이 모두 100%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들 기업이 국내외 사업장은 물론 스코프 1~3를 모두 포함하는 감축 목표를 지녔다는 의미다. 반면 1.6~2도 그룹은 이 비율이 평균 49.5%, 2.1~3도 그룹은 35.9%, 3도 초과 그룹은 18.2%다.

1.5도 이내 그룹은 연간 감축 목표량도 가장 도전적이다. 1.5도 이내 그룹의 탄소 중립까지 연간 감축 목표치는 3.06%로, 전체 평균 1.06%를 웃돗았다. 반면 탄소 중립 연도는 2046년으로, 평균 2043년보다 3년 가까이 길었다.

2.1도 초과, 감축량 많지만 구조적 한계

2.1도를 초과하는 기업은 자동차,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과 전기·전자 및 기계 등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3도 초과 그룹 중 삼성증권이 유일하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3.1도를 초과하는 22개 기업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량은 9.51%로 1.5도 이내(0.5%) 그룹, 1.6~2도 그룹(2.6%), 2.1~3도 그룹(8.3%)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온실가스 집약도는 연평균 4.28% 감소하는 데 그쳐 전체 평균 감소 폭(8.08%)과 비교해 감축 효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당 배출량은 1.5도 이내 그룹이 3.9톤, 1.6~ 2도 10.3톤, 2.1~3도 그룹은 18.6톤, 3.1도 초과 그룹은 19.8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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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제로 경로 나타내는 ITR, 빠른 확산 전망

IPCC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2도로 제한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1.5~2도에서 지역별로 불평등한 기후 위험이 발생하고 2.0~3.5도는 고위험 구간으로 분류한다. IPCC는 지난 3월 19일 제58차 총회에서 승인한 ‘6차 보고서’를 통해 탄소 예산을 각각 5000억 톤(1.5도), 1조1500톤(2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기관이 제공하는 등급과 달리 ITR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경로의 적합성 여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로, MSCI 외에도 서스테이널리틱스 등이 이 같은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MSCI 관계자는 “ITR을 통해 넷 제로 경로를 나타낼 수 있다. 기업·포트폴리오·펀드·벤치마크가 넷 제로 목표와 일치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며 “투자자는 ITR을 사용해 기후 위험을 관리하고 목표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위원은 “ITR은 기업의 감축 목표 수준과 노력을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며 “MSCI가 워낙 영향력이 큰 기관이다 보니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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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블룸버그의 2017~2021년 연결 기준 97개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3), 원단위 배출량 데이터와 MSCI 한국 97개 기업 내재 온도 상승, 탄소 중립 목표 데이터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기사 전문과 더 많은 ESG 정보는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