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구분을 위한 낙인에서 시작
기업 리더십 대변해 담론 제시하고
사회 변화 이끌며 폭풍 성장

[브랜드 인사이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랜딩은 유럽 어느 농가에서 가축에 고유 낙인을 찍으면서 시작됐다. 구분하는 역할에 불과했던 브랜드는 머지않아 이 농가의 제품 수준을 보증하는 의미로 발전됐다.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는 기업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이자 개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적 역할로서 폭넓은 개념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브랜드는 어떤 위상에 이를 수 있을까. 에델만의 설문에 따르면 가장 신뢰받는 형태의 기관은 정부·언론·비영리 기구가 아닌 기업이다. 이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중력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내놓는 상품의 의미, 서사, 대변하는 가치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소비를 결정한다.

이제 더 이상 기업의 목적이 영리 추구에 머무를 수 없다.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가치에 대담한 담론을 던지고 이를 위한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이런 리더십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창구는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는 기업이 현대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리더십을 대변한다. 인터브랜드가 브랜드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리더십 행위로서의 브랜드(Brands as Acts of Leadership)’라고 정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브랜드가 비즈니스 성장이라는 목적을 넘어 기업의 가장 강력한 내러티브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고객을 향한 새로운 가치 창출과 혁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 따르면 2023년 브랜드 전체 가치 총합이 201조124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180조4735억원) 대비 11.4%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인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을 이끄는 50대 브랜드들이 ‘리더십 행위로서의 브랜드’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리더십 행위로서의 브랜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리더십은 그저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터브랜드는 ‘리더십 행위로서의 브랜드’를 다룰 때 심리학과 인류학적 관점을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2023 이미지.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2023 이미지.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심리학의 관점에서 올바르게 행동하라

브랜드는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내러티브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이 조악하다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브랜드 경험은 정교하게 설계돼 섬세하게 연마된 결과물이어야 한다.

훌륭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필살기는 ‘고객 시각에서의 접근’이다.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기업은 공급자 중심의 관점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변화한 시대 속에서 결정의 열쇠를 쥔 주인공은 소비자다. 더 좋은(것이라고 공급자가 생각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기 전에 ‘더 좋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좋다’는 판단의 기준은 고객에게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고 갈망하는 속성을 담은 서비스, 상품, 경험이 ‘좋은 것’의 정의다. 생각의 접근 관점을 완전히 바꾸는 일은 기업에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반드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고객의 선호는 다양하게 변한다. 어제의 트렌드가 내일의 올드 패션이 된다. 반면 시대가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근원적 욕구도 있다.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은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충족돼야 할 5단계의 욕구를 구분한다.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자아실현에의 욕구까지 5단계 구조의 욕구는 시대와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에게 내재돼 있다.

결국 시대의 새로운 중력을 잡는 브랜드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선행돼야 한다. 시대를 초월해 변하지 않는 욕구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니즈를 헤아려야 한다.

고객에 대한 파악이 끝났는가. 이제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할 때다.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 주도적인 소비자들과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선호와 니즈를 잘 알고 있다. 기업이 더 이상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이런 소비자들과 발맞춰 브랜드 경험을 변화시키자. 기업이 먼저 결론을 내려 소비자에게 고정된 타입의 브랜드 경험을 선택하도록 만들지 말자. 개개인이 원하는 형태로 소통하며 변화하는 ‘주관식 브랜드 경험’이 필요한 시대다.

인류학의 관점에서 옳은 일을 하라

브랜드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옳은 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가 생각하는 옳은 일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름답고 좋은 가치의 막연한 주장은 감흥을 일으킬 수 없다.

우리가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우리 브랜드가 화자로서 이야기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와 영역이 무엇인지 설정한 후 뒤돌아보지 않는 대담한 실행을 구현할 때 브랜드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새로운 브랜드 리더십의 시대, 이제 더 이상 영리를 추구하던 과거처럼 비즈니스적인 목표를 지향점으로 둬서는 안 된다. 새 시대의 목적은 브랜드의 리더십과 실천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인터브랜드는 ‘리더십 행위로서의 브랜드’ 관점의 브랜드 목적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황(Context)·역량(Capability)·신념(Conviction)·지속성(Continuity) 등 ‘4C 모델’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살펴보기를 권한다.

‘옳은 일을 하는 기업 활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번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과연 우리 기업의 ESG와 다른 기업들의 ESG를 구분하기 쉬운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 기업의 ESG 활동이 마냥 소모적 자원 투입 형태로 전개되고 있지는 않은가. 기업의 존속은 수익 창출에 있고 이는 ESG 활동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잘할 수 있는 ESG 활동을 해야 한다. 브랜드가 실천했을 때 소비자들이 그 서사와 의도를 납득할 수 있고,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의 역량과 사업적 실체가 연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 말은 틀렸다. 브랜드는 자신이 지키기로 한 신념이라면 어떤 위기에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인터브랜드가 2019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서부터 한결같이 ‘브랜드는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시대는 브랜드에 구체적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용기를 내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을 때 마침내 브랜드는 진정한 리더십을 인정받는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실천’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문보경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문보경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문보경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