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학교 배경으로 한 미국 넷플릭스 시리즈, 49개국 1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가 49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화제다.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곳은 한국의 한 국제학교. 이곳에서 주인공들이 부채춤이나 택견을 배우고, 고조선과 삼국시대에 대한 역사를 배우는 장면을 통해 한국 전통과 역사, 문화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미국 매체에서 ‘GAPJIL’이라고 그대로 표기하는 대기업 회장의 ‘갑질’ 역시 등장한다. 서울을 무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만큼 남산타워, 청계천, 롯데타워, 여의도 등 서울의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이 드라마는 모두 서울에서 촬영한 미국 드라마 ‘XO, 키티(엑스오, 키티)’다. 이미 크게 흥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3부작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인 설정인데, 이번 ‘엑스오, 키티’에서는 전작의 주인공 여동생으로 등장했던 키티가 남자친구를 찾아 서울에 오는 내용이다.
전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그동안 백인 위주였던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틀을 깼다면, ‘엑스오, 키티’는 미국 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가 수출돼 성공한 사례는 많았지만 이처럼 미국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하고, 한국 문화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원작 소설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 제니 한은 한국계 이민 2세다. 영화 주인공들이 침대 위에서는 꼭 신발을 벗고, 명절에는 세배를 하는 등 한국 정서가 구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이유다.
제니 한 작가는 2021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K드라마 인기에 대해 “한국 드라마는 스토리텔링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전혀 다른 경험을 준다. 비주얼이 멋질 뿐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에 함께 웃고 울고 사랑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보면 ‘엑스오 키티’의 서사 전개는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미국 ‘타임’지는 XO, 키티가 K-드라마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랐다고 분석했다. 주인공 키티가 하이킹 중에 넘어지자 남자 주인공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준다. 이 과정이 슬로우모션으로 연출되고 드라마틱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타임’지는 연출뿐 아니라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의 등장, 계약연애 등 한국 드라마의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를 엑스오 키티가 차용하면서 K드라마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엑스오, 키티’에 대한 관심과 호평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매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엑스오, 키티’는 현대 서울과 현대 한국 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시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더 랩은 "K-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이 섞여 큰 기쁨을 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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