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건설사와 주민들의 자유로운 합의로 전환 가격을 약정하면서 부수적으로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까지 있었다면 이렇게 약정한 전환 가격이 임대주택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도 주민들은 일부 금액을 돌려달라는 소를 제기할 수 없을까.
B사는 1999년 2월 공공 건설 임대 주택(아파트)을 지어 A 등에게 임대했다. 이후 B사는 2013년 아파트 가구 중 계약 면적 64㎡ 가구는 4307만원, 77.76㎡ 가구는 5289만원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정한 뒤 지방자치단체에서 임대 주택 분양 전환 승인을 받았다.
A 등과 B사는 분양 가격 협의를 거쳐 가구당 50만원을 인하한 분양가에 계약하기로 하면서 ‘분양 가격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일체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서도 작성했다. 이후 A 등은 분양 대금을 지급하고 분양받았다가 ‘분양 전환 가격이 관련 법령이 정한 산정 기준 금액을 초과해 비싸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분양 전환 가격을 넘는 금액을 반환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1·2심은 주민들이 부제소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분양 전환 가격 산정 기준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 법규에 해당한다면서 그 산정 기준을 초과한 분양 전환 가격으로 체결된 계약은 초과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강행 법규인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산정 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한 분양 전환 가격에 분양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에 부수해 부제소 합의를 한 때와 같이 부제소 합의로 인해 그 계약이 강행 법규에 반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강행 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해당 부제소 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판시했다.
살피건대 대법원은 종전에도 분양 전환 가격 산정 기준에 관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은 강행 법규에 해당하고 그 산정 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한 분양 전환 가격에 분양 계약이 체결됐다면 그 분양 계약은 위 산정 기준에 따른 정당한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무효로 봤다.
이런 임대 주택 분양 전환 계약에 관한 일부 무효의 법리는 민간 임대 사업자가 시장·군수·구청장의 분양 전환 승인을 거쳐 분양 전환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한 가격에 체결된 분양 계약이 사법적으로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분양 전환 가격 산정 기준에 관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 규정들이 강행 법규에 해당하고 그 산정 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한 분양 전환 가격에 체결된 분양 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임을 일관되게 판시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보면 위 대법원 판결에서도 강행 법규인 분양 전환 가격 산정 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별다른 판단 없이 분양 계약에 부수해 체결된 이 사건 부제소 합의만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는 경우 강행 법규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여지가 있어 이 같은 부제소 합의는 무효라는 점을 최초로 명확하게 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주영 법무법인 신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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