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꼴찌 롯데의 반란…무엇이 조직을 바꾸는가[EDITOR's LETTER]
스포츠의 매력은 반전, 또는 이변입니다. 한국 축구팀이 U-20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 프랑스를 꺾은 것 같은 일 말입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변의 팀은 단연 롯데자이언츠입니다. 롯데는 ‘꼴데’, ‘봄데’로 불립니다. 꼴찌 롯데, 봄에만 반짝하는 롯데라고 붙여진 별칭이지요.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5월 말인데 LG트윈스·SSG랜더스와 1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LG 팬으로서 객관적으로 비교해 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대호·손아섭 등 과거 롯데를 상징하던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점입니다. 특출난 투수도, 3할 타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뜻밖의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선수들이 어떻게든 살아 나가려고 하고 나가면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근성이 살아나고 있다는 게 첫째 달라진 점이었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스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팀을 놓고 보면 스타가 방해가 될 때도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스타 이외에 다른 선수들은 액세서리로 취급당하며 전력이 약화되곤 합니다. 기업 조직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롯데는 이들이 빠지자 개인 성적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의 공백을 채운 것은 다양성입니다. 과거 롯데는 경남고와 부산고 등 PK 색깔이 짙은 팀이었습니다. 주력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올해는 재일 동포 안권수 선수를 비롯해 경기도 안산 출신 황성빈, 서울 출신 유강남·안치홍·김민석, 광주 출신 김원중·노진혁 선수 등이 주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순혈주의, 즉 색깔을 벗겨 내니 다양성이 살아났습니다. 이 다양성은 치열한 경쟁과 근성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다음은 절박함입니다. 이번 시즌 롯데는 ‘당근 자이언츠’로도 불립니다.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싼값에 ‘줍줍’했다는 얘기입니다. 투수 김상수·윤명준·차우찬·신정락 선수, 타자 안권수·국해성 선수 등입니다. 이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절박한 야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 라인이기도 합니다.

절박함에 대해 래리 서튼 감독은 “우리는 하루하루 집중한다.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오늘 경기에 모든 걸 쏟아내고 집중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경험과 속도도 중요합니다. 올해 롯데 야구는 ‘불신 야구’로 불립니다. 한 박자 빨리 투수를 교체해 버려 붙여진 별칭입니다. 투수의 승수 등 개인 기록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시하는 용병술입니다. 삼성라이온즈에서 수많은 우승 경험을 갖고 있는 배영수 투수코치를 영입한 결과입니다. 지금까지는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스타가 사라지자 이기주의는 소멸했고 그 자리를 근성과 절박함이 채우며 롯데는 원팀이 됐습니다. 물론 그냥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장기적 안목과 지원, 감독과 단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롯데는 서튼 감독과 성민규 단장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줬습니다. 2년 연속 리그 8위를 했지만 팀의 리빌딩을 맡겼습니다. 믿음에 보답하듯이 두 사람은 젊은 구단, 지는 게 익숙하지 않은 팀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구단은 “니들이 알아서 해봐”라는 식으로 팽개쳐 놓지도 않았습니다. 지난해 수백억원을 투입해 리빌딩을 도왔습니다.

롯데의 선전은 한 발짝 떨어져 조직을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원팀을 해치는 고평가된 스타플레이어는 없는지, ○○○ 라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조직을 뒤흔드는 쏠림은 없는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소외받는 조직원은 없는지, 어려운 과업을 맡기며 “알아서 해봐”라는 무책임한 지시는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듯합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