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기술 스타트업 - 디아이랩

[ESG 리뷰]
“초단기 기상 예측으로 기후 재난 피해 줄입니다”[ESG 리뷰]
(사진) 디아이랩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명광민 디아이랩 대표.사진=이승재 기자

어제 최고 기온 섭씨 영상 28도 오늘 최고 기온 섭씨 영상 15도. 하루 만에 바뀐 온도와 기후 재난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여행하다 보면 출발할 때 하늘이 맑았는데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심한 폭우를 만나기도 한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기후 변화로 날씨의 변동성과 대기 불안 정도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같은 지역에서도 어느 곳은 비가 내리고 어느 곳은 날씨가 청명하며 또 어느 곳은 단시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강남 한 곳을 잠기게 한 폭우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 중 하나다. 이상 기후 현상이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까지 가져온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강남에 발생한 홍수로 추정되는 손해 금액은 약 1273억7000만원이다. 기상학자와 보험사들은 이러한 이상 기후 현상이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측하며 기후 변화 대응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코리안리 같은 재보험사는 건물이나 도로의 물리적 리스크를 추정해 보험 상품의 잠재적 리스크를 계산하는데 이를 위해 수백억원대의 태풍·지진 데이터베이스를 구매한다.

재난 막기 위해 데이터 수집

이상 기후가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상 기후를 진단하고 예측하면 된다. 하지만 기후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인력이 적은 데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후는 장기간 쌓인 대규모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대기 상태다. 관측 방법·장소·시간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값을 추론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이 수반돼야 한다. 달리 말하면 기후 데이터가 방대하게 쌓여 있어도 결국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전문가뿐이라는 의미다.

연세대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한 이후 공군 기상장교를 거쳐 대한민국 기상예보사 1호 타이틀을 거머쥔 명광민 디아이랩 대표의 목표는 이러한 전문 지식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명 대표가 재해를 예방하고 알리는 서비스를 고민하게 된 것은 기상 장교로 복무하던 2007년이다. 명 대표가 예보 근무를 하던 날, 황해도 지역에서 강한 뇌우가 발생하며 서울·경기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낙뢰 경보를 발령하고 담당 부대에 전파한 뒤 상황을 지켜보니 북한산과 서울 북부 지역도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위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후 명 대표는 북한산에서 발생한 낙뢰로 4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명 대표는 “기상청·공군·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열심히 대응하고 있지만 전국을 관리하기는 힘들다. 민간도 기후 데이터를 관리,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창업을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기후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부터 난관이다. 고품질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어떠한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 데이터가 얼마나 촘촘하느냐에 따라 예측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에 50mm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강북은 비가 내리지 않고 강남에는 80mm의 비가 내렸다면 기상청 예보는 틀린 것일까. 기상 시스템이 낙후돼 예측도가 떨어지는 것일까. 둘 다 아니다. 한국의 기상관측소는 국토 면적에 비해 촘촘히 깔려 있고 기상 정보 확보 수준도 글로벌 상위권에 속한다. 틀린 예보를 한 것이 아니라 더 정밀한 해상도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재해를 감지하려면 2.5km 이하의 촘촘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기상청에서 파악할 수 있는 지상 관측 데이터의 해상도는 5~15km 정도다. 명 대표가 SK플래닛의 기상 정보 사내벤처에 참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 기지국 인프라를 사용해 1~3km 간격의 기상 센서를 설치했고 기상청 관측망이 놓치는 국지성 현상을 탐지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제공해 왔다. 지상 관측 데이터를 2km, 500m 정도로 더욱 세밀하게 확보할수록 오차 범위는 줄어든다. 예측을 빗나가는 극한 기후 현상에 대한 초단기 대응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초단기 예측으로 탐지율 높여

디아이랩 서비스의 핵심이자 경쟁력은 바로 이 ‘초단기 예측’이다. 디아이랩의 서비스는 크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이상 감지 및 예측 솔루션인 디아이캐스트(DI CAST), 태양광 발전 설비의 발전량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모두 솔라, 실내 공기질 통합 모니터링과 케어를 제공하는 모두 에어, 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지능형 미세먼지 서비스로 나뉜다.

그중 미세먼지·온도·습도·일사량·태양광 발전량·소음·진동 등에 대한 이상 정보를 감지하는 디아이캐스트가 디아이랩의 주요 서비스다. 디아이캐스트가 판별하는 전문 분야는 국지성 호우, 폭염·열대야, 미세먼지 등이다. 기후 변화로 피해가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대응하는 것이다.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기상 정보를 축적해 두고 그를 기반으로 이상을 감지해 고객에게 알리는 프로세스다.

기존 예측 서비스는 기상 예측 수치 모델, 위성·레이더 영상 자료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취합한다. 현장 관측 자료는 기상청 관측 자료나 세계 기상 전문(GTS) 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규모의 기상 현상은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집중 호우 같은 국지적이면서도 피해가 큰 기상 현상은 제대로 관측할 수 없다.

특히 지자체에서 확보하는 데이터는 입찰 방식이라 각각의 측정 장비가 다르다. 이에 따라 데이터마다 신뢰도가 달라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구축 후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이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간에 데이터가 누락되기도 한다. 디아이랩은 기상청 관측 자료에 더해 지자체나 민간에서 설치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기상 환경 데이터를 통합해 이상 감지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켜 왔다. 찰나에 발생하는 위험 기상 정보를 탐지하기 위해 이후 데이터 측정·처리·수집·설치 환경 등에 대한 메타 데이터도 최대한 확보했다. 향후 사업을 확대한다면 자체 IoT 센서를 구축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우리는 현재 기상 현상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명 대표의 분석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를 어미 오리와 아기 오리에 빗대 이야기한다. 어미 오리는 고저기압 등 큰 규모의 기상 현상이고 아기 오리는 국지성 강수 등 최근 문제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맨홀 격자 크기는 관측 해상도인데 해상도가 낮으면 아기 오리가 맨홀 아래로 빠져 사라지는 것처럼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을 빗댄 것이다. 명 대표는 “이상 기후 대응은 이 아기 오리를 잡아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고해상도·고품질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아이랩의 이상 정보는 기후 정보 예측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실내 온도, 공기질 감지를 통해 공장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한다. 유독가스 시설이 있는 공사장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요리하는 급식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재해 대처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산화탄소가 업무 효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보통 실외 이산화탄소는 420~430ppm 정도인데 인구가 밀집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사무실은 1시간에 1000ppm까지 올라가죠. 식사 시간 직후에는 1500ppm까지 치솟기도 합니다.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이산화탄소 기준이 1000ppm인 것을 고려하면 졸음이나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어요. 디아이랩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공기를 개선하는 시점과 방안을 제공받을 수 있죠.”

디아이랩의 서비스 중 이상 감지 정확도가 가장 높은 데이터는 미세먼지다. 현재 수준으로는 99%의 적중률을 자랑한다. 명 대표는 “예외는 늘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탐지율을 높이고 오보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상 정보가 포착되면 1시간, 30분 전이라도 고객에게 알리고 위험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날씨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관리 시스템도 주요 서비스 중 하나다. 태양광 발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후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안정적 계통 운영을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아이랩은 ‘모두 솔라’라는 솔루션을 통해 지능형 에너지 관리를 운영 중이다.

시장 전망도 초록불

글로벌 기후 재난 예측 시장은 이미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원 컨선(One Concern)이라는 기업은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제공한다. 클리마비전은 15억 개의 데이터셋을 매일 처리하는 날씨 예측 요소를 확보한 기업으로, 현재 누적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는 대부분의 기업이 물리적 리스크로 관리하기 때문에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아이랩의 주요 타깃 고객 역시 재보험사와 보험사나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에 따라 기후 공시를 진행하는 금융회사 및 기업이다. 명 대표 역시 이전보다 늘어난 관심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디아이랩은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의 성장지원센터 입주 기업(또는 보육 기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디아이랩의 올해 목표는 초단기 강수 예측 및 침수 위험에 대한 조기 감지 시스템 개발이다. 명 대표는 “강남·포항 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성 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초단기 강수를 예측하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험사나 지방자치단체와 실증 서비스를 통해 현장에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것이 목표”라며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기후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사업인 만큼 호흡이 긴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명 대표의 설명이다. 명 대표는 “투자자들이 기후 기술에 관한 실적 평가 주기를 조정해 장기 투자 및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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