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인터뷰]
약력 :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 의과대학 석박사. 2015년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 2021년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종양내과 임상 조교수. 2023년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종양내과 임상 부교수. 사진=서범세 기자
약력 :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 의과대학 석박사. 2015년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 2021년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종양내과 임상 조교수. 2023년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종양내과 임상 부교수. 사진=서범세 기자
폐암은 현재 한국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다. 남성 기준 1위, 여성 기준 갑상선암·유방암에 이어 셋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집계되고 있다. 치료가 어렵고 전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 전이가 이미 발생한 4기로 발견되는 환자가 40% 이상이다. 또한 수술 방법으로 완전 절제한 조기 폐암 환자라도 약 30~40%에서 재발하는 점 역시 폐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기 진단도 어렵다. 조기에 진단되는 환자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엑스레이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진단 시 이미 상당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흔한 암인 만큼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치료제 시장도 넓고 제약사 경쟁도 치열해 폐암 치료 성적은 많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폐암 전문가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에게 폐암 예방과 치료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폐암 발병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흡연이 폐암의 주된 발병 원인입니다. 하지만 최근 직업이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폐암 발병도 늘고 있습니다. 직업적 요인으로 석면이 있는데 석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10~35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라돈 같은 중금속에 노출돼도 폐암이 발병할 수 있죠.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 역시 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 쥐를 이용해 미세먼지와 폐암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미세먼지가 폐암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요리 매연 초미세먼지(PM2.5)를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 폐암 환자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는 변이가 있나요.

“한국 폐암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돌연변이는 EGFR입니다. 한국 비흡연 폐암 환자의 50~60%에게서 EGFR 변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EGFR 변이는 유전자 자체로 암을 유발하거나 암세포의 증식 및 전이를 활성화하는 암 유전자입니다.

또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 크게 소세포폐암(SCLC)과 비소세포폐암(NSCLC)으로 구분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80~85%에 해당합니다. EGFR 돌연변이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에서도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특히 여성 폐암 환자에게서 흔하게 발견되고 있어요. 현재 EGFR 변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 치료제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할 때 주로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EGFR 변이 표적 치료제는 1‧2세대를 거쳐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된 상황입니다.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개발 순서와 표적 범위인데 3세대는 가장 최근 개발된 약제예요. 기존 1‧2세대는 광범위하게 EGFR을 억제한다면 3세대는 T790M 돌연변이, 즉 1·2세대 약제에 내성을 갖게 하는 돌연변이까지 억제합니다. 현재 3세대 표적 치료제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1세대와 2세대 치료제만 1차 치료 시 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어요. 3세대 치료제는 1차 치료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에 대해 2차 치료를 진행할 경우 급여를 적용받아 사용할 수 있죠.

이 점이 좀 안타까워요. 기존 1·2세대 표적 치료제는 치료를 받아도 병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년이고 생존 기간도 2년 남짓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은 1·2세대 표적 치료제보다 3세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거든요. 또 3세대 치료제는 뇌전이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3세대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보험 급여 적용 등의 문제로 아직 3세대 치료제를 1차 치료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산 신약 렉라자도 처방 경험이 2년 이상 쌓였는데 렉라자 출시 전후 치료 환경이나 환자 예후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동안 한국 환자들에게 타그리소가 유일한 치료 선택지였지만 렉라자가 출시되며 환자들이 두 가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됐죠.

장점도 많아요. 렉라자는 심장 부담 등 EGFR 표적 치료제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드물어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폐암 환자들의 약 3분의 1에게서 발생하는 뇌전이에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은 렉라자의 특징이에요. 이에 따라 렉라자는 실제 처방 시 양질의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렉라자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나요.

“EGFR은 피부나 상피 세포에 존재하는 유전자입니다. 따라서 암과 관련 없는 정상적인 EGFR도 함께 억제하면 설사나 피부 질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죠. 하지만 3세대 치료제인 렉라자는 1·2세대 치료제에 비해 EGFR 변이만 선택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요. 따라서 장기간 복용 시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고 환자의 삶의 질도 잘 유지되는 편입니다.”

-최근 렉라자의 리얼월드 데이터(RWD)가 나왔는데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상 시험은 환자를 둘러싼 환경이 철저하게 통제된 상태로 진행됩니다.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 역시 컨디션이 좋고 특별한 결핍 사유가 없는 경우가 많죠. 반면 리얼월드 데이터는 실제 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실제 환경을 반영한 리얼월드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잦죠.

이번 렉라자의 리얼월드 데이터에선 임상 데이터와 유사한 수준으로 렉라자의 효능 및 이상 반응이 관찰됐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임상 시험과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셈이죠.”

-국산 폐암 신약이 글로벌에서 개발된 약제와 비슷하게 사용된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보이는데 향후 렉라자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요.

“렉라자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1차 치료제 승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발표될 LASER301데이터가 1차 치료제 승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LASER 301은 1세대 치료제 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와 렉라자를 비교하는 임상이에요.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승인받는다면 향후 환자들이 1차 치료부터 복용하며 장시간 반응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폐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조기 발견이 가장 좋습니다. 폐암은 조기 발견될수록 완치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폐암 1~2기는 수술적 절제를 통해 완치를 바라볼 수 있고 3기부터는 수술이 어려워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4기는 항암 치료 위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현재 가장 정밀하게 폐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저선량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CT)이에요. 건강검진 시 CT 촬영이 포함돼 있다면 조기 진단이 가능합니다.

처음 폐암을 진단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절망합니다. 특히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분들은 진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현재 폐암 치료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폐암 환자들의 삶의 질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생존 기간도 연장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희망을 갖고 치료 받기를 바랍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