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압출 기술로 배터리 보호 케이스 제조
기술력으로 경량화·안정성·에너지 효율 구현해
GM·리비안·루시드 등 글로벌 전기차에 입소문

알멕의 제품이 채용된 전기차 브랜드 '리비안' / 자료=한국경제신문
알멕의 제품이 채용된 전기차 브랜드 '리비안' / 자료=한국경제신문
전기차 부품 제조사 알멕이 5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청약에 나선다. 외부 충격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보호하는 알루미늄 압출 모듈 케이스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를 거쳐 GM·리비안·루시드 등 글로벌 전기차에 장착된다. 한국 시장점유율 1위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 공장 증설에 투자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 50년 업력의 알루미늄 전문 기업

전기차의 핵심 경쟁 요소는 주행 거리·경량화·안정성·에너지 효율성·친환경·재활용 가능성 등이다. 이를 구현하려면 내구성이 뛰어나고 경량화·열처리가 가능한 소재가 필요하다. 알루미늄은 이를 구현하기 쉬워 전기차 부품에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50년 업력의 알루미늄 압출 소재 전문 기업인 알멕이 전기차 부품 회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알멕의 전신은 1973년 설립된 경남금속이다. 이 회사는 대우그룹 관계사 시절 한국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차의 뼈대 혹은 ‘언더보디’라고 불리는 플랫폼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돼 전기차용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기존 플랫폼에 전기차용 모터·배터리·히트펌프를 탑재하면 중량 배분과 전력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투자했고 알멕도 플랫폼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관련 알루미늄 압출 소재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이 회사는 배터리를 보호하는 배터리 모듈 케이스, 복수의 배터리 모듈 케이스가 탑재되는 배터리팩 프레임, 배터리팩 프레임이 탑재되는 언더보디의 프레임 등을 만든다. 2012년 ‘크래시 알로이(Crash Alloy)’ 기술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인 다임러의 인증 시스템에 등록됐다. 크래시 알로이 기술은 고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도록 알루미늄 소재를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인증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 제조 시 배터리를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이 기술을 적용한 소재를 사용한다.

알멕은 한국의 유일한 크래시 알로이 제조 업체다. 크래시 알로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특수 합금을 개발하고 압출 생산 과정에서 온도를 통제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압출 이후 냉각 처리는 제품의 형상과 소재의 성질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멕은 섭씨 영상 5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압출 제품을 급랭시키면서도 제품을 비틀림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50kWh 이상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케이스 양산에 성공했다. 시험 압출 없이 금형을 완성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금형 제작 이후 테스트 압출을 거쳐 금형의 조건을 조정하면 생산비가 많이 들고 소재 손실이 발생한다”며 “알멕은 금형 설계, 시뮬레이션, 제작 프로세스의 차별화를 통해 테스트 압출 없이 금형을 완성하는 기술을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인정한 기술력

알멕이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17년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케이스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다수의 경쟁 업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정밀도 수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부분 포기했다. 알멕도 초기 개발 비용과 최초 공정의 낮은 수율로 인해 자금난을 겪었다. 하지만 2019년 양산에 성공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비즈니스 전환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은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기회가 됐다. 알멕의 정밀 가공 역량을 높이 평가한 폭스바겐그룹은 SK온에 알멕의 배터리 모듈 케이스를 적용하라고 추천했다. 알멕은 2년간 테스트를 거쳐 SK온의 합격점을 받았고 SK온과 미국 완성차 제조업체인 포드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에서 사용될 배터리 모듈 케이스 개발에 참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두 배터리 업체를 사로잡으면서 2차전지 제조사들에 인지도를 높였다.

알멕은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인 DURA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알멕의 알루미늄 배터리 팩 프레임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배터리 케이스와 배터리 팩 관련 공정 단계는 안정적 단계에 진입했다”며 “지속적인 고객 수주 관리와 품질 관리를 통해 경쟁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지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멕은 전기차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캐딜락 브랜드의 전기차 차종인 리릭(LYRIQ)에 사용되는 전기차용 플랫폼 파트 전체를 알멕에 맡겼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리비안은 지난해 목표 생산량 달성에 어려움을 겪던 중 알멕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비안의 주요 제품인 R1T, R1S와 아마존 전기 배송 트럭인 RPV 500, RPV 700 등의 전기차 플랫폼에 알멕의 제품이 탑재돼 있다. 전기차 플랫폼은 외부 충격 시 배터리의 화재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배터리 팩 보호를 최우선으로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전기차의 주행 거리 확보를 위한 경량화 목적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배터리 모듈 케이스와 배터리 팩보다 정교한 공정과 소재가 필요하다. 알멕은 표면 처리, 이종 제품과의 결합, 복합 용접 등 난도 높은 공정을 연구·개발(R&D)해 소수 부품사만 참여할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 시장을 뚫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흑자 전환 성공
알루미늄 압출 기업의 변신…전기차 부품사로 도약한 알멕[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알멕의 실적은 급성장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개발비와 글로벌 물류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그동안 실적이 좋지 못했지만 기술이 안정화되고 공급 계약 조건을 변경해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멕의 상장 주간사 회사인 NH투자증권은 회사의 기업 가치를 3500억원으로 평가했다. 신흥에스이씨·상신이디피·신성델타테크·나라엠앤디 등 4개 사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률(PER) 13.70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산출했다. 공모가는 주당 평가액에서 17.78~26.91%를 할인해 4만~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은 2560억~2890억원이다.

이번 상장으로 100만 주를 공모해 400억~450억원을 조달한다. 구주 매출 없이 전량 신주 모집이다. 상장 예정 주식 수의 약 31.53%(183만3048주)가 상장 직후 유통될 수 있다. 이익 미실현 요건을 적용받아 공모주 청약자에겐 환매 청구권이 부여된다. 상장 후 6개월 이내 주가가 떨어지면 주간사 회사가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되사주는 제도다.

조달한 자금은 설비 투자에 사용한다. 이 회사는 경남 밀양과 사천공장에 600억여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2021년 4500톤 규모의 압출 설비를 도입했고 한국 최장 65m의 압출 후 냉각 설비를 구축했다. 지난해 7500톤 규모의 초대형 압출 설비를 추가로 투자해 2024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글로벌 공장도 확대한다. 2026년까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600억원을 투자해 4500톤과 3250톤 규모의 압출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신상호 알멕 대표는 “경쟁 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첨단 설비와 생산 능력으로 고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전기차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와 2차전지 소재 부품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