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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리뷰] (사진) 독일 할턴 실버시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사진=AFP 연합뉴스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생산한 초기 태양광 설비의 수명이 곧 만료될 예정이다. 태양광 패널의 기대 수명은 약 20~25년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발전 효율이 85%대로 떨어져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또한 교체한 노후 태양광 시설을 처리하는 게 문제다. 현재 노후 또는 훼손을 이유로 교체된 태양광 시설은 대부분 폐기 대상이다. 소형 태양광은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고 5톤 이상 대형 태양광은 건설·산업 폐기물로 분류된다.
본격적으로 태양광 폐패널이 급증하는 시기는 2027년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초 설치한 태양광부터 차례로 재활용 대상이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간 각종 광물은 물리적·화학적 가공을 통해 새로운 용도를 찾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태양광 폐기물 재활용 기술은 태양광 모듈의 원자재 확보 측면만 고려해도 2030년까지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질 실리콘 위주 시장 성장
자원 순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폐패널 재활용 관련 정책을 내놓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폐전기·전자기기 처리 지침(WEEE)에 태양광 모듈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EU 국가들은 자국법에 태양광 폐모듈을 처리할 규정을 마련 중이고 태양광 생산자(제조업체)에게 폐기물 재활용 및 처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1월부터 태양광 폐패널 관리 강화 방안의 하나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비롯한 자원 순환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kg당 회수 부과금 94원, 재활용 부과금 727원 등 단위 비용 규정을 신설했다. 폐패널 재활용·재사용률을 3년 안에 EU 수준인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재활용하기 쉬운 재질과 구조로 모듈 생산을 바꾸고 전담 수거반, 재활용 업체 확대, 재사용 재활용 기준 마련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현재 결정질 실리콘 패널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년간 시장에 등장할 폐패널의 종류도 예측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은 태양전지로, 프레임·유리·밀봉재·태양전지·백시트·정션 박스 등의 구조가 일반적이다.
패널 종류에 따라 재활용 방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 ‘폐기물 회수-정션 박스, 프레임 등 부품별 분리-밀봉재 제거-금속 추출-백시트 분리’ 순으로 처리된다. 프레임이나 정션 박스 등을 해체하는 작업은 물리적으로 분해 가능하며 대부분 알루미늄 소재여서 재활용하기도 어렵지 않다.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밀봉재 제거 단계로, 실리콘·구리·은에 달라붙어 있어 금속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성부터 자원 순환까지
태양광 패널은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프레임 8%, 강화유리 76%, EVA·백시트(폴리머) 10%, 셀(실리콘) 5%, 기타 금속류 1% 등으로 구성되는 만큼 유리 재활용도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현재 유리를 포함한 실리콘과 금속은 유리째 파분쇄한 후 재료를 선별하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순도나 오염 문제로 재활용 폭이 좁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패널에 사용한 유리는 유리폼이나 유리섬유 같은 단열재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금속에 오염돼 위생이 중요한 식품 관련 용도로는 재활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개발한 기술은 판유리를 그대로 회수한 후 유리와 실리콘을 선별하는 방법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현재 재활용 수준이나 기술력으로 볼 때 매립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사후 관리 체계 구축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폐패널 재활용 효율성은 중·장기로 갈수록 급격히 높아진다. 산업연구원은 폐태양광 모듈에 대해 재활용 없이 전량 매립할 경우, 알루미늄 프레임만 재활용한 후 매립할 경우, 폐기물 자원화 과정을 거쳐 재활용할 경우 등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9년까지는 알루미늄 프레임만 재활용하고 매립할 때 비용 편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분석 기간을 2020년부터 2040년으로 늘리자 자원화 과정을 거친 재활용이 회수 물질 판매에 따른 수익, 온실가스 저감 효과 등으로 경제성이 더욱 높아졌다.
재활용뿐만 아니라 발전 설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해 모듈 자체의 효율을 다시 높이는 리파워링(repowering)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태양광 모듈은 비·바람·눈 등 계절의 영향으로 노후화되기 쉽다. 리파워링은 기존에 인가받은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적 환경 파괴 우려가 없고 별도의 인가도 불필요하다. 최신 설비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사용 부지를 줄일 수도 있다.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현재 생산하는 모듈을 적용하면 동일 면적당 최소 50%에서 100% 이상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공간과 발전 효율 둘 다 높이는 방안으로 리파워링이 언급되는 이유다.
산적한 규제 넘어야
시장 전망은 밝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정부와 연구 기관이 투자한 충북테크노파크의 태양광모듈센터를 비롯해 몇몇 민간 기관만 재활용 시장에 발을 들인 상황이다. 재활용과 리파워링 두 시장 모두 극초기이기 때문에 정부의 인센티브와 관련한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폐패널 재활용은 결국 EPR이 중요한 규제이자 시장 유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규제 시행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의무 이행자의 인식 수준이 낮은 데다 재활용 의무량 총량인 159톤이 시장 확대를 이끌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태양광 재활용 사업자인 원광에스앤티 측은 “본사 1공장의 1일 처리량이 5톤이다. 월 100톤, 연간 1200톤인 셈으로 현재 1공장의 2개월 처리량보다 적은 양”이라며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PR 적용 초기부터 업계와 규제 당국이 정면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월 태양광산업협회는 환경부가 EPR 운용 주체로 E-순환거버넌스(구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를 인가한 것을 두고 국민 감사를 청구했다. 협회 측은 환경부가 의무 생산자인 태양광 산업계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태양광산업협회 회원사들이 주축이 된 공제조합 설립 신청이 반려됐기 때문이다.
리파워링 역시 기존 규제와의 충돌이 발목을 잡았다. 대표적 장애물은 이격 거리 규제다. 이격 거리는 위험물이나 혐오 시설이 주거 시설이나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격 거리 규제는 2015년부터 시행돼 지난해 기준 128개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두고 있다. 지자체별로 이격 거리도 제각각이라 태양광 발전소의 신규 진입을 막는 대표적 규제로 지적된다. 문제는 2015년 이전에 세운 태양광 설비의 리파워링을 진행하면 설치 이후 생긴 이격 거리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이격 거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업계와 주민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원 순환 체계 구축과 시장을 위한 단초는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EPR 제도 실행 첫해인 올해의 변화가 이후 재활용 시장의 성장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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