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문가 30여 명 초청해 생활관광 투어 및 세미나 개최

지역에서 2~3일 체류하며 경험과 여행을 즐기는 '생활관광'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지역 거주 인구가 아니더라도 여행이나 업무차 지역을 방문하는 인구를 일컫는 관계인구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 방편으로 생활관광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권 생활관광 중심지로 떠오른 광주광역시 동구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젊은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속속 문을 열고, 카페가 모여들어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동구 카페거리를 중심으로 여행자 안내 센터인 여행자의 집(ZIP)을 운영하며 생활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광역시 구 단위 중에 관광문화재단과 예술여행센터 등의 기관을 둔 곳도 광주동구가 가장 앞선 사례다.

광주동구청은 지난 5월 26일부터 이틀간 동구예술여행센터, 동구문화관광재단과 함께 내로라하는 지역 전문가 및 여행 관계자 등 30여 명을 초청해 동구 지역 생활관광 스폿을 둘러보고 지역 생활관광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 자리도 가졌다.
임택 광주동구청장이 김향자 서울시립대 교수 주제 발표 이후 지역 관광 자원과 발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택 광주동구청장이 김향자 서울시립대 교수 주제 발표 이후 지역 관광 자원과 발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미나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김향자 서울시립대 교수를 비롯해 로컬 디자인 전문가 남기영 카이스트 교수, 지역문화콘텐츠 전문가인 서준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객원연구원(공간잇기 지역.사람.이야기 연구소 대표) 등이 참석해 주제 발표를 갖고 채미옥, 권영섭, 신순호 등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위원으로 활동해온 지역 전문가, 이동철 국립제주대학교 지능형 관광산업지원사업단 교수, 이희수 원광대학교 링크산업단 팀장, 이선정 편집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주제 발표자들의 의견은 하나 같이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문화가 생활관광의 주요 요소라는 데 입을 모았다.

김향자 서울시립대 교수는 “뉴욕의 야간 관광을 활성화시킨 야간 라이프 프로젝트는 지역에 약 30만 개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며 “광주동구는 5.18 항쟁을 상징하는 전일빌딩이나 전 전남도청 자리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중심으로 동구 지역 특색을 살린 야간 관광 자원을 개발할 여건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로컬 문화 활성화를 주문하는 소리도 높았다. 남기영 카이스트 교수는“최근 로컬 체험이 젊은이들의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며 국내 관광이 지역 경관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낯선 지역 문화 체험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역에 특화된 새로운 로컬 체험의 공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준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시 “동구의 인문학당을 비롯해 폐철길을 지역 주민이 합심해 8km 거리의 공원으로 바꾼 '푸른길' 등은 지역의 변화상을 하나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엮을 충분한 가치가 있어 새로운 관광자원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동구만의 다양한 문화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인문학당을 둘러보고 있는 참석자들. 음악회나 문화 강연 등이 열리는 시민의 문화공간이다. 
인문학당을 둘러보고 있는 참석자들. 음악회나 문화 강연 등이 열리는 시민의 문화공간이다. 
임택 광주동구청장은 이틀간 이어진 세미나 기간 동안 자리를 같이하며 “전일빌딩 분수대에 워터 스크린 설치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 구축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며 “시민의 소리에 더 귀 기울여 시민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는 생활관광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광주동구는 시민의 뜻을 도시 발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인문학당 역시 원래 낡은 구옥을 구가 매입해 주차장으로 활용하려던 것을 지역 주민들이 한옥과 일본, 이탈리아식 건축 구조가 조화를 이룬 문화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동구청 문화관광과 권윤숙 과장은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 역시 지역 의견을 모아 허무는 대신 지역 역사를 고증하는 문화 공간으로 단장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며 “광주동구는 물론 우리나라 역사의 맥을 현재에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스크린 한 개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은 독립운동 시절 김구 선생이 연설을 한 곳으로도 유명해 구는 극장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해 역사성과 인문적 가치를 갖는 국내 대표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동구 카페거리로 이어지는 전국 젊은 세대의 발길이 주변 전일빌딩과 충장로, 광주극장과 인문학당으로 이어지는 동구만의 독특한 여행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은아 기자 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