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전 대표 등 경영진 무죄
“혁신은 죄가 없다”

[법알못 판례 읽기]
타다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타다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무면허 택시 영업 행위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타다의 사업은 기존에 허용된 자동차 대여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3년 7개월여간 법정 공방 끝에 무죄가 입증됐지만 타다는 ‘상처뿐인 승리’만 거머쥐었다는 평가다. 재판 기간 동안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돼 기존 사업 대부분을 할 수 없게 돼서다.

벤처업계에선 “기득권 집단과 충돌한 혁신 기업이 ‘제때’ 보호받지 못하면 생존 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쓴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타다는 합법 자동차 대여 서비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023년 6월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의 박재욱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타다의 사업은 기존에 허용된 운전자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 서비스”라고 결론 내렸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2018년 10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운전사와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타다 베이직)를 내놓았다.

VCNC가 당시 모회사였던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에서 빌린 렌터카를 운전자와 함께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 나갔다. 일반 택시 요금보다 20% 정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승차 거부가 없고 배차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혁신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타다는 서비스 출시 9개월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게 됐다.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간부는 2019년 2월 “타다 서비스는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고 주장하며 타다 측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타다가 면허 없이 여객 자동차 운송 사업을 했다고 판단해 2019년 10월 이 전 대표와 박 전 대표 등을 기소했다. 사업 시작 1년 만에 범죄 여부를 다투는 처지가 됐다.

법원은 연이어 타다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타다의 이용 약관을 근거로 타다 서비스가 여객자동차 운송 사업이 아니라 운전자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렌터카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타다는 노상에서 승차를 요청하는 불특정인의 요구에 즉흥적으로 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상 여객 운송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판결 직후 “혁신은 죄가 없음이 최종 확인됐다”며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미 사업 길 막혀…1만 명 이상 실직

법원에서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타다 베이직이 부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내에선 ‘초단기 승합차 렌트’ 사업 모델을 더 이상 구현할 수 없게 돼서다.

타다금지법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되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여한 승합차에 운전자를 알선하는 사업을 전부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타다 베이직처럼 일정 지역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동하는 사업 모델의 법적 근거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VCNC는 타다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듬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김태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모빌리티 분야에선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타다 베이직은 결국 2020년 4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타다 드라이버 1만2000명도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타다는 같은 해 10월 대리 운전 중개 서비스 ‘타다 대리’와 가맹 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를 출시하며 사업 방향을 틀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테크핀 업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쏘카에서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해 새 주인이 됐다.

정부 규제로 핵심 사업을 잃어버린 타다는 궁여지책으로 법에서 허용된 영역 안에서 재기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2022년 승합차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넥스트’를 출시해 고급·대형 택시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근엔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 지배자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맞서기 위해 택시 중개 플랫폼인 아이엠(IM)택시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벤처기업협회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기술 발달로 앞서가는 혁신 서비스를 법이 좇아가지 못해 기득권 세력과 충돌할 때 전통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판단이 혁신 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돋보기]
‘제2 타다 사태’ 언제든 나올 수도

타다가 3년 7개월여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혁신 플랫폼과 기득권 간 갈등은 여전히 산업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법률·의료·세무 등 각 전문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들은 해당 직역·이익 단체들의 조직적 반발에 부딪쳐 성장 시기를 놓치고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에 내린 시정 명령이 5월 30일 정지된 뒤 고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정위는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광고 게재)을 막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 단체들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집행 정지 신청이 인용된 것이다. 로앤컴퍼니는 변호사협회들이 징계 권한을 앞세워 변호사 개개인의 로톡 이용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에 힘을 보태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직역 단체들의 과도한 권한 때문에 ‘제2 타다 사태’의 뇌관이 도처에 존재한다”며 “기득권 공격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어디다 고통을 호소해야 할지 방향조차 잃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두고도 스타트업 대 의사협회 간 다툼이 한창이다. 현행법상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지만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닥터나우·굿닥 등 여러 관련 스타트업이 몸집을 키웠다.

이들 기업은 비대면 초진 진료도 허용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오진, 약물 남용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초진이 금지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은 말 그대로 존폐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 예비 심사 신청을 준비 중인 세무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운영사)도 규제와 세무업계 분쟁이란 ‘이중고’에 처해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스타트업이 세무 업무 처리를 위해 개인 정보를 수집할 권한이 없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한 상태다. 하지만 현행 세무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스타트업이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느냐 여부 자체에 대한 정의가 없다.

부동산업계에선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기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법정 단체화를 통한 공인중개사 징계권 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 매물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방안까지 준비 중이다.



김진성 한국경제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