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라르스 키사우 바스프 넷제로 액셀러레이터 총괄사장

[ESG 리뷰]
“재생 원료·저탄소 제품은 고객의 요구죠”
독일 화학 기업 바스프(BASF)는 2008년 이미 기후 보호 책임자(Climate Protection Officer)를 임명하고 글로벌 기업 중 최초로 탄소 대조표(Carbon Balance)를 발표하는 등 일찍부터 탄소 감축에 관심을 보인 대표적 기업이다.

바스프는 2022년 1월 탄소 감축을 가속화하기 위한 신규 프로젝트 조직 ‘넷제로액셀러레이터’를 출범시켰다. 바스프는 2050년 스코프 1(직접 배출)·2(전력 사용 등 간접 배출)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중기 목표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25% 감축을 추진 중이다. 최근 내한한 라르스 키사우 넷제로액셀러레이터 총괄사장을 만나 바스프의 넷 제로 전략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들었다.

- 2050년까지 넷 제로 목표를 제시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인가.

“바스프는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제시한 지구 온도 1.5도 상승 유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야심 찬 목표지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021년 4월 넷 제로에 대해 발표하면서 어떤 단계로 어떻게 감축할지 플랜을 짰다. 2018년 스코프 1·2 탄소 배출량 2190만 미터톤을 기준점 삼아 202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5% 감축(2080만 미터톤), 2022년 16% 감축(1840만 미터톤)에 이어 2030년까지 25%를 감축(1640만 미터톤)하기로 했다. 넷 제로를 위해 2030년까지 4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고 매년 그 목표에 다가가고자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소를 감축할 계획인가.

“스코프 1·2에서는 특히 전기 사용과 스팀(증기) 생산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첫째는 전기, 둘째는 스팀과 관련해 계획을 세웠다. 우선 에너지를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풍력 발전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계약하고 전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화학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팀이 필요한데 천연가스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전기 가열과 히트펌프, 수소 스팀 등을 이용하면 탄소 배출이 감축될 것으로 본다. 특히 화학 공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스팀을 분해해 많은 부분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회사가 수소를 통한 전해 기술을 사용 중인데 우리는 메탄 열분해 방식으로 천연가스를 수소와 고형 탄소로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고 2030년까지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 스코프 3(공급망을 포함한 총외부 배출) 감축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원료 등 스코프 3에 대해서는 배출량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진다. 공급망의 스코프 3 정보를 파는 회사를 이용 중이지만 데이터가 아직 정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먼저 스코프 3에서 실제 배출 데이터가 얼마나 나오는지 공급망과 함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둘째로는 원료 베이스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플라스틱 리사이클을 통한 재생 원료나 바이오 원료로 기존 원료를 대체할 예정이다. 아직은 재생·바이오 원료 비율이 낮지만 시장의 니즈가 늘어날수록 투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 한국 사업장에서는 탄소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바스프는 2019년 폐플라스틱을 화학 공정에 재사용하는 시도를 한 바 있다. 한국에 여수·온산 등 두 생산 기지가 있는데 국제 지속 가능성 및 탄소 인증(ISCC+)을 통해 케미컬 리사이클링 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바스프의 새로운 사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리사이클링 원료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재생 원료나 바이오 원료로의 변화는 원료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다. 많은 고객이 지속 가능성이 있는 원료, 탄소 발자국(PCF : Product Carbon Footprint)이 작은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리사이클 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면 다른 곳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속 가능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머무르는 동안 한국 기업 담당자들과 만나 어떤 논의를 했는지 궁금하다.

“대체적으로 한국 기업 담당자들과 의미 있는 논의를 했다. 한국 회사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고 구체적으로 성과가 나오면 공개할 것이다. 삼성중공업과는 해상 선박에 ‘OASE 블루(OASE blue)’ 기술을 적용해 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을 협력하고 SK는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협의체인 밸류 밸런싱 얼라이언스(VBA)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바스프는 VBA의 의장사를 맡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무척 중요하다. 삼성SDI와 BMW는 지속 가능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콩고 등지에서 지역 사회 발전과 광산 노동 환경을 개선하며 책임 있게 코발트 개발을 하는 것이 협력의 주요 주제다.”

- 기업이 넷 제로를 달성하기에 환경이 녹록지 않은데도 글로벌 규제는 더 강해지고 있다.

“지금 나와 있는 해결책을 보면 넷 제로를 일부 달성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물론 타깃을 설정할 때는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타깃을 세워야 한다. 국가에서 정책을 만들 때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경쟁이 일어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들이 정책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에 푸시하고 있는데 규제가 늘어나면 혁신 옵션이 줄어들 수 있다. 많은 CO₂가 에너지 생산에서 발생되기에 재생에너지 용량을 늘려야 하고 회사들이 이런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넷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 넷 제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재생에너지로 나아가야 한다.”

- 바스프에서 따로 넷 제로팀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넷 제로팀을 구성하게 된 것은 우선 탄소 중립을 위한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바스프는 지난 수년 동안 배출을 줄이고 원료도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넷 제로를 강조해야 속도도 나기 때문에 팀 구성을 결정했다. 프로젝트가 가속도를 내도록 액셀러레이터라는 말도 붙였다. 둘째로 바스프는 11만 명 이상이 근무하는 대규모 회사다. 많은 활동을 합쳐 한 번에 이끌고 가는 것이 내부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넷 제로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본다. 기회 비용과 지속 가능성을 원하는 미래 고객을 생각하면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제품을 만들고 순환 원료로 바꾸는 것이 미래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길이다.”

- 전 세계 대형 화학사 중 유일하게 탄소 발자국 제품을 선보이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몇 년 전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객들이 탄소 발자국이 낮은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구체적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내부적으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해 제품 생산에 드는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소프트웨어에서 버튼만 누르면 4만5000여 개의 제품에 대한 탄소 발자국을 계산해 준다. 우리는 탄소 발자국 계산 방식이 중요하고 또 투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객들이 수치를 쉽게 알 수 있고 다른 회사와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방법론을 공유하며 산업 전체의 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환경을 잘 보존해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은 세대다. 경제 발전을 이룬 세대로 일자리도 기회도 많았고 환경도 좋았다. 내가 좋은 환경에서 받은 기회와 혜택을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도록 미리 조치해야 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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