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이통사 견제할 유일한 수단?….쿠팡·KB국민·토스, 유력 후보로 언급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 인근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 인근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전 8기의 공식이 과연 통할까. 2010년대부터 무려 7차례나 시도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던 ‘제4 이동통신사’가 2023년 들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대안으로 넷째 이동통신 사업자를 새로 인가할 것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GHz 대역의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를 통신 3사에서 회수했고 이를 제4 이통사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6월 말에는 해당 주파수 할당 공고를 통해 제4 이통사 모집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투자 비용 커 쉽지 않은 통신 시장

제4 이통사의 시장 진입이 성공하려면 과거의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 이미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제4 이통사 지정을 추진했지만 7차례나 실패로 돌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동통신 사업이 갖는 특징 때문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기지국 설치 등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가진 대기업도 쉽사리 도전장을 내밀기 어렵다. 망을 대규모로 설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도 꾸준히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새로 이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초기 투자 비용만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도 이와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약 6개월간 이어진 제4 이통사 선정에서 나서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없었다.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 번보다 더 큰 혜택을 줘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5월 말 통신 3사에서 회수한 28GHz 5G 주파수를 제4 이통사들에 할당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6월 말쯤 28GHz 주파수 할당 방안과 제4 이통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5월 31일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통신 3사에 할당했던 5G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취소 처분의 이유는 통신 3사가 할당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 국민의 편의를 고려해 28GHz를 백홀로 활용하는 지하철 와이파이는 계속 구축 및 운영이 유지된다.

정부는 2018년 통신 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각 기업마다 1만5000대의 기지국을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1605개, KT는 1586개, LG유플러스는 1868개의 기지국을 구축하는 것에 그쳤다. 당초 약속했던 기지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그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3사 모두 할당이 취소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히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 유도를 통해 28GHz 대역 생태계의 활성화를 지속 추진함으로써 국민들이 더 높은 수준의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통신 3사가 기지국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28GHz 주파수가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지국을 100m마다 설치해야 도달 거리가 짧은 28GHz 주파수를 잘 사용할 수 있다. 설치 비용이 막대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아직 이 주파수를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조차 출시되지 않았다. 투입해야 하는 비용에 비해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통신 3사조차 손을 뗀 28GHz 주파수가 신규 사업자들에 얼마만큼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통신 사업 자체가 갖는 한계성 또한 신규 사업자의 등장을 늦추고 있다. 이미 한국의 통신 시장은 포화에 이르렀고 기존 통신 3사 역시 콘텐츠나 인공지능(AI) 등 신규 먹거리를 찾는 데 분주하기 때문이다.

뚜렷한 후보자 없이 이름만 오르내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지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제4 이통사만이 기존 통신사들의 독과점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신규 이동통신망 사업자(MNO)의 진입 사례는 총 15개국 19건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례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으로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1.5%~7.4%포인트 수준으로 감소했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역시 유의미한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거나 이러한 전략이 한국에서도 통할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신규 사업자의 등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올 초부터 언급된 유력 후보들의 이름은 여전히 오르내리고 있다. 쿠팡·KB국민은행·비바리퍼블리카 등이다.

2022년 3분기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은 주파수와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또 멤버십 운영으로 기존 통신 사업과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졌다고 언급된다. 유안타증권은 쿠팡에 대해 “풀필먼트와 물류 부문에 대한 대규모 자본적 지출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감가상각비와 현금 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통신업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쿠팡은 본사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외국 기업이기 떄문에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로 독자적인 통신 사업 전개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알뜰폰 서비스에 뛰어든 KB국민은행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유력 후보로 꼽힌다. 통신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말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시했다. 5월 12일에는 금융위원회에서 알뜰폰 사업을 정식 승인받았다. 토스는 지난 1월 알뜰폰 ‘토스모바일’을 출시했고 통신 3사의 망을 활용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다만 기존 통신 3사의 망을 활용하는 알뜰폰과 달리 제4 이통사는 신규 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재무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의 이름이 제4 이통사 후보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이 저궤도 위성 통신 사업을 목적으로 기간 통신 사업자 등록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세계 최초 우주 인터넷 기업인 원웹과 위성통신 사업을 협업 중이다. 원엡은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X와 함께 저궤도 통신 위성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우주 인터넷용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 원웹에 3억 달러를 투자하고 위성 제작과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에서 협업을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 기간 통신 사업자 신청이 제4 이통사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한화시스템은 기간 통신 사업자 등록 신청은 위성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목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