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도입과 최저임금 정도가 핵심 쟁점
낙인 효과 및 특정 지역·업종 쏠림 현상을 이유로 반대하는 노동계
하지만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고려가 최저임금 결정에 가장 우선 돼야

[경제 돋보기]

매년 이때쯤에는 최저임금 협상이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의 팽팽한 열띤 공방이 언론을 타고 알려진다. 올해도 예외 없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962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 1만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와 동결해야 한다는 소상공인을 포함한 사용자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6월 말인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고 타결될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예전에도 공방을 벌여 왔지만 올해도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도입과 최저임금 정도의 문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해당 지역과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와 특정 지역과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유발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지역과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최저임금의 결정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고려할 요소는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다.

지역별 차등을 도입한다면 지역별로 생활비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업종별 차등제는 해당 업종의 특성에 따른 노동 숙련도 등이 차이가 날 때 고려될 수 있다. 만약 서울의 최저임금이 지방보다 높으면 노동자들이 서울에 몰릴 수 있는데 문제는 생활비 수준이 높아 실질 임금이 낮아질 수 있어 서울의 높은 최저임금의 유인력이 떨어질 수 있다.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도입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을 살펴보면 먼저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은 1988년 최저임금을 시행한 한국보다 약 30년 전인 1959년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지역별로 차등제를 적용하고 있고 업종에서는 특정 산업 종사자에 대해 차등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 일본은 최저임금 적용 예외 적용을 두고 있어 한국에 비해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올해 일본의 최저임금은 961엔(2022년 연평균 원·엔 환율 기준)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에서 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도쿄로 1072엔이고 가장 낮은 지역은 오키나와로 853엔으로 도쿄와 오키나와는 12.7%의 최저임금 차이가 난다. 이러한 일본과의 최저임금의 단순 비교에 더해 한국의 최저임금에서 일본에는 없는 주휴 수당을 합치면 한·일 간의 최저임금 차이는 더 커진다.

미국은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고 연방 최저임금이 있고 주별로는 연방 최저임금 수준보다 대체로 높게 주별로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연방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임금 수준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주별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각자 임금 수준을 정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연방 정부 최저임금은 7.25달러로 동결돼 유지돼 왔지만 주별로는 차별적으로 각자 올려 왔기 때문에 올해는 워싱턴D.C.가 16.1달러로 가장 높은 반면 연방 정부 수준을 유지하는 주도 있어 그 차이는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국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임금도 많이 오르는 추세다. 주별로 임금 수준 차이는 그 지역의 물가와 관련이 깊고 지역별 경제 상황이나 소득 수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결정은 물가와 경제 사정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업종과 지역별 차등 적용 문제는 그러한 차이가 지역별·업종별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고려해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경제 사정을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5%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연말에 약 3% 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 침체 속에서 비용 압박에 의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경제 현실의 문제도 최저임금 협상에서 당연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 요소에서 노동과 자본의 대체는 그 비용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기술 개발이 커지면서 인력을 대체하는 자본의 상대적 비용이 낮아지면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하기 때문에 물가 수준 반영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지금은 경기 침체기에 물가가 오르는 특수한 경제 상황이라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최저임금 협상의 난제에 대한 단상[이정희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