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
 다양성 포용, 착한 기업·착한 사람만이 하는 것일까?[김한솔의 경영 전략]
대한민국 축구계가 시끄럽다. 최근 끝난 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기쁜 소식 덕분이면 좋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프로축구 선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오간 대화 때문이다.

함께 뛰었던 태국 출신 선수의 외모를 빗대 비하성 발언을 한 게 알려졌다. K리그는 물론 구단 차원의 추가 징계도 거론된다. 선수의 개인 계정에서 오간 짧은 대화가 축구계 전반에 왜 이렇게 큰 이슈가 되는 것일까.

‘다양성 포용.’ 최근 비즈니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유리 천장’으로 은유되는 여성 차별을 줄이려는 시도부터 장애인이나 성 소수자, 다양한 인종을 배려하는 노력 등이다. 기업에서는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조직 차원의 관심도를 높이기도 한다.

앞서 말한 프로축구 선수의 행동도 이 관점에서 ‘큰 사건’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지나가는 트렌드’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하고 ‘그래 봤자 달라지긴 힘들다’고 체념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왜 많은 기업들이 이에 관심을 갖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다양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구글에는 낯선 이름의 조직이 있다. 바로 ‘포용성 챔피언(Inclusion Champions)팀’이다. 2000여 명의 정예 직원으로 구성된 이 팀은 구글에서 발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종·지역·성별 등에 상관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관리한다.

구글이 추구하는 게 ‘모두와 함께 모두를 위한 제품 개발’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활동은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 당연한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이들이 ‘모두’를 주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책임감? 물론 그것도 있을 테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접근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80억 인구 중 그들이 약 12%, 10억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10% 이상의 시장을 버릴 수 없지 않을까. 흑인이 소외되지 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2020년 기준 미국 내 흑인 소비력은 1조4000억 달러 이상이기 때문이다. 1조7000억 달러의 소비력을 가진 라틴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수입은 18조 달러 이상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다양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착한’ 기업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결국 수익이다. 돈이 되니까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란 뜻이다.

다양성 포용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업이 있다. 월트 디즈니다. 이들이 제작한 제품을 과거부터 들여다 보면 변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디즈니 애니매이션의 주인공 공주 캐릭터’를 떠올리면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이 생각난다. 뽀얀 피부에 금발, 긴 머리를 하고 왕자님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모습….

하지만 이젠 이런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유색 인종의 여성이 주인공을 차지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할리우드가 구축한 소극적 여성상 이미지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다. 소외받아 온 계층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대가 됐기에 이런 시도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수익’이다.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디즈니로서는 유색 인종의 티켓 파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은 술탄이 될 수 없다는 전근대적인 생각을 뒤집고 원작에선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자스민’을 극의 중심에 둔 영화 ‘알라딘’은 전 세계적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겨울왕국’도 마찬가지다. 남자 주인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안나’가 극을 이끌어 간다. 이 작품 역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결국 다양성 포용은 기업으로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선한 기업’이 되기 위해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따질 이슈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극히 현실적인 과제다. 기업의 존재 이유인 수익을 높이기 위해 다양성 포용은 필수다.
선입견을 스스로 말해 보자여기서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이, 좁혀서 자신이 다양성을 포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모든 변화의 시작은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는 다양성 포용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갑자기 무슨 얘기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난 다양성 충분히 존중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짧은 사람들만 섣불리 차별하고 편 가르기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버리는 게 시작이다.

‘나’와 ‘남’을 구분 짓는 것은 자신이 의도해서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특정 계층을 무시 또는 옹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행동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이뤄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비즈니스 관계에서 처음 만난 사이, 이런저런 대화 도중 ‘출신 학교’를 말하게 됐을 때 ‘학교의 이름’을 듣고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한 적 없는가.

채용 면접을 보는데 피면접자가 입고 온 옷에서 혹은 인사하는 자세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점수를 매긴 경험도 있을 것이다.

출신 학교를 통해 그 사람의 과거를 추론해 볼 수 있지만 그것이 비즈니스를 해 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리고 정확하지도 않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면접 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피면접자가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지,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보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으로 우선 판단해 버린다. 이를 다른 말로 ‘선입견’이라고 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에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 그리고 이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다. ‘다양성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자신있게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여전히 자신은 아니라고? 이건 우리가 ‘뇌’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자극’을 처리해야 하는 뇌는 과거 경험, 다시 말해 선입견에 기반해 새롭게 벌어지는 일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뇌 과학적으로 99.999%의 정보가 무의식 중에 처리된다고 말한다. 만약 그렇게 살지 않는 독자가 있다면 아마 매일매일, 순간순간이 너무 힘들 것이다.

말 한마디 할 때도, 표정 하나 지을 때도, 계속 ‘의식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래서 ‘나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차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선입견’을 스스로 말해 보자. 앞서 예로 든 ‘학력’일 수도 있고 ‘외모’에 대한 부분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출신 지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하고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을 용기 내 꺼내 보자. 그것이 우리 뇌가 그 선입견에 무의식적으로 휘둘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을 때 잠깐이라도 브레이크를 잡는 ‘과속방지턱’이 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은 차별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말자. 각종 선입견은 조직 내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이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때 회사도 다양성 포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주변을 둘러보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우리 조직에서 ‘무의식’ 중에 간과하고 있는 이슈는 없는지…. 놓치고 있는 것을 찾는 순간부터 다양성 포용이 시작될 수 있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