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연합뉴스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연합뉴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6월 5일 전 세계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미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 가상자산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미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지난 3월 28일 ‘파생 상품 규제 위반’ 등 8개의 법규를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바이낸스를 고소한데 이어 이번에는 SEC의 감시망에도 포착된 것이다. 올해 2월 바이낸스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스테이블코인 BUSD의 발행사 팍소스(Paxos)를 고소하면서 바이낸스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전적은 있지만 SEC가 직접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를 제소한 것은 이번 사태가 처음이기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SEC가 바이낸스를 제소한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히 요동쳤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SEC가 바이낸스를 제소한 이후 24시간 동안 약 3억 달러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이 해당 거래소에서 빠져 나갔다. 또한 6월 5일 이후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은 약 4.1% 떨어졌고 바이낸스 가상자산으로 알려진 BNB는 약 7.4% 하락했다.
바이낸스 이어 코인베이스까지…SEC 소송 랠리에 가상자산 휘청[비트코인 A to Z]
미등록 증권 판매 및 고객 기만
SEC는 총 136페이지에 달하는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바이낸스와 해당 거래소의 창립자 자오 CEO에 대한 13가지 혐의를 제기했다. 해당 13가지 혐의에는 SEC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던 증권법 위반뿐만 아니라 투자자 기만과 고객 자금의 개인적인 사용 등 다소 충격적인 주장도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주장은 바이낸스 내부 고발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낸스에 대한 우려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내용에는 바이낸스US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사용자가 있는 바이낸스닷컴에 대한 제소도 포함돼 있어 한국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SEC가 언급한 13가지 항목의 핵심 내용은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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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고소장의 주된 논지는 바이낸스가 자오 CEO가 미국의 증권법을 정확히 인지했지만 준수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고객과 투자자를 기만하고 지속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SEC는 바이낸스의 가상자산으로 알려진 BNB와 BUSD를 제외하고도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폴리곤(MATIC), 코스모스(ATOM)를 포함한 10종의 유명 가상자산을 명확히 증권으로 규정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여기에 더해 자오 CEO와 관련이 깊은 바이낸스의 별도 투자 펀드인 ‘메리트 피크 리미티드(Merit Peak Limited)’가 바이낸스에 예치된 고객의 자금을 기만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FTX와 그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제기된 혐의와 유사하고 SEC의 고소장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해당 투자 펀드로 유입된 고객의 자금을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BUSD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바이낸스와 자오 CEO의 미국 내 영업이 금지될 수 있어 큰 여파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오 CEO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공개 시장 조성 회사인 ‘시그마 체인(Sigma Chain)’이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에 가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워시 트레이딩은 거래자가 동일한 금융 상품을 동시에 매수·매도해 인위적인 거래량 생성을 통해 해당 자산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장 조작을 의미한다.

SEC에 따르면 시그마 체인은 최소한 2019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워시 트레이딩에 가담했고 2021년에는 바이낸스US 소유의 최소 1억9000만 달러가 시그마 체인 계좌로 이체됐다. 여기에 더해 시그마 체인이 1100만 달러에 달하는 요트를 구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바이낸스는 자오 CEO의 공식 트위터 계정과 바이낸스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그들은 SEC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왔고 어떠한 법적 기만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소장이 접수되고 이틀 후인 6월 7일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에서 자오 CEO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해당 소환장에서는 SEC의 조치와 관련해 명확히 자오 CEO를 대상으로 ‘귀하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자오 CEO는 21일 이내에 소환에 응해야만 한다. 만일 그가 응하지 않으면 자오 CEO를 대상으로 채무 불이행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됐다. 또한 이후 이틀이 지난 6월 9일에는 바이낸스US에서 미국 달러 입금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더욱 증폭시키도 했다.혼란 가중된 가상자산 시장
세계 최대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SEC의 제소는 비단 거래소 하나의 문제가 아닌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혼란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SEC가 바이낸스를 제소함에 따라 SEC와 기나긴 악연을 지속 중인 또 다른 대형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주가 역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약 12% 하락했고 이후 소폭 회복되나 싶었지만 바이낸스가 제소된 바로 다음 날인 6월 6일 이번에는 SEC가 직접 코인베이스를 고소하면서 약 17% 하락했다.

SEC는 코인베이스가 SEC에 등록하지 않고 증권 거래소와 청산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시 제도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명목으로 코인베이스를 제소했고 이는 앞서 살펴본 바이낸스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현재 가상자산 산업은 꽤나 굴곡이 심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지속된 SEC의 지속적인 ‘증권성’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까지 그들의 감시를 빠져 나갈 수 없다는 시각이다. 더군다나 작년 11월 FTX라는 당시 전 세계 2위 규모의 거래소가 고객의 자금을 기만한 것이 밝혀지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몰락을 겪었던 사실을 경험한 기억이 있는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바이낸스의 사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 거래소 로빈후드(Robinhood) 또한 SEC에 의해 증권이라고 규정된 가상자산 중 ADA·MATIC·SOL 등을 거래 목록에서 빼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SEC의 소송 랠리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바이낸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극적으로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는 무사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는 시기다.

디스프레드 김동혁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