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마케팅’은 마케팅 기법의 일종, 음원 사재기와는 달라

(사진출처=지올팍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출처=지올팍 공식 인스타그램)
올 상반기 가장 주목받은 뮤지션을 꼽자면 지올팍을 빼놓을 수 없다. 지올팍의 대표곡 ‘Christian’은 독특한 음색과 크리스천의 모순적인 행동을 비판한 가사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 반면, 유튜브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지올팍의 영상으로 인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천재호소인’이란 별명과 바이럴 마케팅으로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지올팍의 ‘바이럴 마케팅’ 음원시장에 약일까? 독일까?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 캡쳐화면.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 캡쳐화면.
바이럴 마케팅, 뮤지션에 약일까? 독일까?
일부 사람들은 노래가 담은 의미와 신나는 멜로디가 좋다며 ‘Christian’을 즐겨 듣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바이럴 마케팅을 이유로 지올팍의 음악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다. 유튜브 영상을 즐겨보는 한규만(23)씨는 “쇼츠를 볼 때마다 ‘크리스천’이 나와서 질렸고 그만 보고 싶었다”면서 “개인적으로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떠오른 노래는 음악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재준(25)씨 역시 “알고리즘에 계속 업로드 되는 것이 바이럴에 지나치게 돈을 투자한 듯 보여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답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옳지 못한 행위일까. 업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바이럴 마케팅은 음악 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마케팅 수단이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소비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음원이 확산되게끔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밈, 챌린지 등 소비자들이 함께 따라하며 유행이 되는 등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음원의 경우 과거 윤종신의 ‘좋니’가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바이럴 마케팅은 과거 논란이 됐던 음원 사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음원 사재기는 특정 음원을 차트에 진입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한 뒤, 해당 가수의 노래를 반복 스트리밍 하여 순위 등을 조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이를 ‘음반·음악 영상물 관련 업자 등이 제작·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라 명시하고 있으며 현행법상 불법이다.
지올팍의 ‘바이럴 마케팅’ 음원시장에 약일까? 독일까?
△유튜브 콘텐츠 ‘피식쇼’ 캡쳐화면.
△유튜브 콘텐츠 ‘피식쇼’ 캡쳐화면.
차트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음원 사재기는 엄연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은 그 자체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기획과 홍보의 방식일 뿐이고 이런 일들은 음악계에 종사하는 누구나 한다”며 “사재기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영상 매체에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일은 소비자로 하여금 피로를 유발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지올팍의 경우 유튜브 콘텐츠 ‘피식쇼’에 출연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바이럴 마케팅 ‘사재기’ ‘팬덤 스밍’과는 달라”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들에게 음악은 취향과 취미의 영역이라 여겨져 개인의 성향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올팍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참고할 만한 태도나 기준이 있다면 이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를 위해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음원 사재기는 2018년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를 시작으로 논란이 일었다. 두터운 팬덤으로 무장한 아이돌이 점령한 음원 차트에 다소 유명하지 않은 가수의 노래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해당 음원을 차트에 진입시키기 위해 음원을 사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1년에는 가수 영탁의 소속사 대표가 음원 ‘네가 여기서 왜 나와’를 사재기한 것을 인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음원 사재기는 근본적으로 차트를 교란한단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들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닌 인위적인 방식으로 차트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차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맥락으로 아이돌의 팬덤도 본인이 좋아하는 그룹의 음원을 스트리밍 해 차트에 진입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차트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라며 음악성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유료 음원 사이트의 차트의 한계를 언급했다.

반면 지올팍의 경우 사재기나 팬덤의 스밍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음반사에서는 신곡이 나오면 홍보를 하는데, 그건 일종의 홍보 행위의 한 방식”이라며 “음원 사재기처럼 과거에 문제됐던 사례들과 엮는 것은 지올팍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신지민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