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견디기 위해 할인 행사…올해는 소비심리 악화로 더 어려워

패션업계가 6~7월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의류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패션업계가 6~7월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의류 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상반기 최대 규모 세일', '슈퍼세일', '역대급 감사 세일'….


세일. 최근 들어 메일함을 열면 자주 보이는 문구입니다. 패션업계가 상반기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건데요. 통상 6~7월에 많은 회사들이 이 같은 행사를 펼칩니다.

우선, 무신사는 상반기 최대 규모 세일인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블프)'를 오는 22일 개최한다고 합니다. 7월 1일까지 총 2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해 22만여개의 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합니다. 역대 여름 시즌 세일로는 최대 규모로, 무신사에서는 "연중 최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혜택을 여름에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했습니다.

명품 플랫폼 발란은 오는 19일부터 7월 3일까지 '8주년 기념 감사 세일'을 진행합니다. 톰브라운, 구찌, 아미, 메종키츠네 등 120개 브랜드의 4300개 상품을 최대 68% 할인합니다. 전체 행사와 별도로 '랜덤 쿠폰' 행사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발란 앱으로 로그인하면 5%에서 최대 88%(한도 40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게 되는데, 하루 8번 응모가 가능합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달 12일까지 에잇세컨즈 브랜드의 할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전국 69개 매장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에서 '2023년 봄여름 시즌 의류 및 액세서리 품목(일부 상품 제외)'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겁니다.

이에 앞서 SSG닷컴은 인기 스포츠 브랜드의 주력 상품을 업계 최저가 수준에 판매하는 '스포츠 쓱세일'을 진행했고요. 패션업계는 아니지만, 컬리와 쿠팡은 오늘(19일)부터 뷰티 제품을 할인하는 페스타를 진행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행사를 하는 이유는 '비수기'를 견디기 위한 시도입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2분기는 패션업계의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반소매 셔츠, 반바지 등 여름 의류는 상대적으로 겨울 옷들에 비해 단가가 낮습니다. 여기에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시기라, 휴양지 패션을 제외하고는 패션 제품의 구매를 미루는 것도 매출에 영향을 줍니다.

게다가,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거든요. 국내 의류 소비심리는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경기 악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급락한 탓입니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도 2021년 보복소비, 2022년 리오프닝으로 호재가 이어진 것과 달리 올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이로 인한 재고 과잉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통계청의 '의류 소비지출 전망'은 대체로 6개월을 선행하는데, 국내 의류소비 심리는 지난해 6월부터 급격히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대급 세일'은 4분기 성수기가 올 때까지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결정입니다.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나서는 패션업계가 어려운 2분기를 잘 견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