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트렌드

[ESG 리뷰]
슈퍼 엘니뇨에 역발상 투자해 볼까
‘엘니뇨로 태국 쌀 수확량이 감소해 아시아 전역의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 ‘지구를 괴롭히던 엘니뇨가 돌아왔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이 지구촌 폭염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7년 전 지구 기온을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린 엘니뇨의 악몽이 올여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슈퍼 엘니뇨의 영향권에 진입해 식량 대란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역발상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존 템플턴은 “가장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라고 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앞두고 투자 포인트를 점검했다.

지구촌 곳곳이 폭염

지난 5월부터 미국·유럽·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때 이른 폭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 치우며 뜨거운 여름이 예고된 상태다. 다시 찾아온 엘니뇨가 만들 이상 기온 현상으로 역대급 더위가 각종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시애틀에서는 5월 14일 4곳에서 역대 같은 날 기준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퀼라유트 지역은 섭씨 영상 32도까지 치솟으며 기존 역대 최고 기온(1975년 섭씨 영상 26.7도)을 크게 넘어섰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시 역시 그 전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영상 33.9도를 기록, 역대 최고 기온인 1973년(5월 13일 기준)의 섭씨 영상 33.3도를 넘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에 따르면 5월 13일 최고 기온이 섭씨 영상 37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40년 전인 1983년 4월 기록된 역대 최고 기온과 같고 5월 기준 사상 최고 기온이다. 태국·베트남·미얀마 등지에서는 올해 들어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져 기온이 섭씨 영상 40도를 넘는 날이 잦았다. 지구 반대편인 스페인은 지난 4월 역대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를 기록하는 등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5월 11일 내각회의에서 20억 유로(약 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 조치를 승인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도 변수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에 열과 습기를 대기로 다량 방출하고 세계에 폭염·가뭄·폭우 등 기상 이변을 몰고 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중반부터 엘니뇨가 시작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올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식탁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슈퍼 엘니뇨에 역발상 투자해 볼까
이미 앞서 이상 기후 때문에 발생한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으로 식량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4월 세계 설탕 가격 지수는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149.4로 집계됐다. KB증권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처럼 설탕과 관련한 가공식품 가격이 올라가는 슈거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FAO에 따르면 전 세계 설탕 소비량은 2030년까지 196Mt(2022년 175Mt, CAGR 1.4%)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상 기후로 식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쌀 생산국에서 이상 기후가 발생한 데 이어 엘니뇨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쌀 생산량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쌀 공급 외에도 밀 수출국인 호주의 2023년 이상 기후로 밀 수출량이 2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적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영향으로 곡물 수확량이 50%로 급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역발상 투자법은

증권가에선 발 빠르게 이상 기후를 노린 역발상 투자법을 제안했다. 지구촌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귀한 몸이 될 투자처를 미리 선점해 수익률을 높이는 역발상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스마트 팜 관련 기업과 대체육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스마트 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스마트 팜 강국인 네덜란드는 척박한 농업 환경임에도 무역 흑자의 66%가 농업에서 발생한다”며 “한편 대체육은 고기를 대신하는 식품으로 식량을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슈거플레이션 현상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신세계 푸드가 한국의 20~3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6%가 대체육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슈퍼 엘니뇨에 역발상 투자해 볼까
실제 삼성증권은 5월 핵심 테마로 폭염을 꼽았다. ‘라니냐’에 이어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상 기후 관련 회사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 전력 공급난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노후된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니즈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천 종목으로는 굴삭기를 생산하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변압기 관련주인 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철강 전선 관련 업체인 포스코·LS 등을 추천주로 꼽았다.

반복되는 가뭄으로 귀한 몸이 될 ‘물’에 대해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표 물 상장지수펀드(ETF) 인베스코 워터 리소시스(Invesco Water Resources, PHO)를 비롯해 물과 관련한 기업 즉 수자원 개발과 공급·인프라·정수·오염수 처리 등에 투자하는 펀드인 삼성글로벌워터펀드 등이 투자처로 꼽힌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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