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연말 사업 철수…기준금리 올랐지만 ‘상한선’ 정해져 있어 수익 갈수록 줄어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명동 거리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전단지.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명동 거리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전단지.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 1위 대부 업체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올해 연말 사업을 접기로 했다. OK저축은행은 계열사 러시앤캐시의 영업 양수도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현재 OK저축은행이 제출한 신청서를 심사 중이다. 신청서가 통과되면 러시앤캐시는 OK저축은행에 흡수·합병된다.

모회사인 OK저축은행이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을 위해 대부업을 정리한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업권은 이를 보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업계 1위의 철수가 대부업이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1위의 철수…대부업의 미래는

대부업은 합법이지만 불법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다. 흔히 ‘사채’와 혼동하지만 대부 업체는 엄연한 정식 금융회사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찾는 곳으로, 서민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부 업체들은 계속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계 대부 업체인 산와대부(산와머니)는 2019년 3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을 회수했다. 산와머니와 함께 ‘큰손’이었던 조이크레디트대부도 2020년 1월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리드코프도 지난해 신규 대출 규모를 기존의 20% 수준으로 낮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위 대부 업체 69개사 중 13개사가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앤캐시의 사업 철수까지 더해지면서 그간 지속돼 온 대부업권의 인허가 반납과 신규 대출 중단이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업체 1위가 사라진다면 잠재 고객들이 다른 대부업체에 몰리면서 나머지 대부 업체들의 고객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업권의 성격을 잘 모르는 이들이 하는 소리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대부업은 금융 취약층이 주요 고객이다 보니 타 대부 업체에서 고객을 흡수할 수 없다”며 “시장 상위 업체가 철수한다면 타 업체들은 대출 심사를 보다 깐깐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대부업에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전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대부업에서도 외면당한 고객들이 갈 곳은 사채, 즉 미등록 대부 업체밖에 없다.

대부 업체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반기 단위로 발표되는 ‘대부업 실체 조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등록된 대부업자(대부 중개업자 포함) 수는 8775개로 2021년 12월 말 대비 125개가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 이용자 수는 106만4000명으로 2021년 12월 대비 5만6000명이 감소했다. 대부 업체를 통해 급전을 마련하는 고객 수가 줄어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현상이 저축은행 인수 계열사와 일본계 대부업자의 감소세 지속 등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담보 대출의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대출 잔액 15조8764억원 중에서 담보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53.8%(8조5488억원)로 절반을 넘어섰다. 2020년 하반기부터 담보 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대부 업체가 조달 비용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용 대출보다 담보 대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신용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담보 대출로 방향을 돌렸지만 부동산 담보 대출도 후순위 채권으로 리스크가 더 큰 구조”라고 말했다. 신용 대출도 받기 어려운 취약층이 담보가 될 만한 자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유명무실한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대부업권이 위축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 업체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법정 최고 금리 제도’다.

법정 최고 금리 제도는 대출 상품에 대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가장 높은 금리를 정해 둔 것이다. 이 제도는 금융회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출 시장에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법정 최고 금리를 넘는 계약은 ‘무효’가 된다.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10월 당시 법정 최고 금리는 시행령에 따라 66%로 결정됐다. 이후 시행령이 7차례 개정되면서 법정 최고 금리는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2021년 7월에는 법정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됐다.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 최고 금리 제도는 저금리 시대가 끝나자 대부 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 최고 금리가 20%로 인하됐던 2021년만 해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지만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금융권의 조달 비용도 덩달아 늘었다. 하지만 법정 최고 금리의 상한선이 지정된 상황에서 대부 업체들은 시장의 금리를 반영할 수 없었고 대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게 줄었다.

대부업 실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 업체들의 평균 대출 금리는 14%로 2021년 12월 말 14.7%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대부 업체가 기대를 걸었던 것은 2021년 도입된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제도다. 이 제도는 최근 3년간 대부업법 등 금융 관계 법령 위반 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신용 대출 실적이 70% 이상이거나 총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우수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들은 시중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고 비교 대출 플랫폼에 입점해 영업 채널을 넓힐 수도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 제도에 속한 대부 업체는 총 26곳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시장에는 정작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보통 제 2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하는데 프리미어 리그 제도에 속한 업체들은 은행에서 차입해 올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은행이 워낙 보수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은행 차입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종 규제로 막혀 있는 대부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지만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대부업 위축이 소비자에게 미칠 악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 서민 금융 공급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지원하고 온라인 대부 중개 플랫폼 점검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권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인 만큼 시장 축소는 불법 사금융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 프리미엄 리그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자를 선정해 은행 차입과 온라인 대출 중개 플랫폼 입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지만 은행이나 플랫폼이 사기업이다 보니 이를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부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서민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서지용 교수는 “만약 금융 시장에서 대부권업이 무너지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사금융에 몰리면서 높은 이자율 등 사채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총 6712건의 불법 사채(미등록 대부업)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연 환산 평균 이자율은 무려 4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차주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던 대부 업체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