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재무·금융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금융 시장의 판을 읽을 줄 알고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한화투자증권 대표를 지내며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2019년 처음으로 한화생명 사장에 오른 뒤 한동안 차남규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차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단독 대표로 한화생명을 이끌고 있다.
여 사장은 지난 2월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 강화와 성과 창출을 위해 기존 5부문 8본부의 편제를 3부문 13본부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우선 2023년 올해부터 도입되는 신회계제도에 따른 재무·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지원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전략기획실을 신설해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한국 금융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신설하고 글로벌전략실을 사장 직할 본부 편제로 격상시켰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대형 보험사 최초로 물적 분할을 통해 제판 분리를 성공시킨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업계의 판을 바꾸는 전략으로 보험 영업 환경을 재편해 가고 있다. 올해 초 한화생명의 판매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국 GA 6위권인 대형 GA 피플라이프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GA 3개사(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를 보유하게 됐다. 보험업의 근간인 설계사 조직 규모에서 2만5000여 명의 강력한 판매 채널을 구축하게 됐다.
특히 이번 피플라이프 인수를 통해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보유한 개인 영업 분야의 막강한 영업력에 피플라이프가 보유한 법인 영업 전문 컨설팅 역량이 더해져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하며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보험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과감히 패러다임을 전환해 보험·투자·세무·법무 등을 총 망라한 토털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는 ‘초우량 GA’로의 도약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쟁력 있는 상품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인구, 경제 구조, 의료 환경 등 쉼 없이 변하는 시장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해 상품을 설계하고 영업 현장에 적시에 제공하는, 제판 분리의 최적화된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2019년부터 치매보험·간편건강보험·수술비보험·암보험 등 누적 초회 보험료 100억원 이상의 히트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해 오고 있다. 이는 여 사장이 ‘상품 하나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포부로 취임 직후부터 직접 주관하는 한화생명의 상품전략협의체 ‘노마드(Nomad) 회의’의 결과물이다. 노마드 회의는 영업·상품·언더라이팅·보험금지급·리스크관리 등 상품 판매와 관련된 부서의 임원과 실무진이 한자리에 모여 차별화된 상품을 적시에 개발하기 위한 끝장 토론의 자리다. 취임 초인 2019년부터 시작돼 2022년말까지 총 83회 진행되고 있는 한화생명의 대표적 혁신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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